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태료 500만원" 솜방망이…'전공의법' 개정에도 현장 우려 여전

"과태료 500만원" 솜방망이…'전공의법' 개정에도 현장 우려 여전

박정렬 기자
2026.02.22 15:37

전국전공의노동조합, 22일 국회토론회 개최

전공의법 개정 전·후 비교/그래픽=김다나
전공의법 개정 전·후 비교/그래픽=김다나

정부가 시행하는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에 참여하는 수련병원인데도 이를 위반한 사례가 적잖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체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처벌 조항도 미미하기 때문이라는 게 전공의들의 주장이다.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하 노조)은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22일 서울 여의도에서 공동 개최한 '전공의 건강권 확보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근로시간 단축 시범사업 현황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인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 참여 병원 총 69곳 중 32곳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해당 시범사업은 주당 근무와 연속 근무 시간을 각각 72시간, 24시간 이내로 단축하는 내용으로 참여 병원에는 성과 평가 반영 등 혜택이 주어진다.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공의 건강권 확보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전공의 건강권 확보와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국회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하지만, 정부 사업에 참여한 병원조차 전공의 처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노조 조사 결과 전면 이행하는 병원이 절반도 안 되는 11곳(34.4%)에 불과했다. 특히 정형외과, 정신건강의학과, 마취통증의학과, 응급의학과, 소아청소년과처럼 근무 강도가 높은 진료과일수록 이행률이 낮았다.

이는 전공의를 대체할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란 게 노조의 분석이다. 전공의가 근로 시간을 줄이면 전문의·진료지원(PA) 간호사 등 비전공의가 업무를 대체해야 하는데 전체 의국(진료과) 중 33%에 불과했고 동료 전공의(47%)가 대체하는 경우가 훨씬 많았다. 유청준 노조 위원장은 "대체인력 없는 시간제한은 전공의 업무 강도를 높여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고 꼬집었다.

미미한 처벌 규정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재도 총근로시간 상한선인 주 80시간을 위반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지난해 9월 노조가 시행한 설문조사 결과 전공의의 52.9%는 주 72시간 이상 근무한다고 응답했다. 주 80시간 이상은 27.8%, 주 88시간 이상 근무한다는 응답도 12.9%에 달했다.

유청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유청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이 22일 국회에서 열린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사진=박정렬 기자

근로기준법상 근로 시간 위반은 2000만원 이하의 벌금, 2년 이하의 징역의 무거운 벌칙을 주지만, 전공의법은 위반 시 과태료 500만원으로 '솜방망이'에 그치기 때문이라는 게 노조의 시각이다. 이런 이유로 지난 21일부터 전공의 연속 근무 상한선을 최대 36시간→24시간으로 단축하는 내용의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하 전공의법) 개정안도 실효성이 적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벌써 들린다.

유 위원장은 "근로시간 위반은 책임자에게 최소 벌금형 이상 처벌 조항이 필요하다"며 "전공의 1인당 환자 수 제한, 중증도 등을 고려한 가중치 적용과 같이 적정 업무량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총근로시간도 80시간보다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공의를 배치하고 방치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전문의 육성을 국가가 책임지고 지원·관리·감독하는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현황조사는 시범사업 준수 비율이 100%인 성형외과가 주당 평균 근무 시간은 70시간을 훌쩍 넘어 가장 많다고 응답하는 등 일부 오류가 관찰된다. 노조 관계자는 "의국장(각 진료과의 최선임 레지던트)를 대상으로 응답받은 것으로 신뢰도는 높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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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렬 기자

머니투데이에서 의학 제약 바이오 분야 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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