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사들이 일본산 후판을 싸게 들여오고, 우리에게도 싸게 내놓으라고 압박하는데 인내심에 한계가 있다"
"철광석 값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요지부동이다. 철강사들은 지금까지 그래왔듯 조선사에 '갑' 노릇을 하려 든다"
조선-철강업계의 후판 가격 협상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조선소들은 지난해 3분기 톤당 170달러 이상이던 철광석 가격이 최근 120달러선까지 내렸는데도 후판가격은 내려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고 불만이다. 지난 2분기 후판 가격을 동결했으니 이번만큼은 반드시 가격을 인하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철강사는 철강사대로 고충을 토로한다. 철강 가격이 바닥까지 추락해서 수지를 맞추기 어려운 판에 조선사 입장을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철강 공급 과잉으로 조선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한·중·일 철강사들이 벌벌 긴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조선·철강 모두 우리 경제의 대들보들이다. 동시에 전통적으로 가격을 두고 힘겨루기를 해온 '앙숙'지간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계 경기 침체로 양 업종 모두 상처투성이가 된 지금은 싸움만 할 때는 아니다.
조선소는 선박 수주가 없어 2014년 상반기 이후엔 일감이 없는 상태이다.
철강사들도 중국에서 우후죽순처럼 난립한 제철소들 때문에 물건을 팔면 팔수록 손해인 역마진 위기에 봉착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만간 있을 조선-철강-해운업계간 '승선 세미나'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선주협회가 주관하는 크루즈 선상 세미나에 3개 협회가 동시에 참여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로를 배척하면서 지금껏 한 배에 올라탄 적이 없던 조선업계와 철강업계의 '오월동주(吳越同舟)인 셈이다.
참석자들이 실무자급이어서 양 업계의 정책적 변화까지 이끌어내긴 쉽지 않겠지만 의미는 적지 않다. 최소한 심상치 않은 세계 경제 상황에 대한 인식이라도 같이 한다면 '상생'의 첫발은 내딛는 셈이다.
대·중소기업간 상생도 중요하지만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지금은 산업간 상생이 절실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