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위크]실적악화 속 '베이커리'에 승부 걸어
'밀가루 생산? 이젠 빵을 직접 만들겠다!'
58년 전통의 '곰표' 밀가루로 유명한대한제분(11,220원 ▼520 -4.43%)이 베이커리시장 진출을 공식화했다. 대한제분은 지난 4월27일 공시를 통해 호텔신라 자회사인 보나비가 운영해온 커피·베이커리카페 '아티제' 지분 100%를 301억5253만원에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당초 호텔신라는 대기업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후폭풍을 맞고 아티제 사업을 철수키로 했으며 지난 3월 보나비를 100% 자회사로 분리하는 등 매각을 추진해왔다. 대한제분 외에 매일유업, 동서식품, 삼양옵틱스 등 6개사가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했지만 결국 최종 아티제 인수의 주인공은 대한제분이 됐다.
대한제분 측이 밝힌 아티제 인수 배경은 식음료사업 확장과 회사간 시너지효과 창출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 즉 사업다각화의 일환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대한제분이 실적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베이커리시장 진출'이라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 일종의 고육지책이기도 했다는 평가를 내놓는다.

사진 머니투데이 홍봉진기자
◆시장 위축, 실적 만회 위한 승부수?
대한제분은CJ제일제당(189,300원 ▼3,600 -1.87%),동아원(877원 ▼28 -3.09%)과 함께 현재 국내 '제분업체 빅3'를 형성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해 대한제분은 곡물가격 등 원자재값 상승폭탄에 휘청이면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이 때문에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는 사업다각화가 필요했고 올해 그 첫단추로 아티제를 택했다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실제 대한제분은 지난해 영업손실만 28억2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고 당기순이익도 전년 대비 93.1% 감소하며 24억원에 그쳤다. 제분산업의 주원료인 원맥 가격 등락이 심해졌고 환율상승으로 인한 환차손 영향이 컸기 때문이다.
연결실적 기준으로 봐도 지난해 대한제분의 매출액은 7517억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3% 급감한 44억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전년보다 88.4% 급감한 52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근래 들어 계열사 실적이 동시에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것 역시 대한제분의 사업다각화 욕구를 자극한 동기가 됐다. 특히 핵심계열사인 대한사료와 한국유업의 하락세가 타격이 컸다.
대한사료는 2009년 2654억원이던 매출액이 작년에는 3166억원으로 증가세를 드러냈으나, 영업이익은 114억원(2009년)에서 61억원(2011년)으로 3년 사이 절반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순이익도 2009년 122억원에서 지난해는 19억원으로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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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업도 2009년 당시 528억원이던 매출액이 작년에는 413억원으로, 영업이익은 26억원(2009년)에서 9억원(2011년)으로 급감했다.
그나마 창고 보관사업을 하는 대한싸이로가 소폭 상승세를 유지한 것이 대한제분으로선 위로가 되는 부분이다. 이 회사는 2009년 442억원 매출에서 작년 470억원으로 3년 사이 28억원 소폭 증가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도 50억원에서 70억원으로 늘었다.

사진 류승희기자
◆제분업계 '신수종 발굴' 경쟁
사실 대한제분의 아티제 인수는 대한제분만의 단독적인 사업흐름이 아니다. 경쟁사인 CJ제일제당이나 동아원, 삼양사 등 주요 제분업체들도 이미 제분사업 외에 다양한 사업분야로 활로를 모색해왔다.
일찍부터 종합식품업체의 면모를 갖춘 CJ제일제당은 물론이고 최대 경쟁사인 동아원만 해도 최근 몇년 사이 신수종 사업 발굴에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동아원은 밀가루회사 이미지에서 벗어나 바이오나 해외자원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 중이다. 지난 2009년부터 계열회사인 '백초바이오연구소'를 통해 조류인플루엔자의 백신과 치료제 개발사업에 뛰어들었다. 근래엔 정부자금을 받아 '저병원성 가금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예방 및 면역 증강을 위한 사료첨가제' 개발을 시작해 서서히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는 상황이다. 최근 동아원을 둘러싸고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가 설립한 제과업체 '뽀숑'의 인수설도 나돌고 있다.
대한제분 역시 이번 베이커리사업 진출 이전에 이미 작년 2월 반려동물 종합공간인 '이리온'을 설립하며 애완동물 사업에 뛰어든 바 있다. 이리온은 동물병원, 호텔, 유치원, 트레이닝센터, 미용, 애완동물용품점 등 애완동물에 필요한 모든 것을 한곳에서 누릴 수 있는 원스톱 센터로 강남구 청담동 1호점 오픈 이후 현재 송파, 대치 등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제분업체들이 이처럼 다양한 각도로 사업보폭을 넓히고 있는 데는 정부의 가격 인상억제와 국제 원재료 가격 인상 등이 맞물리면서 제분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게 근본 원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분업체들은 빵을 만드는 기본재료인 밀가루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베이커리사업에 진출하기가 용이하다"며 "이번 대한제분의 아티제 인수는 CJ제일제당에서 출발한 뚜레쥬르와 비교해 볼 만한 가치있는 이슈거리"라고 해석했다.
관심은 끌었는데 주가는 '글쎄'
대한제분이 아티제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식품업계의 빅 이슈로 등장했지만 정작 주식시장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지난 4월30일 종가기준 대한제분은 전일 대비 1500원 내린 12만9500원에 거래됐다. 앞서 같은달 23일 아티제 인수 추진을 밝힌 이후 5거래일 연속 하향곡선을 그린 셈이다. 반면 아티제를 파는 호텔신라는 4월26일 당시 전일 대비 1300원(2.57%) 상승한 5만1900원에 마감했는데 장중 5만2400원까지 오르며 52주 최고치를 새로 썼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투자자들이 대한제분의 아티제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해 불확실성을 더 염두에 두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머니위크>제22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