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4월02일(10:46)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정책금융공사와 한국IT펀드(KIF)가 SL인베스트먼트의 무한책임투자자(GP) 자격 취소하고 펀드를 해산했다. 일신상의 이유로 회사를 떠난 대표펀드매니저의 후임을 찾지 못한 게 원인이었다. 내부적으로 인력을 충원할 여유가 없었다. SL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조합은 총 7개. 대부분 투자의무비율 60%를 채우지 못해 다른 대표펀드매니저들에게 추가적인 할당이 부담스런 상황이었다.
대표펀드매니저의 부족현상은 비단 SL인베스트먼트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펀드레이징(fund raising)이 늘어나면서 신규벤처조합과 신생 벤처캐피탈들이 증가했다. 자연히 대표펀드매니저에 대한 수요도 치솟았다. 반면 대표펀드매니저를 맡길만한 심사역은 부족했다.
벤처캐피탈들이 자체적인 인력 양성을 게을리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현재 벤처캐피탈의 대표펀드매니저와 심사역들은 2000년대 초반 벤처 붐을 타고 업계에 들어온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지난해 한국벤처투자 주도로 신규 심사역을 양성한 것을 제외하면 10년간 인력충원이 없었다. 새로운 '뉴페이스'를 발굴하기 보다는 업계 내부에서 '돌려막기'에만 열중했다. 업계는 그동안 벤처자금 회수시장이 얼어붙어 있었고, 관리보수 하향화로 벤처캐피탈들의 주 수익원이 줄어들어 인력양성이 버거울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스카우트 대상의 심사역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는 점에서 그들의 하소연은 설득력이 없다.
유한책임투자자(LP) 대표펀드매니저 자격 요건을 지나치게 까다롭게 제시하고 있는 것도 인력부족 현상을 부추겼다. LP들이 요구하는 대표펀드매니저의 최소 자격요건은 투자 경력 5년 이상, 주목적 투자대상 관련 경력 10년 이상으로 정해져 있다. 돈을 맡기는 입장에서 관리하는 사람에 대한 기준을 엄격하게 제시하는 것은 당연하다. 단기적인 성과에 급급한 업계의 관행에 비춰볼 때 인력양상보다 스카우트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환경이 만들어진 셈이다.
대표펀드매니저가 상징성은 있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제도 개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3~4명의 심사역들을 한 팀으로 묶어 여러 개의 조합을 맡기거나, 대표펀드매니저의 투자의무비율을 60%에서 40%로 낮추자는 보다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되고 있다. 내용은 달라도 1명의 대표펀드매니저가 회사를 나가면서 조합운용이 부실화 되는 것을 방지하자는 기본 취지는 같다.
그러나 현 제도 하에서 충분한 수익을 올리고 있는 LP들은 미동도 하지 않는다. 대표펀드매니저 부족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업계 내부의 각성이 시급한 것은 이 때문이다. LP는 벤처 생태계를 이끌어가는 리더로서, 열악한 투자 환경에 귀 기울이지 않는 안일함을 버려야 한다. 벤처캐피탈은 인재 발굴이라는 당연한 투자를 소홀했다는 점을 반성해야 한다. 제2의 SL인베스트먼트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업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