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공황 이후 가장 저평가..'뉴노멀'은 없다"

"주식, 대공황 이후 가장 저평가..'뉴노멀'은 없다"

필라델피아(펜실베이니아주)=권성희 특파원
2012.10.29 06:00

[인터뷰]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학 와튼스쿨 교수

 "요즘 저성장이 일반화됐다는 의미에서 '뉴 노멀'(New Normal)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떠오르는 것이 있어요. 1990년대 말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기술주버블이죠. 그때도 기술주 폭등으로 인한 높은 밸류에이션이 이제는 표준이 됐다며 '뉴 노멀'이라고 했습니다."

↑제레미 시겔 교수가 강의를 마친 후 자신의 저서 '주식투자 바이블'에 사인하고 있다. / 필라델피아(미국)=권성희 특파원 shkwon@
↑제레미 시겔 교수가 강의를 마친 후 자신의 저서 '주식투자 바이블'에 사인하고 있다. / 필라델피아(미국)=권성희 특파원 shkwon@

 주식낙관론으로 유명한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교(와튼스쿨) 교수는 최근 세계적으로 경제성장세가 둔화되며 비관론이 팽배한 데 대해 과도한 낙관론과 다를 바 없다며 일침을 놓았다. 과도한 낙관론은 버블을 유발하지만 과도한 비관론은 자산가치의 저평가를 초래한다.

 이에 따라 시겔 교수는 "미국 주식시장만 봐도 1929~1932년 대공황 이후 가장 많이 저평가돼 있다"며 "뉴욕증시의 PER(주가수익배율)가 역사적 평균 수준만 회복해도 증시는 현 수준에서 10% 이상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시겔 교수는 최근 와튼스쿨이 매년 전세계 기자 40~5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제기자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으로 강의했다. 그는 주식이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었다는 점을 지난 210년 간의 방대한 데이터를 통해 소개한 뒤 선진국의 인구고령화와 신흥국의 경제성장이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과 유럽 채무위기에 대한 해법 등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2시간에 걸친 강의와 별도 인터뷰를 토대로 경제와 주식시장에 대한 시겔 교수의 식견을 정리했다.

 ―세계적인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의 빌 그로스 CFO(최고투자책임자)가 최근 주식이 장기적으로 가장 수익률이 높은 자산이라고 믿는 '주식 숭배의 시대'가 끝났다고 주장했다.

 ▶1802년부터 주식의 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연평균 6.6%였다. 이에 대해 그로스는 주식수익률이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뛰어넘을 수 없다며 이 기간에 GDP 성장률이 3.5%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주식수익률이 비정상적으로 높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식의 연평균 수익률 6.6%는 주식의 배당금을 재투자했다는 가정을 토대로 한 것이다. 주식수익률의 3% 정도를 배당금 재투자분이라고 하면 주가 상승에 따른 수익률은 3.6% 정도로 GDP 성장률과 비슷했다.

 1802년부터 2012년 6월까지 미국의 주가 움직임을 쭉 연결하면 장기 추세선이 나오는데 현재 주가는 이 추세선의 22% 아래에 위치해 있다.

 지난 210년 동안 실제 주가가 이 추세선 아래로 떨어진 적도 있고 위로 올라간 적도 있지만 언제나 장기적으로는 이 추세 선으로 돌아왔다. 이는 이른바 평균회귀다. 평균적으로 계산하면 주식가치는 매년 6.6%씩 상승해왔고 10년마다 2배씩 자산가치가 높아졌다.

 ―저성장의 '뉴 노멀' 시대에는 주식의 수익률도 낮아지는 것 아닌가.

 ▶1990년대 말 미국의 기술주버블 때도, 1980년대 일본증시 버블 때도 '뉴 노멀'이라는 주장이 있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린 만큼 또는 지역이 다른 만큼 기존 밸류에이션으로 평가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었다.

 나는 그때 이처럼 높은 밸류에이션이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란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저성장국면이 앞으로 지속될 것이란 증거는 없다. 다만 GDP 성장률이 장기적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진다면 PER도 낮아질 수 있다.

 ―그럼 저성장 시대에는 주식의 매력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나는 미국시장만을 연구했지만 '낙관론자들의 승리'라는 책의 저자들은 1900년부터 2010년까지 전세계 19개국 시장의 실질수익률을 조사했다. 그 결과 주식수익률은 국가별로 차이가 났지만 국채수익률을 월등히 앞선다는 점은 공통적이었다.

 주식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국가에서는 국채수익률이 더 나빴다. 전세계적으로 공통적인 이같은 '주식프리미엄'은 매우 인상적인 것이다. 장기적으로 주식은 어느 국가에서나 채권보다 수익률이 높았다. 이런 '주식프리미엄'은 단기적으로 더 높은 주식의 변동성을 수용한데 따른 '리스크 프리미엄'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주식시장은 어떤 상태인가.

 ▶뉴욕증시 S&P500지수의 장기적인 평균 PER는 15배였다. 지금은 올해 이익전망치 기준으로 14.3배, 내년 이익전망치 기준으로 13.6배에 불과하다. 내년에 PER가 역사적 평균인 15배로 회복된다면 S&P500지수는 1591까지 올라갈 것이다.

