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출자, 규모보다 차별화에 집중해야
더벨|이 기사는 01월03일(08:17)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코스닥 시장에서 10조원의 마켓캡을 가진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을까. IPO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는 회수시장 문제는 또 어떻게 해야 하나. 2012년에 '천당' 갈 업종은 무엇이고 '지옥'을 맛볼 업종은 무엇일까. 벤처캐피탈 업계의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주요 이슈를 조목조목 짚었다.
매물은 한정돼 있는데 자금은 넘쳐나면서 피투자기업의 벨류에이션은 높아질 대로 높아졌다. 여기에 유럽 재정 위기까지 겹치면서 벤처캐피탈은 펀드 소진에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었다. 2011년 벤처캐피탈 시장의 현주소다.
벤처캐피탈 및 주요 유한책임투자자(LP)들은 해외에서 투자와 펀딩의 기회를 찾기 시작했다. 회수 시장 역시 코스닥을 대체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중소형사간 인수합병(M&A), 스팩(SPAC), 세컨더리펀드 등이 엑시트(투자금 회수) 대안으로 주목받았지만 성과를 내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머니투데이 더벨은 국내 무한책임사원(GP) 및 LP와 함께 2011년 벤처캐피탈 시장을 점검하고 2012년으로 넘어갈 주요 이슈를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참석자는 성기홍 한국벤처투자 본부장, 정명국 정책금융공사 벤처투자팀장, 조남춘 아주IB투자 상무, 채정훈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상무, 김종필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 등 총 5명.
좌담회는 11월14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사회는 김형수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전무가 맡았다.

◇ "LP출자, 규모보다 차별화에 집중해야"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김형수 전무
김형수 : 자금이 정말 과도하게 풀렸는지는 보다 명확하게 봐야한다. 코스닥 시장이 현격하게 개선이 되지 않았음에도 투자가 생각보다 많이 이뤄진 건 펀딩이 잘 된 덕분이다. 4분기 들어 투자 증가율이 낮아지고 있지만 2011년 9월까지 투자 실적은 전년 동기대비 30% 이상 늘었다. 다른 요건들이 개선된다면 오히려 기관들의 출자가 좀 더 이뤄져야 하는 것 아닌가.
조남춘 : 시장에 자금이 많이 풀린 건 분명한 사실이다. 상장사보다 비상장사에 오버 밸류가 많이 돼 있다는 점이 문제다. 2012년에도 이 같은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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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기홍 : 펀딩에서는 모태펀드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가져가는데 노력했다. 창업초기 기업을 타깃으로 하는 수시 출자에 주력했다. 지금도 과반수 이상은 수시 출자를 통해서 나온다. 특히 2011년은 한국-이스라엘펀드, 글로벌 컨텐츠펀드, 팬아시아펀드 등 해외로의 영역 확장에 신경을 썼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 등과 지속적인 협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책금융공사 정명국 벤처투자팀장
정명국 : 생각보다는 투자가 적게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유럽 재정 위기 등을 포함해 거시 경제가 문제라고 하는데 향후 3~5년을 보고 투자하는 것이 벤처캐피탈의 투자스타일이라고 생각한다면 오히려 지금이 투자적기라고 생각한다. 청년창업투자펀드의 경우 출자 비율을 높여도 되겠다 싶어 90%까지 올렸다. 생각보다 많은 GP가 응모했는데 과연 청년창업펀드의 취지를 제대로 확인했는지가 의심스러웠다. 국민연금과 모태펀드 그리고 정책금융공사가 출자 영역에서 중복되는 측면이 상당 부분 있었는데 앞으로는 이를 줄여나가도록 하겠다. 각 기관별 색깔이 뚜렷할 필요가 있다.
채정훈 : 펀딩이 늘어나면서 투자 건당으로 보면 액수가 커졌다. 업종별로는 태양광과 LED가 천당에서 지옥으로 떨어졌다. LED의 경우 조명시장이 폭발하면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도 있지만 현재로선 분위기가 좋지 않다. OLED는 모바일이나 태블릿 쪽에 강점이 있을 것이다. TV가 관건이긴 한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한국벤처투자 성기홍 본부장
조남춘 : 2011년 투자 목표가 1500억원 정도였는데 현재까지 70%를 달성했다. 하반기 나머지 액수를 채울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총 9개 딜에 참여했는데 그 중 7개가 삼성, LG, 하이닉스 관련 협력업체였다. 태양광의 경우 2~3년내에 되살아날 것으로 본다.
채정훈 : 과거에는 투자라는 게 딜소싱이 우선이었지만 밸류업하는 것도 중요하다. 벤처캐피탈 투자를 아예 받지 않겠다는 곳이 의외로 많다. 우리가 자발적으로 컨설팅을 진행한 이후에는 그들의 생각이 바뀌었다. 딜을 만들어가는 노력도 필요하다.
