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엠지]<2> MZ들의 졸업식

# 서울대 졸업식이 열린 지난 25일 오전. 졸업생 김모씨(25)는 1주일 전 고용한 사진작가를 정문 앞에서 만났다. 짧은 인사를 나눈 뒤 포토 스팟에 서자 스냅사진(Snap shot) 작가의 주문이 이어졌다. "고개를 조금 더 기울이세요", "허리 살짝 틀어보세요" 라는 안내와 동시에 셔터 소리가 울렸다.
김씨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진을 부탁하지 않아도 되고 촬영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어서 편하다"며 "전문가 솜씨라 사진 보정도 잘해주기 때문에 좋은 추억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아 사전에 개인 스냅작가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이날 사진 명소인 서울대 정문 앞엔 졸업사진을 남기려는 졸업생과 가족, 카메라를 든 스냅 작가들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진작가 오주현씨(36)는 "여러 대학 졸업식이 하루에 겹쳐 예약이 다 찼다"며 "오후에는 다른 곳으로 빨리 이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냅사진은 자연스러운 표정과 순간을 기록하는 촬영 기법이다. 주로 결혼식이나 돌잔치 같은 가족행사에 스냅 작가를 섭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졸업식에서 스냅 사진을 찍는 젊은층들이 늘고 있다.
인기 작가들은 예약 마감이 빨라 적어도 두 달 전에는 미리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했다. 스냅 촬영 비용은 평균적으로 18만~30만원 수준이다. 일부 학생들은 당일 혼잡을 피해 몇 달 전 미리 촬영을 진행하기도 한다.
경희대 졸업생 김수정씨(26)는 "졸업식은 뜻깊은 날이라 예쁜 사진을 남기고 싶었다"라며 "졸업 자체를 의미 있는 이벤트로 생각해 비싸도 찍으려고 한다"며 "SNS에 특별한 순간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있다"고 했다.
그는 "스냅샷은 학교 곳곳에서 원하는 만큼 독사진을 많이 찍어준다는 점이 장점이다"라며 "친구들이나 가족이 찍어주는 건 한계가 있는데 스냅샷은 전문가 손길이 들어가 결과물도 좋다"라고 말했다.

비용 부담이 없는 '인생네컷' 부스를 찾는 졸업생들도 많다. 일반적으로 '인생네컷' 같은 사진 비용은 4000~5000원 정도다. 졸업식 당일 대학교 인근 인생네컷 사진관의 부스 앞에는 촬영을 기다리는 학생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졸업앨범을 구매하는 졸업생들은 줄어드는 추세다. 졸업생 이한민씨(23)는 "대학교에선 친한 친구들끼리만 어울리고 다른 학생들과는 교류가 많지 않다"며 "잘 모르는 사람들을 한 앨범에 담는 것이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또 "최근 졸업앨범 사진이 딥페이크 범죄에 악용되는 사례도 많다고 들어 찝찝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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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요즘 세대'들의 사진 촬영 문화를 일종의 '가치 투자'라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정해진 장소와 포즈 대신 학교 곳곳을 다니며 자신만의 추억이 담긴 장면을 남기려는 것은 '가치 투자'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주의 문화 속에서 정형화된 졸업앨범보다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사진을 남기려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다만 졸업앨범의 공동체적 의미는 여전히 유효하다는 의견도 있다. 최 교수는 "졸업앨범은 학교생활을 함께한 친구들과의 유대감을 상징하는 기록물"이라며 "앨범의 형태는 달라지더라도 졸업의 순간을 사진으로 남기려는 문화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