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주 시대 안녕… 저평가 자산주를 봐라

성장주 시대 안녕… 저평가 자산주를 봐라

심재현 기자
2012.07.12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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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유럽발 경기침체에 성장 모멘텀 약화

"자산주 랠리가 시작될 겁니다."

이채원 한국밸류자산운용 부사장이 얼마전 만난 자리에서 꺼낸 얘기다.

 

이 부사장은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경기침체 상황이 좀더 이어지면 투자자들의 관심은 자산주로 향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의 실적 모멘텀에 따라 주가가 급성장하는 성장주 시대가 저물고 안정적이고 탄탄한 기업가치 위에 선 자산주가 주목받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얘기다.

 

자산주 시대가 도래할 기미는 이미 여기저기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일단 대표적인 성장주로 연초까지 국내 증시 상승세를 이끌었던 삼성전자의 주가상승률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분기 실적증가세도 이전보다 확연하게 둔화된 게 단적인 예다.

 

◆자산주 주가 '꿈틀'…2005년 자산주 펀드 붐 재연?

 

내로라하는 자산주 주가도 꿈틀거리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성창기업지주 주가는 지난달부터 12.59% 올랐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는 등락을 오가며 1.74% 오르는데 그쳤다.

 

남화토건(12.39%), 아트라스BX(11.08%),한일이화(8,150원 ▲350 +4.49%)(7.89%), 삼성공조(6.18%),대덕GDS(4.65%) 등도 시장 대비 초과수익률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불황 장세가 본격화될수록 자산주 랠리가 강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성장 모멘텀보다는 눈에 보이는 자산가치에 주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서는 이런 추세가 국내만이 아니라 글로벌 증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현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우증권에 따르면 이머징마켓 실적 추정치가 1년 넘게 하향 조정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4월 일시적으로 상향 조정됐던 글로벌 기업실적 추정치도 2개월 연속 하향 조정됐다.

 

국내 기업의 이익 전망치 역시 IT(전기전자)와 경기소비재 부문의 실적 전망 하향 조정으로 지난달 -0.41%를 기록해 3개월 만에 하향세로 돌아섰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05년 국내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기관들이 저평가된 자산주를 대거 사들였던 사례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증시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과거 1980년대에도 성창기업, 만호제강, 경방 등 자산주 3인방이 바람몰이를 할 때 주가상승률이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100배에 가까웠다"며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장세가 또 오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말했다.

 

◆시총 넘는 현금 보유…"절대적 저평가"

 

자산주는 크게 '현금부자' '땅부자' '지분부자'로 나뉜다. 대표적인 현금부자기업으로는삼성공조(9,820원 ▼80 -0.81%)가 있다. 보유현금이 이미 시가총액을 넘어선 상태다. 1분기 말 기준 현금성자산이 1400억원으로 총 부채 480억원을 갚고도 시가총액(5일 종가 기준 670억원)보다 많다. 지난해 말부터 최대주주 고호곤 회장의 장남 태일씨가 꾸준히 주식을 사들여 지분율을 8.27%로 높인 것도 자산가치에 비해 주가가 싸다는 인식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아트라스BX의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도 1491억원으로 시가총액의 70%에 달한다. 오두균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돱연말이면 보유현금이 시가총액에 버금갈 전망돲이라고 말했다.

 

성창기업지주와 서부T&D, 경방은 부동산 알짜 기업이다.성창기업지주(4,735원 ▼65 -1.35%)가 하반기 한국토지주택공사에 매각하는 부산 명지지구 토지의 공시지가는 1720억원에 달한다. 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 1287억원을 훌쩍 웃도는 액수다.

 

서부T&D(9,520원 ▲170 +1.82%)는 서울 신정동 화물터미널 부지와 용산 관광버스터미널 부지, 인천 연수구 쇼핑몰을 보유하고 있다. 합계 시세가 1조5000억원으로 시가총액 6115억원의 2배가 넘는다. 용산부지는 호텔 개발 이슈도 있다.

 

경방(7,580원 ▼20 -0.26%)도 영등포 타임스퀘어 가치만으로 시가총액을 넘어선다. 지방 부동산 가치까지 감안하면 현재 시가총액 2024억원은 '헐값'이라는 평가다.

 

남화토건(5,980원 ▲1,380 +30%)은 '친구'를 잘 둔 경우다. 남화산업, 한국시멘트, 한국케이블TV광주방송 등 3사의 실질 지분율(38.9%)을 감안하면 부동산 가치만 430억원에 이른다. 손자회사인 한국시멘트의 상장 가능성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동국실업(2,305원 ▲150 +6.96%)은 상장 자회사인 동양철관과 엠비성산의 지분가치가 424억원이다. 동국실업의 시가총액 604억원의 70%에 달하는 규모다.

 

한진그룹 계열 물류업체인한진(15,400원 ▼100 -0.65%)은 보유 중인 대한항공 지분(9.72%)만 팔아도 3677억원을 챙길 수 있다. 한진 시가총액 2371억원을 훌쩍 웃도는 액수다. 이밖에 비상장사인 서울고속버스터미널 지분(1000억원)과 보유 부동산 가치(5500억원)도 있다.

 

플랜트 기자재 업체인영풍정밀(11,400원 0%)역시 보유하고 있는 고려아연(1.56%·1137억원)과 영풍(4.39%·46042;706억원)의 가치만 해도 시가총액(1701억원)을 넘는다.

 

◆성장성 곁들이면 금상첨화…재무제표 꼼꼼히 봐야

 

헐값 자산주라고 해서 무작정 투자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주력사업의 전망이 불투명하거나 보유하고 있는 자산의 환금성이 떨어질 경우 제대로 평가받기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최근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동산 가치가 그렇다. 장부상 자산으로 반영될 수 있는 재고나 미수금 등도 주의 깊게 봐야 할 부분이다.

 

이 때문에 자산주 중에서도 어느 정도 성장성을 갖춘 기업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이소용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그린푸드(13,520원 ▲240 +1.81%)가 성장하는 자산주의 대표 모델"이라며 "주식 1조700억원, 부동산 1894억원 등 보유자산 총합이 1조6000억원으로 시가총액(1조5828억원)과 비슷한 수준인 데다 실적 개선세도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실적 가이던스는 매출액 1조1400억원, 영업이익 700억원이지만 2020년 매출액 목표는 2조6000억원으로 연 10%씩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며 "통합구매, 구매선진화, 물류센터 추가확보 등을 통한 효율성 향상으로 영업이익률을 현재 6%에서 8%로 상승시킬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송 현대증권 연구원은 "KT(52,700원 ▲300 +0.57%)는 부동산 자산을 임대, 분양, 매각하는 것만으로도 통신네트워크 사업의 이익 감소를 상쇄할 만한 이익을 낼 수 있다"며 "향후 3년 동안 매년 최소 주당 2000원을 배당하겠다는 정책도 매력적"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8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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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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