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LLC형 벤처캐피탈의 문제점은?

[더벨]LLC형 벤처캐피탈의 문제점은?

이상균 기자
2012.09.26 10:17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9월25일(08:02)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LLC형 벤처캐피탈. 이른바 유한책임회사를 말한다. 임직원들이 소속 회사의 지분을 직접 보유해 경영에 참여하는 형태다. 책임 경영이 가능해지고 회사의 수익을 지분에 따라 분배받을 수 있다. 미국의 경우 벤처캐피탈의 80%가 LLC형이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일단 일선 근무자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대부분 심사역들이 종국에는 LLC형 벤처캐피탈에서 근무하는 것을 꿈꾼다. 경직된 조직문화에 숨 막혀 하는 젊은 심사역들이 특히 그러하다. 자신이 일한만큼 회사의 수익을 나눠 갖는다는 점이 매력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동기부여가 잘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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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실제 현실은 정반대다. 올해 8월말 기준 국내에서 LLC형 벤처캐피탈은 고작 8곳에 그친다. 총 벤처캐피탈이 103개이니 비율로는 7.7%에 불과한 것이다. 내실도 부실하다. 8곳 중 제대로 된 투자활동을 하는 곳은 프리미어파트너스와 캡스톤파트너스, 이노폴리스파트너스 등 3곳에 불과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나머지 5곳은 존재감도 미미한 실정이다.

국내 LLC형 벤처캐피탈의 암울한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가 있다. 올해 중순 큐브벤처파트너스는 핵심 인력의 이동과 매각 추진이 동시에 일어났다. 소속 임원이 이탈하면서 회사 존속에 문제가 생기자 큐브벤처파트너스는 CJ창업투자로 매각을 추진했다.

하지만 보유 조합의 유한책임투자자(LP)인 사학연금이 반대하면서 무산됐다. 결국 외부에서 인력을 영입한 이후 회사 존속으로 가닥을 잡은 상태다. 큐브벤처파트너스 천승욱 대표는 "LLC형 벤처캐피탈을 지원하겠다는 한국벤처투자의 의지가 많이 약해지면서 펀드레이징이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핵심 인력이 이탈하고 CJ창업투자로 이동을 모색한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그럴까. LLC형 벤처캐피탈의 부진을 모두 외부의 탓 만으로 돌릴 수 있을까.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서 언급한 3곳의 LLC형 벤처캐피탈을 살펴보자. 모두 양질의 인력을 보유하거나, 특정 산업 투자에 강점이 있는 곳들이다.

국내 최초의 LLC형 벤처캐피탈인 프리미어파트너스는 소속 임직원들의 트랙레코드가 가장 화려하다는 평을 듣는다. 심사역 경력 10년 이상의 베테랑이 즐비하다. 자연히 투자 소진 속도도 빨라 벌써 세 번째 조합을 결성했다. 이중에는 1000억 원 규모의 KIF조합도 포함돼 있다. 이 조합 역시 결성 2년 만에 투자의무비율을 거의 채운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 혹은 내년 초쯤 추가 조합 결성에 나설 예정인데 전망이 밝다. 벌써부터 LP들이 출자를 해주겠다며 대기하고 있다.

캡스톤파트너스는 남들이 등한시하던 게임투자를 개척한 곳이다. 피투자기업의 기업공개(IPO) 없이 M&A와 블록 딜만으로 상당한 수익률을 기록했다. 국내 게임시장에 탄탄한 딜 파이프라인을 보유해 중국의 1위 게임사인 텐센트에서도 수백억 원을 출자 받았다. 국내 벤처캐피탈이 중국 게임사에서 출자를 받기 시작한 것도 캡스톤파트너스 이후부터다.

이노폴리스파트너스는 최근 핵심 인력의 이탈로 고전하고 있지만 대덕 지역에 위치한 기술기업 투자에 강점을 보인다는 평이다. 보유 조합은 총 2개로 이중 KIF조합은 지난해 10월 결성했다. 당분간 펀드레이징 염려 없이 투자에만 전념할 수 있는 구조다.

반면 나머지 5곳은 변변히 내세울만한 트랙레코드가 없다. 보유 조합도 고작 한 개에 머물고 있다. 투자기간이 모두 끝났지만 두 번째 조합 결성은 엄두도 못 내는 곳도 있다. 이중에는 한 개 기업에 보유자산의 20% 이상을 투자한 곳도 있다. 업계에서는 스스로 투자리스크를 키운 것이 화가 됐다고 지적한다.

벤처캐피탈은 트랙레코드가 생명이다. 트랙레코드가 좋아야 펀드레이징이 가능해지고 조합을 결성할 수 있다. 트랙레코드가 좋다면 LP들이 서로 출자하겠다고 경쟁한다. 그리고 그 트랙레코드를 만드는 것은 결국 그 회사의 임직원이다. LLC형 벤처캐피탈이 자신들의 부진을 LP에게 떠넘기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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