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 제품 가격을 올렸는데,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들어온다고 하네요. 일감 몰아주기 이슈까지 있어 자체적으로 계열사 물량 조절에 나선 상황입니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엄청난 세금을 내야 할 상황을 감수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관계자)
국세청의 움직임에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정부가 지하경제 양성화를 위해 세무조사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재계에 '칼바람' 세무조사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는 "정기 세무조사 대상이기 때문에 서울지방국세청 조사 1국이나 2국에서 조사를 나와야 하지만 조사 4국에서 세무조사를 하겠다고 통보해 더욱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조사 1국은 대기업, 2국은 유통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를, 3국은 상속·증여세나 자본거래세에 대한 조사를 전담한다. 조사 4국은 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해 '국세청의 중수부'라 불린다.
대기업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은 물가 정책에 민감해 상품 가격을 올리는 기업에겐 '낙인'을 찍었다"며 "정권 교체 이후 그동안 못 올린 가격을 인상했는데 이 또한 세무조사의 빌미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세무조사 역시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기업 손보기'가 아니냐는 것이다.
공기업도 세무조사 소식에 좌불안석이기는 마찬가지다. 세무조사가 세수 확보 차원이 아니라 '낙하산' 투하를 위한 정지작업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것.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한 공기업 관계자는 "사장뿐 아니라 임원들도 업무가 손에 잡히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무 조사를 통해 복지와 경기 부양에 사용할 재원을 마련하고 불공정거래도 해소한다면 국민 경제에 나쁠 게 없다. 하지만 과거 정권에서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세무조사를 이용한 것을 여러 차례 봐 왔기 때문에 재계의 우려는 근거가 있다. 이같은 우려에 김덕중 국세청장은 국회에 출석해 "세무조사 강화는 공정사회에 반하는 반(反)사회적 탈세 혐의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부디 최고 세정 책임자의 공언이 지켜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