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조경제의 실행 부처라고요? 번번이 제동이 걸리면서 허수아비 신세로 전락했습니다."
최근 만난 정부 산하기관 고위 인사는 새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해 작심한 듯 말했다. 중소기업 주무부처인 중기청을 허수아비에 빗대 표현했다. 중소·중견기업 세제혜택 확대 방안 등 중기청의 정책들이 기획재정부의 반대에 부딪혀 잇따라 뒷걸음질치는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중기청이 이달 중 발표할 예정인 중견기업 종합대책이다. 중기청은 종합대책에서 중견기업의 R&D(연구개발) 투자세액 공제기준을 현행 매출액 3000억원 미만에서 5000억원 미만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 기준도 현재 매출액 2000억 원에서 1조원 미만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중소기업이 세제혜택 축소를 우려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기를 꺼리는 소위 '피터팬 증후군'을 해소하려면 중견기업의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게 중기청의 입장이다.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사다리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조세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세수부족을 이유로 현행 기준 유지를 고수하고 있다. 올 세법개정안에서 가업승계 상속세 공제 기준을 3000억원 미만으로 1000억 원 늘리기로 한 것 외에는 중견기업의 추가 세제혜택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종합대책에 중기청의 세제혜택 확대 방안이 그대로 반영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 뿐 만이 아니다. 중기청은 지난 5월 정부 합동으로 발표한 벤처 자금생태계 선순환 방안에서도 당초 엔젤투자 소득공제 비율을 현행 30%에서 100%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방안을 고수했다. 하지만 이 역시 기획재정부가 난색을 표시하면서 결국 50%까지 인상하는 절충안이 반영됐다.
더 큰 문제는 창조경제의 실행 부처인 중기청 정책이 계속 제동이 걸리면서 창조경제의 싹이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창조경제의 성공도 장담할 수 없는 셈이다. 벌써 창조경제가 과거 중소기업 육성 정책처럼 정권 후반기로 갈수록 흐지부지 되는 전철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우려가 만만치 않다. 중기청이 허수아비로 전락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