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괄수가제 도입에 대한 의료계의 우려와 반발이 크다. 포괄수가제가 도입돼도 우리나라 의료가 직면한 문제가 단번에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 해결의 가능성은 훨씬 높아진다.
우리나라 의료가 직면한 문제로는 국민의료비의 급증, 취약한 건강보험의 보장성, 의료에 대한 국민 불신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문제들과 포괄수가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첫째 급속한 인구고령화와 만성질환 증가 그리고 OECD 평균에 한참 못 미치는 국민의료비 규모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국민의료비의 증가는 불가피하다.
지금 당장 포괄수가제가 전면 시행되더라도 국민의료비 증가 추세는 이어질 것이다. 따라서 문제의 핵심은 국민의료비 증가 자체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감당 가능한 수준으로 예측 가능하게 증가하는지 여부이다.
그런데 현행 행위별수가제로는 당장 1년 후의 의료비 지출이 얼마나 될 지도 가늠할 수 없다. 포괄수가제는 국민의료비 지출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이에 대한 정책적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둘째 포괄수가제는 비급여 진료를 축소함으로써 환자 비용부담을 낮춘다. 현행 행위별수가제에서 비급여로 분류돼 있더라도 의학적으로 필요한 서비스라면 포괄수가제에서는 급여 항목으로 인정돼 포괄수가에 반영된다.
그리고 예전처럼 비용 전액을 환자에게 부담시키는 것이 금지된다. 반면 의학적으로 불필요하지만 수익을 올리려고 환자에게 제공하던 비급여는 금지되거나 엄격한 제한을 받는다.
셋째 과잉진료를 억제함으로써 의료기관에 대한 환자 불신을 줄일 수 있다. 입원 경험이 있는 환자라면 어떤 검사나 처치를 권유받을 때 ‘이것이 내 병을 고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인지’ 를 놓고 고민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포괄수가제에서는 이런 고민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또한 동일 질병이라면 어떤 의료기관에 가든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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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는 포괄수가제가 과소진료를 야기해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의료기관으로 하여금 중증환자 진료를 기피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한다.
그러나 1983년부터 포괄수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미국의 경험을 보면 이런 우려는 기우에 불과하다. 의료계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매년 수많은 국내 의사들이 선진의료기술을 배우기 위해 미국 병원으로 연수를 떠나는 현상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포괄수가제가 과소진료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것은 이미 국내외 경험과 수많은 연구를 통해서도 입증됐다.
비효율적인 의료제도는 지속 가능할 수 없다. 그리고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이 깨지면 국민건강도 의료계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대다수 OECD 국가들이 국민과 정부 그리고 의료계 간의 대화와 타협으로 포괄수가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다른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는 이미 포괄수가제 시행이 한참 뒤처져 있다. 더 이상 때를 놓치면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부담을 떠안게 될 것이다.
지금은 찬반 논쟁을 할 때가 아니라 이해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어 포괄수가제의 성공적 도입방안을 논의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