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투초대석]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이해당사지 양보 필요한 정책...의료계 소통 강화"
-다음 주 포괄수가제도 관련 국제포럼 개최
-포괄수가제, 지표연동관리제 도입 필요
-"소통 통해 유연한 심평원 문화 정착시킬 것"

"흔히 '직업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들 합니다. 그러나 공무원은 '국민'만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정확한 표현입니다. 그것이 공무원의 진정한 영혼이라고 봅니다"
40년 가까이 공직생활을 한 강윤구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사진)이 생각하는 공무원상이다. 공무원은 자신의 이익이나 주변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국민을 위한 정책을 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의미다.
2000년대 보건복지부 차관에 청와대 사회정책수석까지 거친 그는 지난 2010년 심평원장으로 다시 보건복지관련 업무로 복귀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이하 심평원) 자리는 직급상 과거 역임했던 직책(차관)보다 높지 않은 자리다. 그러나 소임은 무겁다.
'건강보험 파수꾼' 으로서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가 알뜰하게 잘 사용되도록 안살림을 잘 꾸려야하는 임무가 그에게 있다. 심평원은 의료기관에서 환자를 진료할 때 불필요한 진료·과다처방이 없는지 살펴보고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보험료 누수가 생기지 않도록 뒤에서 봐주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남편 월급받아 생활하는 아내마냥 빠듯하게 굴러가는 건보재정 수치는 늘 그의 머리를 짓누른다.
하는 일이 그렇다보니 직접적인 관리대상에 놓여있는 의료기관과 늘 부딪친다. 당장 심평원이 주도하고 있는 포괄수가제(DRG)에 대해 의료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포괄수가제는 특정 질병진료에 통으로 가격을 매기는 정액식 의료비 지불제도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의료제도는 의사의 진료행위별로 가격을 매겨 이를 모아 청구하는 행위별수가제를 기본으로 해 왔다. 오는 7월부터 맹장, 치질, 백내장 등 7개 질환을 대상으로 의원, 병원에 의무적으로 적용된다.
의료계는 포괄수가제가 도입되면 병원별 진료차이를 결정했던 '비급여 진료'가 줄어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소통'노력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어렵지만 접점이 있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불필요한 진료는 줄이면서 필요한 진료에는 적절한 진료비를 보장해주자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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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원장은 "의료기관은 단순히 건강보험재정을 축내는 기관이 아니라 국민에게 제대로 된 의료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중요한 기관"이라며 "진료비와 관련된 정책을 정부가 일방적으로 밀어붙여서는 안되고 소통과 대화를 통해 타협점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 소통은 안으로도 일어났고 심평원 역할에 활력을 줬다.
―포괄수가제는 어떤 장점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 포괄수가제를 적용하면 과잉진료가 줄어든다는 것이 유럽·미국·호주 등 이 제도가 안정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나라에서 검증이 됐습니다. 객관적이고 타당성 있는 수가를 마련하면 의료서비스가 효율적으로 국민들에게 전달될 것입니다. 의료서비스 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체계적인 질 관리 시스템도 구축할 계획입니다.
― 의료기관들의 반대가 거셉니다. 어떤 이유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존재하는 불신이 문제입니다. 의료계는 정부가 제시하는 수가 수준이 의료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의료계와 갈등은 어떤 식으로 해결하실 계획입니까?
▶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소통을 하면 의료계도 충분히 이해하고 포괄수가제를 받아들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의료계가 협력한다면 더욱 완성도 높은 제도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불필요한 진료를 하지 않고도 적절한 진료비 보상이 가능하다는 것으로 의료계를 설득할 계획입니다. 건강보험제도가 무너지면 의료계도 생존할 수 없습니다.
― 곧 포괄수가제와 관련한 국제포럼을 연다고 들었습니다.
▶ 오는 21일 '유럽·미국·호주의 DRG지불제도 운영경험과 시사점'이란 주제로 국제포럼을 엽니다. 포괄수가제 제도를 도입해 안정화된 다른 나라의 경험과 성과를 살펴보는 자리입니다. 우리 제도에 대한 시사점을 논의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자료를 들고 의료계와 논의를 진행하면 서로의 이해의 폭이 넓어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포괄수가제 말고 다른 정책들은 없나요?
▶ 질환별로 진료를 잘하는 기관과 그렇지 못한 기관들의 진료비를 차등화 하는 성과연동지불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의료의 질은 높아지고 과다진료는 억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CT(컴퓨터단층촬영장치), MRI(자기공명촬영장치)등에 대한 검사가 지나치게 자주 이뤄지는데 의료기관간에 영상정보를 교류하도록 해 불필요한 중복검사도 막을 계획입니다.

- 건강보험재정을 통제하는 정책이 주를 이루는데요.
▶ 건강보험재정은 한계가 있는데 고령화로 의료비는 급증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 수입과 지출을 맞춰야 하는데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에요. 건강보험재정 지출은 매년 10%이상씩 증가하는데 수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해요. 결국 보험료를 더 걷어 수입을 늘려야 하지만 국민들의 저항이 만만치 않죠. 현 상황에서 약제비, 의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습니다.
― 약제비나 의료비는 어떤 방식으로 줄이시겠다는 것이지요?
▶ 쥐어짠다고 해서 건강보험의 재정건전성이 좋아진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불필요한 진료 지출을 줄이고 또 적절한 진료비를 보상해주는 접점을 찾아 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의료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국민들에게 잘 전달해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 심평원장이 되신지 2년이 지났습니다. 심평원을 어떻게 바꿔왔다고 생각하십니까?
▶ 심평원은 의사나 간호사 등 전문직이 많아서 조직이 다소 경직돼 있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직원들과 소통을 하는데 노력했어요. 처음 1년 동안 직원들하고 점심이나 저녁을 한 게 150번이 넘더라고요. 같이 밥을 먹은 직원이 2300명이 넘었고요. 직원들과 소통하면서 공감대가 생기고 보이지 않는 벽이 사라졌습니다. 자연스럽게 고객만족도가 올라가고 창의력도 올라가더라고요. 조직이 바뀐 혜택은 국민에게 돌아가게 됐고요.
― 이제 임기가 1년 남았습니다. 꼭 추진하고 싶은 정책이 있으신지요?
▶ 심평원이 본연의 업무를 잘 할 수 있도록 체질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갈 계획입니다. 전문교육과 연구기능도 확대할 생각입니다. 심평원의 전문성이 올라가야 심사평가의 일관성과 투명성도 올라가게 되기 때문입니다. 직원들과의 유쾌한 소통도 계속 늘려 행복한 직장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회사 뿐 아니라 의약계 등 건강보험제도와 관련된 이해관계자들과 대외협력도 더 강화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