 지금 금리가 사실상 제로(0) 수준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PER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역사적으로 금리가 8% 이하였을 때는 PER가 평균 19배로 올라갔다. 내년 이익 기준으로 PER가 19배까지 올라가면 S&P500지수는 현재보다 40% 이상 높은 2015가 돼야 한다.

 중국 상하이증시도 현재 PER가 올해 이익전망치 기준으로 9.5배, 내년 이익전망치 기준으로 8.3배에 불과하다. 중국은 현재 전세계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저평가돼 있다.

 ―PER가 더 떨어질 수도 있지 않나.

 ▶내 친구인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는 과거 PER가 6~7배까지 떨어진 적이 있다며 현재 PER 역시 더 낮아질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PER가 6~7배였던 때는 미국의 국채금리가 두자릿수였던 1970년대부터 1980년대 초 사이였다.

 주식의 가장 큰 경쟁자이자 원금이 보장되는 국채에서 10% 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는데 누가 주식에 투자하려 하겠는가. 이례적인 고금리 환경에서 PER가 6~7배까지 극도로 저평가됐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금값이 큰 폭으로 뛰었다. 금의 투자가치는 어떤가.

 ▶1802년부터 2012년까지 주식과 장기국채, 만기 1년 미만의 단기국채, 금, 현금(달러)의 연평균 실질수익률을 조사한 결과 주식은 6.6%, 장기국채는 3.6%, 단기국채는 2.7%, 금은 0.7%였다.

 이러한 수익률 차이가 어떤 결과를 낳는지 알아보기 위해 1802년에 1달러를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 그러면 2012년 6월 현재 인플레이션을 제한 실질가치는 주식의 경우 66만9500달러에 달한다.

 반면 장기국채는 1633달러, 단기국채는 284달러에 불과하다. 연평균 수익률이 0.7%인 금은 어떨까. 4.35달러다. 금은 배당금도, 이자도 없이 순전히 가격 상승분만이 수익이 된다. 여기에 인플레이션을 제하니 금은 수익률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금이 투자대상으로 매력이 있으려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되든지 하이퍼 인플레이션이 찾아와야 한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 2가지 모두 가능성이 극히 낮다. 그나마 금은 현금보다는 낫다. 1802년의 1달러는 현재 0.053달러의 가치밖에 안된다. 지난 210년간 달러의 연평균 수익률은 -1.4%였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은 인구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퇴직을 하면 주식을 팔아 생활비를 확보하려 할 텐데 이런 인구구조의 변화가 주식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나.

 ▶미국과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의 인구는 고령화되고 있지만 중국과 인도, 그외 아시아와 아프리카 등 신흥국 인구는 상대적으로 젊다. 이런 인구구조를 봤을 때 앞으로 전세계 GDP에서 선진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폭 낮아지고 신흥국 비중이 높아질 것이다.

 자산시장에서도 앞으로 신흥국 투자자들이 주요 매수자가 될 것이다. 단적으로 말해서 나는 2050년이 되면 미국의 다국적기업이 모두 외국인 소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장이 미국인이거나 본사가 미국에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지분율은 신흥국의 외국인이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다. 외국인들이 미국의 주식을 사주거나 다우지수가 4000까지 떨어지거나 둘 중 하나다.

 ―한국도 일본처럼 인구증가율이 둔화되면서 성장잠재력이 떨어질 것이란 우려가 있다. 한국의 경제와 주식시장은 어떤가.

 ▶한국은 놀라운 나라다. 사람들이 매우 열심히 일한다. 일본과 비슷하지만 훨씬 더 낫다. 한국의 브랜드가치는 올라가고 있다. 매우 인상적이다. 한국기업들의 브랜드가 전세계에서 팔리고 있고 전세계 투자자가 한국기업(주식)을 사고 있다. (인구고령화를 겪는 모든 선진국처럼 한국도 외국인들이 주식을 매수해줘야 하는지 묻자 시겔 교수는 그렇다고 답했다.)

 ―유럽의 채무위기가 계속되고 있다. 해법은 무엇인가.

 ▶유럽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와 함께 은행에 유동성을 충분히 공급하면 은행위기는 막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위기가 근본적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유럽위기의 근본 원인은 경제가 취약한 국가의 인건비가 경쟁력에 비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유로화 가치를 절하해서 그리스와 포르투갈, 스페인 등 어려움을 겪는 국가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유로화 가치를 떨어뜨리면 이들 국가의 인건비를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반대로 독일이 인건비를 높이는 방법도 있다.

 나는 유로존 모든 회원국이 유로존에 잔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실업률이 오랜 기간 매우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원치 않아도 유로존을 떠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실업률이 낮아지지 않으면 유일한 해결책은 유로화를 버리고 자국 통화를 채택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려 경쟁력을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 나는 그리스가 결국 유로존을 탈퇴할 확률이 50%라고 생각한다. 이는 결코 낮은 확률이 아니다.

<제레미 시겔 와튼스쿨 교수>

△1967년 컬럼비아 대학 졸업 △1971년 MIT대학 박사 학위 △1972~1976년 시카고대학 경영대학원 교수 △1976년~ 와튼스쿨 교수 △저서 '주식투자 바이블' '투자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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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희 기자

안녕하세요. 국제부 권성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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