[기자수첩]1등 음료업체의 '불편한 현실'

[기자수첩]1등 음료업체의 '불편한 현실'

장시복 기자
2011.12.18 16:00

얼마전 주부 A씨는 대형마트에 생수를 사러 갔다가 잠시 멈칫했다. 얼핏 보고 분홍색 라벨에 하얀 산(山) 그림이 트레이드마크인 프랑스산 '에비앙'을 집어 들었다고 생각했는데 자세히 들여다보니 롯데칠성음료의 '아이시스 8.0'이었던 것.

에비앙을 평소 즐겨 마신다는 A 주부는 "다른 업체도 아니고 에비앙을 수입해 판다는 업체가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것 같아 어처구니가 없었다"며 "에비앙 측에서 왜 가만 놔두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의아했다.

국내 1위 음료업체롯데칠성(122,400원 ▼1,100 -0.89%)이재혁 대표의 경영 행보가 요즘 업계에서 자주 오르내리고 있다. 우선 '1위' 타이틀에 걸맞지 않게 미투 마케팅(Me Too·인기 경쟁 제품에 편승해 모방하는 것)을 남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롯데칠성은 '아침헛개'와 '황금보리'라는 제품을 함께 선보였다. 그런데 어딘가 낯이 익다. 바로CJ제일제당(246,500원 ▲3,000 +1.23%)의 '컨디션 헛개수' 및 웅진식품의 '하늘보리'와 맛은 물론 이름까지 비슷해서다.

롯데칠성은 "이미 준비해 온 제품"이라고 하지만 경쟁 업체가 리스크를 감수하고 수년간 연구개발을 벌인 뒤 독자적 마케팅으로 시장에 안착하자 '무임승차' 했다는 의구심은 떨치기 어렵게 됐다.

문제는 이런 롯데칠성의 미투 논란이 한두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얼마 전에는 이 대표의 처녀작인 '데일리C 비타민워터'가 코카콜라의 '글라소 비타민워터'를 모방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2% 부족할 때', '비타 파워', '쉐이킷 붐붐' 등 제품으로 10년 전부터 미투 논란이 끊이지 않아왔던 게 롯데칠성이다.

업계에선 "후발 업체들이 미투 전략을 쓰는 경우는 있지만 선두 업체의 미투 마케팅은 드물다"며 "롯데칠성의 경우 막강한 영업력과 자본으로 상대적으로 약한 경쟁사 제품까지 잠식할 수 있는 게 문제"라고 꼬집었다.

롯데칠성은 최근 또 다른 이슈거리도 낳았다. 지난달 25개 제품 가격을 올렸다가 정부의 견제를 받으며 열흘 만에 다시 내려 시장에 혼란을 준 것. 처음엔 5개 품목 가격만 환원했는데 마치 모두 내린 것처럼 생색내 '꼼수'란 불명예도 얻어야 했다. 주류 계열사와 합병하면서 연매출 2조원에 육박하고 있는 1위 음료업체의 '불편한 현실'이다.

고(故) 스티브잡스는 늘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고 주문하며 1등 기업으로서의 창조와 혁신, 차별화 전략을 강조했다. 그리고 결국 성공했다. 이런 기업가 정신이 비단 IT업계가 아닌 우리 식음료 업계에도 적용되길 바라는 건 아직 무리일까.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