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 응급의료법 시행규칙 개정…본 취지 훼손 지적
앞으로 휴일이나 야간에도 각 진료과별 응급 당직 전문의가 항상 병원에서 대기할 필요가 없어졌다. 정부가 당초 방침에서 물러나 응급 당직의를 비상호출(온콜)하는 식으로 방향을 바꿨기 때문이다.
정부가 의료계의 반발을 수용한 것인데 환자 단체 등을 중심으로 기존 체계와 달라진 것이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건복지부는 4일 '당직 전문의 비상호출(on-call)' 체계를 도입하는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안건은 이달 중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다음 달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라 다음 달부터 전국 458개 응급의료기관은 각 과별 전문의들이 병원에 상주할 필요 없이 호출이 있으면 응급실로 오는 '전화 당직'을 서도록 하면 된다.
이는 복지부의 기존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앞서 복지부는 환자에 대한 비상 진료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전체 진료과에서 3~4년차 전공의나 전문의가 한 명 이상 병원에서 응급 당직을 서도록 하는 개정안을 추진했다.
지금까지는 응급실 의사(보통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를 받은 후 각 과로 연결하면 인턴이 우선 환자를 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리지 못할 경우 1~2년차 전공의, 3~4년차 전공의, 전문의 순으로 순차적으로 올라가며 호출하는 식으로 환자를 봐왔다. 사실상 응급 당직 의무는 주로 인턴이나 1~2년차 전공의에게 주어졌던 셈이다. 또 응급상황에 대응이 늦어진다는 비판도 많았다.
응급 당직제 변경에 대해 의료계는 반발했다. 전공의들은 "가뜩이나 힘든 근무여건에 당직이 더 늘어난다"는 이유로, 병원들은 "전문의들의 원내 당직을 강제하면 인건비가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었다.
고심끝에 탄생한 것이 '전문의 비상호출 체계'다. 그러자 이번엔 환자 단체가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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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세상네트워크는 "병원 내 상주가 아닌 외부 호출을 허용한 '전문의 당직'은 '진료지체'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라며 "(이는 정부가)이익단체의 이해만을 수용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의료계에서조차 이 같은 목소리가 나온다.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온콜을 인정한다면 기존 응급 의료 체계에서 거의 변한 것이 없다"며 "응급환자가 많은 과 온콜에서 전체 과 온콜로 확대된 것 뿐"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전화 받은 후 언제까지를 콜 당직으로 보느냐의 기준이 명확치 않아 환자에게 문제가 생기더라도 병원이나 당직의사의 과실을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이에 대해 복지부 관계자는 "전문의의 병원 상주보다 직접 진료에 무게를 둔 것"이라며 "당직제가 전체 과로 확대되고 처분규정도 생긴 만큼 병원 입장만 고려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