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 수석부회장 머니투데이 인터뷰

"뭔가 절대 하지 말라고 할 때는 이유가 있어야 합니다. 예외가 있더라도 무조건 금지시키는 것이 나은 경우죠. 예를 들면 무단횡단을 하지 말라는 것 같은. 그런데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도 이렇게 무조건 금지시키는 게 합리적일까요?"
김기원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 수석부회장이 최근 머니투데이와 만나 한 말이다. 서울변회는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의 정당성을 회복시키는 것을 올해 주요한 목표로 삼고 있다. 형사사건 성공보수는 무죄, 감형 등 결과가 잘 나오면 의뢰인이 추가로 보수를 지급하기로 하는 약정을 뜻한다.
현재는 대법원 판단에 따라 변호사들이 형사사건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다. 대법원은 2015년 7월 전원합의체(당시 주심 권순일 대법관)를 거쳐 "형사사건에서의 성공보수 약정은 수사나 재판의 결과를 금전적인 대가와 결부시킴으로써 기본적 인권 옹호와 사회정의 실현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사 직무의 공공성을 저해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지난 4일 한 사건 항소심에서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오면서 변호사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서울변회가 해당 재판을 지원했다. 2019년부터 꾸준히 성공보수 관련 사건에 소송지원을 해왔다고 한다. 김 수석부회장은 "변호인의 전문적·성실한 변론에 따라 형사재판 결과가 바뀔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 항소심 판단의 핵심 논거"라고 설명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주인·대리인 이론'을 들며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살아나야 더 건강한 계약관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수석부회장은 "주인(의뢰인)이 일을 맡기면 대리인(변호인)은 돈을 먼저 받고, 일은 하지 않으려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성과에 따라 돈을 주겠다고 하면 변호인이 일을 더 하게 되는 유인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법률 소비자 입장에서도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있는 것이 더 나은 선택지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는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으니 풍선효과처럼 착수금이 높아진 경향이 있다"며 "약정이 다시 살아난다면 수임 경쟁을 위해 착수금을 낮게 받고 노력한 결과에 따라 합리적으로 보수를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형사사건 성공보수 약정이 다시 도입되면 형사처벌 기로에 놓인 의뢰인들이 써야 할 비용만 늘어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이에 대해 김 수석부회장은 "약정이 유효해졌을 때 적정한 성공보수 기준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라면서도 "2015년 대법원 판단 전에 법원이 합리적으로 과도한 성공보수를 감액하는 등 잘 제어해왔기에 부작용이 생길 때 법원의 판단에 맡기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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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사건 성공보수가 부활하게 될지 여부는 11년 만에 다시 대법원에 의해 판가름날 전망이다. 김 수석부회장은 마지막으로 "모든 형사사건의 성공보수 약정을 일률적으로 금지하기보다 개별 사안의 특수성을 반영해 합리적 결과를 도출할 수 있는 규범이 필요하다"며 "대법원이 사회구성원 모두의 편익을 높이는 방향으로 법률시장의 질서를 확립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