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진정 대·중소 상생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기업이 더 이상 성장할 수 없도록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한 중견기업 A사 임원은 지난 3∼4년 동안 투자해온 발광다이오드(LED)조명사업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이 회사는 연매출 1000억원 초반에서 수년 째 정체된 상황에서 벗어나 다시 성장하기 위해 신수종인 LED조명에 집중 투자했다. 하지만 이 부문이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중견기업으로서 애매한 입장에 놓였다.
이 임원은 "중소기업을 위한 적합업종이기 때문에 중견기업도 대기업과 마찬가지로 LED조명 조달시장 참여 등에 제한을 받는다"며 "해외시장에 진출하려고 해도 자국에서 쌓은 실적이 없으면 명함조차 내밀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때문에 이 회사는 수년 간 준비해온 LED조명사업을 지분관계가 없는 지인에게 통째로 넘기는 방법까지도 검토 중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으로부터 중소기업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다. 중소기업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 향후 3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협의를 통해 대기업의 사업철수 내지는 확장 자제가 이뤄진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민간단체인 동반성장위원회가 선정한다.
중소기업적합업종은 그 취지에 맞게 순기능도 드러나고 있다. 순대와 청국장이 적합업종에 선정되자 LG그룹 방계회사인 아워홈이 관련 사업을 정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CJ는 김치, 어묵, 조미김, 두부 등 사업을 축소하는 등 대기업들의 발 빠른 조치로 해당 업종에 속한 중소기업들의 숨통이 어느 정도 트였다는 평가다.
하지만 대기업 규제를 위한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중소기업을 졸업한 중견기업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LED조명 등 중견기업이 기존 혹은 새로 추진하는 사업이 중소기업적합업종에 선정되면 앞선 사례와 같이 회사 성장의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으로, 다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구조가 온전히 자리 잡을 수 없다.
중견기업은 중소기업을 졸업하자마자 세제감면과 대출우대 등 혜택은 줄어드는 반면, 규제는 대기업 수준으로 늘어난다. 때문에 중소기업으로서 혜택을 계속 받기 위해 어느 정도 규모가 커지면 사업부를 분사하는 등 방법으로 중소기업에 머무르려는 움직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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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한 중소기업적합업종이 외려 중견기업 성장의 발목을 잡으면서 향후 중소기업이 더 이상 자라지 않으려는 '피터 팬 콤플렉스'가 확산할 수 있음을 동반성장위원회는 간과해서는 안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