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다이어트 도전기, 실패로 끝난 3가지 이유


살면서 100번 넘게 도전했다. 누구나 한다는 '다이어트' 말이다. 하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서른 즈음부터 복부에 생긴 친구들은 꽤 질긴 인연이 됐다. 작심한 적은 많았다. 특히 결혼을 앞두고선 기어코 다 없애버리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웨딩홀에 입장할 때까지 신랑 뱃살은 두둑했다. 오히려 결혼하자 복부에 새 친구들이 부쩍 더 늘었다. 주위 위로가 도움이 됐다. "결혼하면 원래 다 그래!" 속으로 비웃었다. "난 원래 그랬다."
운동을 게을리 한 건 아니었다. 최소 일주일에 세 번씩, 한 번에 30분 이상씩 꾸준히 해왔다. 많이 할 때는 1시간 반씩 하기도 했다. 헬스 경력은 10년 가까이 됐다.

먹는 걸 지나치게 좋아했다. 가는 곳마다 '푸드 파이터', '푸드 트럭'이란 별명을 달고 살았다. 한 끼에 밥 두 공기는 기본, 많으면 세 공기씩 먹었다. 반찬은 젓가락으로 먹는 게 성이 안 차서 숟가락으로 퍼먹었다. 라면은 다섯개를 먹고 밥 말아먹기도 했다. 여럿이 먹을 땐 접시에 음식 하나가 남으면 다들 눈치 본다는데, 그런 것 따윈 없었다. 다 내 뱃속으로 들어왔다. 회사 모 선배는 점심에 떡볶이를 사준다고 했다가, 5만원 넘게 나온 계산서를 보고 기겁했다. "너 진짜 잘 먹는구나." 이후 밥 사준다는 얘기가 없었다.

2018년 여름을 앞둔 어느날, 몸무게 85.8kg을 찍은 뒤 결심했다. 이젠 정말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신체질량지수(BMI)도 27.14로 '비만'이었다. 기간은 총 10일(4일부터 13일)로 잡았다. 집중해서 빼겠다는 취지였다.
세 가지 원칙을 정했다. 첫째, 밥을 반 공기만 먹는다. 둘째, 그외 간식(특히 야식)을 먹지 않는다. 셋째, 운동은 하루 30분 이상씩 한다. 내면의 또 다른 자아가 비웃는 것 같았다. "과연 지킬 수 있겠어?"
다이어트 첫째날 아침, 단백질 쉐이크를 먹었다. 점심 전까지 감자칩 유혹을 못 이겨 6조각을 먹었다. 다시 정신 차리고 점심은 구내식당서 간소히 먹었다. 밥은 평소의 절반만 담고, 샐러드를 한 접시 가득 담았다. 낯선 식단이었다. 이어 광화문 서점을 약 1시간 정도 걸었다. 점심시간이 끝난 뒤 보니 약 5500보 걸은 상태였다.
같은 날 오후 4시23분부터 허기가 지기 시작했다. 집중력이 흐트러졌다.
집에 도착할 때쯤에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마침 사다 놓은 부대찌개가 있었다. 라면사리에 먹다 남은 탕수육까지 투하한 뒤 싹싹 긁어 비우고도 모자라 밥까지 넣어 먹었다. 포만감이 들자 그제야 정신이 들었다. "망했다"는 후회감이 밀려왔다.

둘째날 이후 식사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됐다. 통상 아침은 선식이나 고구마·바나나 등 저칼로리로 먹었다. 그리고 점심은 샐러드 한 접시 가득, 밥은 절반만 먹었다. 하지만 오후 3~4시만 되면 어김 없이 허기가 밀려왔고, 저녁에는 폭식을 하게 됐다. 그걸로도 모자란 날엔 야식을 먹었다.
양심상 운동은 꾸준히 했다. 점심식사를 마친 뒤 청계천을 30분 이상씩 걸었다. 하루를 제외하고는 매일 1만보 이상씩 걸었다. 그리고 저녁엔 헬스장에 가서 웨이트 트레이닝을 주로 했다.
독자들의 PICK
지금 532명 읽는 중
다이어트 마지막 날인 13일. 기대 없는 성적표를 받는 기분으로 몸무게를 재봤다. 85.05kg. 10일 전보다 0.75kg이 빠져 있었다. 효과는 별로 없었다. 결국 '식욕'과의 싸움에서 진 셈이다.

문제를 파악하기 위해 전문가 의견을 들어봤다. 강재헌 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에게 그간 있었던 다이어트 내용을 털어놨다. 고해성사하는 마음으로.
강 교수는 "(기자가 설명한 내용이) 많은 사람들이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주요 원인"이라며 "아침·낮에 덜 먹다 밤에 폭식하고 며칠 참다 회식할 때 터지는 식으로 실패한다"고 운을 뗐다.
첫째, 포인트는 먹는 것. 그런데 '양'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메뉴 선정'이 핵심이다. 밥은 줄였지만 고열량 반찬이나 간식 등은 못 끊었던터라 뜨끔했다.

강 교수는 "날씬한데도 잘 먹는 사람들을 보면, 많이는 먹는데 안 찌는 걸 먹는다"며 "식단이 다르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고열량이나 살찌는 음식을 피하고, 간식이나 야식을 안 먹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건강한 다이어트 식단으로 바꿔야한다는 것.
둘째, 무조건 채소만 먹는 게 능사가 아니다. '포만감'이 크고 오래가는 식사를 해야한다. 폭식을 못 피했던 이유다.
강 교수는 "단지 샐러드만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밥을 가능하다면 흰밥을 현미·잡곡으로 바꿔야 식이섬유 섭취가 확 늘고, 밥을 줄이는 대신 뭔가를 더 먹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백질 식품' 섭취를 추천했다. 강 교수는 "탄수화물·단백질·지방 중 포만감이 크고 오래 가는 게 단백질 식품"이라며 "탄수화물 식품은 먹고 1~2시간 있으면 배고프다 하지만, 단백질 식품을 충분히 먹으면 4시간씩 포만감이 지속된다"고 말했다. 이어 "기름 많은 갈비 삼겹살은 안되지만 소·돼지·닭 중 살코기 부위나 여러 가지 생선들은 좋다"고 추천했다.

마지막으로 '야식'을 끊으라고 했다. 강 교수는 "아침·점심식사는 낮 시간에 활동하면서 소비되는데, 저녁 때 먹는 음식은 바로 자는 거라서 체지방으로 축적된다"며 "기본적으로 밤에는 야식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