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한진중공업, 동국제강, 포스코강판...
최근 몇 년 동안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 있는 굴뚝기업들이다. 정유·철강·조선 업황의 극심한 침체 탓이다. 맥락이 전혀 다르지만 공통점이 하나 더 있다. 신선한 노사관계의 '전범'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코강판은 지난 해 14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년 연속 적자다. 사측은 물론 노조 분위기도 좋을 리 없다. 그런데도 창사 25주년을 맞은 1일 노사가 손을 맞잡았다. '경영위기 극복 노사화합 선언'을 위해서다.
노조는 이날 사측에 임금 인상안을 일임키로 했다. 임금 조정 기간도 2년으로 늘렸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하지만 노사가 한 데 힘을 모아야 한다는 데 임직원 모두가 동의했다. 2009년과 2012년 각각 직책 보임자와 임원들의 임금반납을 통해 '고통분담'에 나섰던 선례가 올해에도 어김없이 반복된 셈이다.
동국제강도 지난 달 27일 노사 공동 선언을 발표했다. 노조는 임금 인상률을 회사가 정하도록 위임했다. 회사는 '고용안정'과 물가상승률 수준의 임금 인상으로 화답했다. 지난 해 적자를 봤고 올해도 철강업황 회복 지연으로 경영환경이 더없이 어렵지만 상생의 '윈윈전략'을 선택한 것이다.
지난 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반토막 난 현대오일뱅크의 노조도 지난 2월 쉽지 않은 결정을 했다. 올 들어 대기업 최초로 자발적 임금동결을 선언했다. 회사의 경쟁력과 조합원의 고용안정에 무엇이 도움이 될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물이었다고 한다.
한진중공업 사례도 비슷하다. 수주부진에 따른 정리해고와 휴업으로 온 나라를 들썩일 정도로 노사 갈등이 심했다. 하지만 최근 노사가 대립하는 대신 손을 맞잡고 '새로운 비상'을 꿈꾸고 있다.
안타까운 건 아직까지도 이런 사례들이 우리에겐 낮선 풍경이라는 점이다. 춘투(春鬪)의 계절이다. 노사 간 양보와 타협, 소통의 미덕이 봄바람을 타고 우리 노동현장에 뿌리내리길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