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정상들이 유럽의 항구적인 구제기금인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은행들에 자본을 직접 확충할 수 있도록 합의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결국 각국 정부가 보증해야 한다고 월스트리트 저널(WSJ)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유럽연합(EU) 당국자의 말을 익명으로 인용해 이같은 관측 때문에 다시 스페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7%에 육박하는 등 유로존 채권시장이 불안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주 EU 정상들은 유로존 내에 하나의 은행 감독기구를 설립한 뒤 ESM이 유로존 각국 은행들에 자본을 직접 확충할 수 있다고 합의했다.
이에 대해 EU 당국자는 WSJ와 인터뷰를 통해 "ESM이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며 "ESM은 은행의 지분을 확보할 수 있지만 정부가 관련해 완벽하게 보증할 때만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또 유로존 회원국의 보증이 정부 부채 부담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 않지만 부채가 "정부 신용 리스크로 남아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ESM이 직접적으로 은행의 자본을 확충할 수 있으면 정부 부채 부담과 은행 위기의 관계를 끊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돼 왔다. 정부가 은행 시스템을 지원하기 위해 구제기금을 받으면 은행 시스템 문제는 해결되지만 정부 채무가 늘어나 소버린(sovereign: 국가) 신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며 정부의 자금조달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 이는 다시 해당 정부의 국채를 보유한 은행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부메랑이 됐다.
이날 스페인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은 6.97%로 EU 정상회의 직전 수준까지 올랐다. 이탈리아의 10년물 국채수익률 역시 지난 3일 5.65%까지 떨어졌다 다시 6%를 넘어섰다.
WSJ에 따르면 EU 당국자는 또 지난주 EU 정상회의에서 ESM의 은행권 직접 지원의 조건으로 합의됐던 유로존의 단일 은행 감독 시스템이 2013년 하반기 이전에 설립돼 운영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EU 정상회의에서 올해 말까지 유로존 단일 감독 시스템을 확립하기로 합의됐다고 발표된 것과 다른 내용이다.
이 당국자는 유로존 단일 은행 감독 시스템이 올해 안에 설립되기 어려운 만큼 스페인에 ESM을 통해 자금을 지원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밝혔다.
스페인에 대한 구제금융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에서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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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는 EU 당국자의 이같은 발언이 EU 정상회의 이후 조성된 희망을 실망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핀란드와 네덜란드 정부가 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ESM 등 구제기금을 통한 위기국 국채 매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혀 투자자들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었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9일 브뤼셀에 모여 지난주 EU 정상회의 결과를 구체화할 예정이다. WSJ는 이 재무장관 회의에서 EU 정상회의 때 이뤄진 중요한 합의들이 구체화할 것이라는 기대감은 현재 낮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