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근로자의 날'은 '남 노는 날'

[기자수첩]'근로자의 날'은 '남 노는 날'

정진우 기자
2013.04.29 16:37

한 취업사이트 설문 45%가 "정상근무"… 근로법상 근무시 수당 또는 휴가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박모(36) 과장은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대기업에 다니는 지인들은 다음달 1일 근로자의 날을 맞아 가족들과 여행 계획을 짜고 있지만 박과장은 올해도 정상출근이다.

박 과장이 다니는 회사가 특별한 경우일까.

실제로 박과장뿐 아니라 많은 근로자들이 이날도 일을 한다.

한 취업사이트 설문조사에선 조사 대상(703명) 중 절반에 가까운 45.5%가 정상 근무한다고 답했다. 중소기업 근로자들이 대기업 응답자보다 두배나 많았다.

'근로자의 날'인 매년 5월1일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면 무조건 쉴 수 있다.

'국경일에 관한 법률'이나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이 정한 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고용노동부는 '근로자의 날 제정에 관한 법률'에 따라 '유급 휴일'로 규정하고 있다. 2007년 만들어진 '근로자의 날 관련 근로기준법 적용지침'에 따라 회사는 직원들에게 근로자의 날 휴무를 보장해야 한다.

다만 불가피하게 일을 해야 하는 경우에 회사는 휴일 근로수당이나 보상휴가를 줘야 한다. 휴일 근로수당은 '근로기준법 제56조'에 따라 통상임금의 100분의 50이상을 가산해 지급해야 한다. 회사가 휴일근로 수당을 주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의 실상은 열악하다.

수당은 커녕, 연차휴가나 심지어 출산휴가를 신청할때도 회사 눈치가 보인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그 정도는 심해진다. 최근 비정규직 근로자의 열악한 현실을 보여주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KBS드라마 '직장의 신'에 근로자들이 열광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박근혜 대통령은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를 이끌어갈 역군이 중소·중견기업이라고 했다. 각 부처 역시 이들 기업의 성장을 위해 발벗고 나서고 있다.

하지만 기업이 잘되려면 근로자들이 지치지 않아야 한다. 직원들이 대기업이나 처우가 좋은 곳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오기만 기다리는 기업이 창조경제를 이끌어가기는 힘들 것이다.

매년 '근로자의 날'이 되면 근로자의 권익을 높이자는 다양한 행사가 열리고 관련 정책이 나온다. 하지만 근로자들의 기본적인 권리마저 묵살되는 현실에선 정책당국자와 기업경영자의 신뢰가 올라갈 수 없다.

1963년 '근로자의 날'이 만들어진지 5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중소기업 근로자들에게는 '남 노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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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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