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살 없애는 보톡스 정체 뭔가 했더니..

주름살 없애는 보톡스 정체 뭔가 했더니..

조길호 바이오제약 선임기자
2012.05.12 08:22

[조길호의 藥이야기 세상](1) 약이냐 독이냐

약은 독일까, 아닐까. 흔히 약을 많이 먹게 되면 몸 안에 독이 쌓인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약은 독이다. 마찬가지로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도 독이다. 우리 몸이 음식에 잘 적응해 있어서 그 독성이 적다는 것 말고는 약과 음식은 몸의 입장에서 보면 외부물질일 뿐이다. 食藥同源이라고 하지 않은가.

사실 독약도 약이다. 수년전 인기리에 방영된 법의학 드라마 ‘싸인’에서 복어독(테트로도톡신)이 등장한 적 있다. 재벌2세로 아버지회사를 물려받은 정차영(김정태 분)이 창업공신 등 자신의 전횡에 반대하는 임직원 5명을 독살하다가 결국엔 자신이 깔아 놓은 덫에 걸려 독배를 마시고 죽는다. 이때 사용된 복어독은 냄새도 없고 구토 등의 부작용도 없는데다 치사량도 0.5mg에 불과하다. 자연독 중에선 가장 강한 독이다.

이런 독성물질도 그 구조를 약간 변경해 세포내 흡수속도나 농도를 조절하거나, 몸 안의 특정부위(病巢 병소)에 전달해 독성을 집중시킬 수만 있다면 좋은 약이 될 수도 있다. 복어독은 현재 진통제나 항암제로 개발 중이다. 살구씨나 복숭아씨에 많이 들어있는 아미그달린도 암세포에 의해 시안독으로 분해돼 암세포를 죽이는 항암제로 개발돼 사용중이다. 시안독은 복어독보다 3~4배 강한 청산가리로 유명한 독이다.

결국 약과 독은 애초부터 다른 게 아니다. 매일 먹는 밥도 많이 먹게 되면 소화분해가 잘 안돼 부패되면서 위장관에서 독소를 내품듯이 약도 그런 것이다. 용량과 용법이 약과 독을 구분짓는 요소다.

이를 두고 스위스의 의화학 창시자 파라셀수스는 “독성이 없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는다. 용량만이 약과 독을 결정한다”고 설파했다. 몸에 좋다는 약도 적정용량을 넘거나 부적절하게 사용하면 독이라는 것이다.

약과 독의 경계선에 요즘 유행하는 보톡스주사가 있다. 원래 Clostridium botulinum (학명)이라는 부패균에서 추출한 항생물질이다. 미생물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방어물질이다. 그러나 인간에게는 신경근의 수축을 막아 근육을 풀리게 하는 독이다. 이 독이 갖는 마비기능을 살려 시신경근에 주사해 사시를 치료하거나 안면경련이나 강직을 없애는 약으로 썼다. 요즘에는 사각턱이나 주름살을 교정하는 약으로 더 유명해졌다. 작용기전은 나트륨이온이 신경뉴런안으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해 근육수축을 막는 것이다.

인간의 몸은 그 뼈대가 유기물질의 집합체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고 탄소와 수소와 산소 질소. 그리고 망간 몰리브덴 등 대사활동에 관여하는 희귀금속들의 총합은 아니다. 물질적 성분과 그들의 구조물로 환원될 수 없는 생명활동을 이어가는 존재다. 따라서 몸에 부족하거나 아예 없는 어떤 물질을 먹는다고 해서 반드시 약이 되지 않는다. 생명활동이 그러한 물질을 바꿔버리기 때문이다. 또 독이라고 해서 모두 몸에 해로운 것도 아니다. 독의 성질을 잘 이용하면 고장난 생명현상을 정상으로 바꿔놓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약은 독이요 독은 곧 약인 것이다. (藥則毒 毒則藥)

이러한 약의 이치는 인문사회적 현상에서도 발견된다. 아무리 좋은 경기부양책도 너무 자주 쓰면 결국엔 독이 된다. 요즘 같은 불황기에 정부가 경기를 살려보겠다고 규제 풀고 돈 풀다 보면 당장은 경기를 살리는 선순환에 도움이 되겠지만 계속하다 보면 과소비와 경기과열로 거품만 남게 되는 것이다.

또 자식 사랑이 지극하다 못해 과보호로 치달으면 그 사랑은 자식을 옥죄는 집착이 돼 약보다는 독이 되고 만다. 부모의 자식사랑도 금도를 가져야만 진정한 약이 될 수 있다는 건 인륜을 넘어 자연의 섭리다. 약이 몸 안의 깨어진 균형을 찾아주는 한도 내에서만 약이 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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