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CJ 재산분쟁, 호암 유언 다시보니…

삼성-CJ 재산분쟁, 호암 유언 다시보니…

오동희 기자
2012.02.28 06:00

창업주 이병철 회장, 유산 상속과정 재조명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과 3남인 이맹희씨와 이건희 삼성 회장간 주식인도 소송이 불거지면서 선대 이병철 회장의 유산 상속 과정이 재조명받고 있다.

상속문제는 기본적으로 피상속권자의 의중이 중요한 만큼 선대 회장의 상속의 뜻이 어디 있느냐가 이번 소송에서도 큰 변수로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은 1969년 차남의 청와대 투서사건과 1976년 위암수술, 1979년 뇌종양수술, 1986년 폐암수술 등 서너차례 위기를 겪으면서 자신의 재산과 후계구도를 정리해왔다.

1969년 차남 창희씨가 자신을 고발한 청와대 투서 등에 장남인 맹희씨가 관여돼 있다고 보고, 1971년에 이미 후계 구도 정리단계에 들어갔다. 호암의 재산 정리는 크게 3단계에 걸쳐 진행됐다.

1차는 1971년 자신의 재산 180억원을 나누는 과정이었고, 2차는 1987년 초 폐암으로 일본에서 투병 과정에 있을 때, 3차는 그의 타계 직후 유족간 재산 분배 과정이다.

호암은 1971년 2월 18일 주주총회 직후 새로 선임된 삼성 대표이사회 회의에서 자신 명의로 돼 있는 재산(주식 및 부동산) 180억원을 3등분해 정리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당시 삼성문화재단에 60억원을 희사하고, 직계자녀 3남4녀와 유공사원에게 60억원을 양여하고, 삼성사회공제회에 10억원을 희사토록 하고, 나머지 50억원은 훗날 유익한 사용방도를 강구하기로 하고 일단 호암이 보관했다.

당시 호암은 고문변호사의 공증을 받으며 붓글씨로 다섯장의 화선지에 '당부'라는 제목의 유언을 직접 썼다고 한다.

호암자전 등 문헌에 따르면 호암은 재산분배를 생전에 마무리 지어 장녀 인희씨(조운해 고려병원 이사장 부인)에게는 고려병원, 전주제지, 호텔신라, 장남 맹희씨에게는 재산을 주지 않는 대신 그의 부인인 손복남씨에게 안국화재, 차남 창희씨에게는 제일합섬, 5녀 명희씨(정재은 삼성물산 부회장 부인)에게는 신세계백화점과 조선호텔의 주식을 각각 나눠주어 대주주로 만들어 놓았다.

3남인 건희씨는 삼성의 간판회사인 삼성물산, 삼성전자, 제일제당, 삼성반도체통신, 제일모직, 중앙일보,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등의 대주주로 후계자 위치를 확보해 놓았다.(1987년 11월 20일 동아일보 3면 보도). 회장 생전에 총애를 받은 4남 태휘씨는 제일제당 상무로 경영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에 앞서 호암은 1977년 8월 29일자호 니케이비즈니스 편집장인 요시무라와의 인터뷰에서 "장남 맹희는 기업에 맞지 않아 스스로 떠났고, 차남은 중소기업이라도 혼자해보겠다고 독립해서 나갔고, 삼남 건희가 해보겠다는 열의가 있어서 3남을 후계자로 정했다"고 밝히면서 3남 후계 체계를 대외적으로 공표했다. 이미 1969년 청와대 투서사건 이후 이건희 회장을 동양방송 이사로 불러 후계를 염두에 둔 경영수업을 착실히 시켜왔다.

1977년 호암의 후계구도 정리는 1976년 자신에게 찾아온 위암의 위협을 염두에 둔 조치였고, 지난 1986년 찾아온 폐암의 위기에도 그는 다시 자녀들과 손자를 불러 남은 재산 정리 작업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1월 호암은 자신이 있던 일본으로 장녀 인희씨, 차남 창희씨, 3남 건희씨, 5녀 명희씨, 장손 재현씨 등을 불러 자신의 재산을 정리해 준 것으로 알려졌다. 재산 분배 과정에서 이맹희씨는 배제됐다.

이어 호암이 타계한 직후인 1987년 11월 19일 하오 삼성사장단 회의를 주재한 신현확 삼성물산 회장은 "이건희 회장의 승계는 고인의 뜻일 뿐만 아니라 고 이 회장의 유지를 올바로 이해하고 회장의 뜻을 실천할 수 있는 최적임자"라고 말하면서 이건희 회장을 그룹 회장으로 추대했다.

국무총리를 지낸 신 회장은 호암이 사돈이었던 홍진기 중앙일보 회장이 타계한 후 삼성 후계자의 후견인으로 영입한 인물로 호암의 뜻을 받들어 후계자 인선 작업을 한 것이다.

호암의 타계당시 재산은 삼성물산 등 9개사 주식 88만 8374주(165억6800만원), 서울이태원 소재 주택 및 경기도 용인군 소재 토지 등 52억 3200만원, 골프회원권 등 유가증서 16억 4000만원, 현금 및 예금 2억원, 기타 동산 9300만원, 주식대금 매각재산 25억 1400만원, 비상장 주식 평가증액분 7억원, 신세계백화점 신주인수권 등 273억 3800만원이 신고됐다. 또 일본동경 소재 택지 192평(46억 1400만원)과 골프회원권 7개 14억 8700만원 등 모두 61억100만원의 해외재산도 있었다.

당시 경영권 승계는 호암의 모든 권리와 의무를 승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고, 이후 삼성은 이건희 회장 체제로 운영된 후 가족들간의 합의에 따라 한솔, 신세계, CJ 등으로 분가했다.

호암이 최근 자녀들간 재산 분쟁을 '하늘'에서 지켜보고 어떤 심정을 가질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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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기자의 생명은 현장에 있다' 머니투데이 산업1부 선임기자(국장대우)입니다. 추천도서 John Rawls의 'A Theory of Justi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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