◇"중소형 M&A, 엑시트에 적극 활용을"

▲아주IB투자 조남춘 상무
김형수 : 문제는 회수 시장이다. 지금으로선 코스닥 시장에 기업공개(IPO)를 하는 것이 사실 전부다. 프리보드도 정규시장이긴 하지만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과연 대체재가 있는가.
조남춘 : 무작정 상장에만 매달려서는 곤란하다. 프리보드를 제외한 장외 시장 거래량도 상당하다. 소기업간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운 후 상장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벤처캐피탈이 기업 오너를 끊임없이 설득해 나가야 한다. 필요에 따라서는 업체간 보유 기술을 사고파는 노력도 요구된다.
정명국 : 우선주 상환의 경우 IFRS제도 때문에 쉽지가 않다. 조 상무님이 말씀한 것처럼 중소형 M&A딜이 활성화돼야 한다. 세컨더리펀드로 계속 물량을 받아주는 건 악순환을 가져올 뿐이다. 결과적으로 LP입장에서 사후관리가 중요하다.
성기홍 :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에 ‘온비드'라는 사이트가 있는데 일반인들도 거래가 가능한 시스템 형태다. 이와 관련해 벤처캐피탈협회의 구주거래 정보망을 회수시장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만기 조합의 포트폴리오 공개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일반인들도 알 수 있게 홍보도 필요할 것이다. 창업 초기에 투자하면 IPO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세컨더리 마켓 및 관련 펀드를 대형화해야 한다. 국민연금에서도 이 부분은 상당히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한국투자파트너스 김종필 상무
김종필 : 기술력 있는 기업의 M&A는 쉽지 않다. 중소형 M&A를 벤처캐피탈한테만 맡겨둬서는 곤란하다. 예전에 부채 제로인 양질의 기업을 인수한 적이 있는데 경영진을 투입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적지 않았다. M&A를 유도하는 펀드를 정책적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채정훈 : 프리보드는 지금으로선 현실성이 없다. 전문성이 없는 개인들한테 팔면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무엇보다 계속 가능한 시장으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전문성이 있는 기관들이 맡아서 프리IPO(상장전 지분투자)를 책임질 필요가 있다.
조남춘 : 스팩을 통한 M&A가 단독 상장에 준하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상장까지 시간이 단축된다는 점 외에는 딱히 장점이 없다. '미투 스팩'이 많이 생긴 것도 문제다. 알짜 기업들은 스팩보단 여전히 단독 상장을 선호하고 있다.
◇제2의 NHN, 셀트리온 탄생 가능성은…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채정훈 상무
김형수 : 코스닥 시장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높은 셀트리온이 고작 4.5조원 정도다. NHN의 경우 시가총액 10조원가 넘지만 거래소시장으로 옮겨간 상태다. 코스닥 시장에서 10조원 이상의 마켓캡을 가지는 벤처기업이 나올 수 있겠는가.
김종필 : 쉽지 않다고 본다. 정책적 목표를 가지고 키우기 보다는 투자기관이 운용수익을 내는 데 급급한 상황이다. 스타기업을 만드는 것과 벤처생태계를 발전시키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우리 입장에서는 스타기업의 출현이 훨씬 의미가 있다. 한두개 성공하면 나머지 실패 전부를 커버하고도 남는다. 중요한 건 글로벌 경쟁력이다. 한국시장 만으로는 시가총액 10조원이 불가능하다. 세계 4대 태양광업체인 OCI의 시총은 10조원까지 갔었는데 다시 내려왔다. 우리가 중국투자를 하고 있지만 현지 기술력은 한국보다 높지 않다. 다만 시장성 면에선 중국기업이 훨씬 유리하다. 국내 벤처가 시총 1000억~2000억원까지 가긴 쉽지만 그 이상은 어렵다. LED 3대업체라는 사파이어테크 역시 1조원을 넘나들기도 했지만 결국 떨어지지 않았나.
정명국 : 미국처럼 곧바로 글로벌 진출이 가능하거나, 중국처럼 국내 시장이 뒷받침되거나, 아니면 삼성처럼 다양한 비즈니스에 나서야만 얘기가 되는 수준이다. 그것도 아니면 넥슨, NHN처럼 아예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조남춘 : 국내 기업은 라이프사이클이 짧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횡령, 배임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이는 곧 기업이 성장동력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들이 결국 기업의 수명을 단축시키는 원인이 된다. 메인스트림 속에 형성되는 벨류 체인에 투자해야 VC도 살고 기업도 산다.
채정훈 : 게임이나 인터넷은 마켓캡이 1조원까지도 가는데 IT는 5000억원 정도가 한계인 것 같다. 지금으로선 이들이 삼성, LG 등에만 종속되지 않고 해외로 판로를 넓히는 것이 중요하다. 코캄의 경우 배터리 관련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다. 다우케미칼과 공동개발에 나설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너무 의존하지 않는 것이 성장성 면에서 바람직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