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벨]'이기적 자본주의'의 가벼움

[더벨]'이기적 자본주의'의 가벼움

김경은 기자
2013.03.15 11:58

[thebell note]

더벨|이 기사는 03월13일(10:32) 자본시장 미디어'머니투데이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밀란 쿤데라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 주인공들은 무거운 윤리의식때문에 놓친 행복을 뒤늦게 깨닫고 자신을 책망하고 후회한다. 동시에 비윤리적인 주인공들은 사회와 융화되지 않고 방황한다.

놀부의 재조명을 통해 대한민국의 착한 사람 콤플렉스를 꼬집는 목소리도 있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는 타인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에 대한 존경이 더 크다. 가벼운 윤리의식이 주는 자유를 동경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척하고, 놀부 이기심의 효용을 인정해도 부정해야한다.

칭찬이 고파서일까. 이기적 유전자를 타고난 자본주의인데 착한 자본주의의 옷을 입으려는 시도가 늘어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경제 부문에서 가장 강조되는 단어는 '창조경제'다. 박 정부의 창조경제는 경제적 취약 부문으로 꼽혀온 중소기업 육성을 주요 가닥으로 잡은 모습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돈을 풀고, 벤처투자업계는 유동성이 넘쳐날 전망이다. 국민연금, 정책금융공사 등 주요 벤처펀드 출자자들의 지갑은 벌써부터 두둑한 실탄을 장전한 상태다. 연기금 대체투자 확대방침에 따라 올해 최대 규모의 유동성이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투자 성과 측면에서 보면 2013년 빈티지를 바라보는 벤처투자업계의 시선이 싸늘하다. 유동성이 넘쳐났던 해에 생긴 펀드들의 성과가 신통찮았던 경험 때문이다. 돈은 넘치고 투자 할 만한 곳은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펀드는 소진돼야하기 때문에 기업들의 밸류에이션은 과대평가될 개연성이 높아진 것.

이와 동시에 다른 한편에서는 자금 조달시 중소기업이 제 값을 못받는 아이러니도 벌어지고있다.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기업의 억울한 입장보다 투자자 보호 명목이 우선하기 때문이다. 기업공개시 공모가를 낮춰잡도록 하는 금융당국의 창구지도가 성행하고 있는데, 로비력이 약한 중소기업에 칼끝은 더 매섭다.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정부는 돈을 풀지만, 한편에서는 자금 조달이 원활치 못한 형국에서 착한 자본주의의 한계가 언뜻 비친다. 벤처캐피탈을 통한 자금조달과 기업공개(IPO)를 통한 투자금 회수가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있는 구조에서 착한 자본주의는 스스로 타협점을 찾아가기 버겁다.

이기적 자본주의는 분명 가벼워보인다. 하지만 이쯤에서 아담 스미스의 옛날 경제학을 다시 들춰내본다. '보이지 않는 손'은 이기적 개인들이 도덕적 선(善)을 실현하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이기적인 행위들이 모여서 자연스럽게 가격을 찾아갈때 착한 경제는 오히려 가능한 일인지도 모를일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