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붕괴 위기에 국내 기업은 '흐림'

유로존 붕괴 위기에 국내 기업은 '흐림'

지영호 기자
2012.07.02 10:02

[머니위크 커버]유로존 공포/ 국내 기업 영향

"한국의 성장세가 2%대에 머무를 수 있다."

그리스 우파정권인 신민당이 가까스로 다수당의 지위에 올라섰지만 유로존 붕괴 위기의 파급력은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수출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2%대에 머물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경제협력기구(OECD)가 전망한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3.3%에도 미치지 못하는 전망이다.

무엇보다 대EU 수출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18일 무역협회가 발표한 '유로재정위기 방향과 우리 수출에 대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존 붕괴 위기가 국내 기업의 수출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리스의 유로존 잔류 여부와 관계없이 유럽 전역의 성장 정체가 불가피한 상태에서 EU의 대외수입 감소액은 10%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때 EU에 대한 우리나라의 수출은 5.5% 줄어들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더불어 대EU수출 비중이 18.7%를 차지하는 중국의 수출감소도 국내 수출기업의 위축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만약 중국 역시 대EU수출이 10% 감소하면 국내 기업의 대중국 수출 비중은 4.9%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수출기업 타격 불가피

우려의 목소리는 현장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의류기업 A사는 지난해에 비해 수출 실적이 20% 떨어지는 등 올 초부터 수출기업의 위축세가 두드러진다. 컴퓨터 하드웨어 공급업체인 B사의 자재구매담당 관계자는 "주문량 증감은 경기 활성화 정도를 파악하는 선행지수로 여기고 있다"며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 여파로 최근 주문물량을 취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할 정도로 상황이 좋지 않다"고 토로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4월 국내기업의 EU수출액은 지난해 55억달러에서 12억달러가 줄었다. 지난해 동기 대비 8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반면 한-EU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수출기업의 경쟁은 가속화되고 있다. 올해 EU수출 기업은 지난해 1만2700개에서 250개가 더 늘었다.

지난해 12월 제조업 평균 공장 가동률은 2009년 8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인 77.6%까지 떨어졌다. 유럽 수출의 타격으로 발생한 결과다.

문제는 앞으로다. 국내기업의 유럽 수출 감소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올 초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수출기업 500여개사를 대상으로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수출기업 애로조사'를 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62.9%가 내년 이후에도 수출감소가 계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럽의 재정위기 여파로 국내기업이 겪는 애로사항은 '대 유럽 매출·판매 감소'가 49.5%를 차지했다. 이어 '환율 변동에 따른 환차손'이 28.5%, '유럽 주문·발주 물량 취소'가 10.1%, '대금지급·결제 지연'이 8.7%를 기록했다.

 

◆유로존 위기에 따른 국내 산업별 영향

업종별로 명암이 갈린다. 지난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각 업종 대표 애널리스트들을 초청해 2012년 하반기 산업전망 세미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그리스발 유럽 재정위기와 중국 경기침체 여파에 따른 국내 업종에 대한 기상도를 내놨다.

가장 취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업종은 조선이다. 이상우 하나대투증권 연구위원은 "조선은 현재 업황 부진을 돌파할 만한 카드가 없다"며 "내년쯤 이르러 선박 수주가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더불어 조선업계가 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해양플랜트 분야도 드릴십 발주 둔화로 점차 힘을 잃을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 머니투데이

자동차업계 역시 어두운 전망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럽이 주요 수출시장 가운데 하나인데, 재정위기로 인해 판매가 급격하게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이유다. 더불어 업계의 대규모 구조조정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자동차업계는 불확실성으로 인해 올 하반기에 큰 폭의 실적개선이 이뤄지기 어려울 전망"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 역시 자동차산업의 위기를 예상하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경우 전체 판매의 80%, 한국GM은 82%를 해외 판매에 의존하고 있는데 이미 상반기 판매 감소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5월까지 국내 완성차업계의 누계판매실적은 전년 대비 6.4% 감소해 예상보다 높은 감소폭을 기록하고 있다.

철강산업은 불확실성과 아시아지역의 경쟁 심화가 거론되고 있다. 다만 중국 철강업체의 수익성 악화에 따른 감산 효과 등으로 반등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다. 변종만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업체의 감산으로 업황 반등이 예상되지만 경기 불확실성이 남아있다"고 진단했다.

건설산업은 중동 특수 등의 여파로 발전·정유·화학 플랜트 건설의 호조세가 있겠지만 국내시장의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와 공공발주 사업의 수익성 악화로 인해 혼조세를 띨 전망이다. 석유화학산업은 중국의 긴축 완화 영향으로 하반기 다소 개선될 여지가 있지만 중동의 대중국 수출비중이 증가하는 점은 악재로 꼽았다. 이밖에 기계산업은 중국 모멘텀이 종료 단계에 진입한 점이 우려스럽지만 앞으로 미국 및 유럽과 이머징마켓에 의해 산업을 주도할 것으로 보고 건설장비시장의 성장세를 예견했다.

사진 머니투데이

 

◆전자, 반도체는 맑음

우울한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전자산업과 반도체산업은 비교적 밝은 전망이 이어지고 있다. 전자산업은 스마트폰과 스마트TV의 판매 성장이 예상된다. 권성률 동부증권 연구원은 "LTE(롱텀 에볼루션) 스마트폰 등 국내 스마트폰 성장률이 30%에 이르는 등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TV는 최근 개막된 유로2012를 비롯해 런던올림픽, 연말 디지털방송 전환 등에 힘입어 3% 성장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더불어 반도체산업 역시 기술격차에 따른 독주가 예상된다. 소현철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반도체 시장은 모바일 디램과 비메모리, 디스플레이는 아몰레드(AMOLED) 중심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그 결과 해당 업종에서 국내 업체들이 해외 경쟁업체와 기술격차를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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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영호 산업2부장

'두려울수록 맞서라' 처음 다짐을 잊지 않는 기자를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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