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원유많다"며 美기름값·항공유 폭등…호르무즈 외면 못한다

트럼프 "원유많다"며 美기름값·항공유 폭등…호르무즈 외면 못한다

김성휘 국제부장
2026.04.05 11:30

[지금이세계]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중동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 후퇴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놓여 있다. 2026.04.03. /사진=김근수
[서울=뉴시스] 김근수 기자 = 중동 전쟁 종식에 대한 기대감 후퇴로 국제 유가가 요동치는 가운데 3일 서울 시내의 한 주유소에 주유기가 놓여 있다. 2026.04.03. /사진=김근수

"우리는 석유가 충분하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석유를 받는 나라들이 책임지고 관리하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1일(현지시간) 이란전쟁 관련 대국민연설. 미국은 원유가 많이 나므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는 상관없다고 했다. 사실일까. 세계 최대 산유국이라면 기름 걱정이 없어야 하는데 미국 국내 휘발유값은 이란전쟁 개시 후 가파르게 올랐다. 실상은 미국도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충격을 받고 있다.

뭐가 문제일까

원유 유종은 밀도에 따라 구분할 수 있다. 밀도를 표준물질(물)과 비교한 '비중'이 쓰인다. 미국석유협회(API)가 제시한 기준이 일반적이다. API 비중에 따라 무거울 중(重)을 쓰는 중질유, 가벼울 경(輕)을 쓰는 경질유가 있다. 중(重)질유일수록 유황 함량이 많고, 끈적인다(점도가 높다). 반면 경질유는 황 함량이 적고 가볍다. 비중이 중질유와 경질유 사이에 있으면 '가운데 중(中)'을 써서 중질유라고 한다.

/사진=한국석유공사
/사진=한국석유공사

한국이 많이 수입해서 쓰는 두바이유는 대개 '고유황 중(重)질유' 또는 중(中)질유로 분류된다. 영국 북해 브렌트유,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는 경질유다. 경질유는 휘발유 등 고급 석유제품으로 정제하기가 비교적 쉬워 '스위트 오일'이란 별칭이 있을 정도다. 미국서 많이 나는 셰일오일도 경질유다.

그러나 디젤·항공유·아스팔트 등 산업과 물류교통에 많이 쓰이는 석유제품의 원료가 대개 중질유다. 미국이 세계 최대 원유 생산국이라면서도 원유를 수입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그게 왜 중요하지?

한국은 경질유보다 불순물이 많은 두바이유를 주로 들여와 정제하는 설비와 기술을 발달시켰다. 호르무즈 해협이 막혀 한국이 원유를 원활하게 공급받지 못하면 한국에서 정유해 미국에 팔던 항공유를 제대로 만들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거스미디어는 지난달 18일 로스앤젤레스(LA) 거래시장에서 항공유 가격이 44개월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API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와 워싱턴주 등 서부 주요지역은 항공유의 대부분인 85%를 한국에서 수입했다.

미국내 주요 정유시설 또한 중질유 처리에 맞춰져 있다. 미 매체 폴리팩트는 "미국산 원유 대부분 유황 함유량이 낮고 점도가 낮은 경질유"라며 "대부분 정유시설은 유황 함량이 높은 해외의 중질유를 처리하도록 돼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2026.4.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이란 전쟁에 관한 연설을 하고 있다. 2026.4.1 ⓒ 로이터=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워싱턴 로이터=뉴스1) 김경민 기자

이처럼 원유 공급망은 모든 국가가 촘촘하게 연결돼 있다. 특정 품목의 문제만도 아니다.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는 3일 보고서에서 "이란 전쟁 여파로 나프타 부족이 심각하다"며 "이를 원료로 하는 의료용품도 이달부터 가격 인상 움직임이 급속도로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당 품목은 인공투석용 튜브, 수술용 액체용기, 각종 일회용품 등이다.

앞으로 어떻게 될까

멀리 중동의 한 바닷길이 막혔다고 한국에서 자동차 5부제를 실시한다. 쓰레기봉투가 부족할까 공포가 번진다. 일본에선 병원의 수술과 진료 차질을 걱정해야 한다. 미국이라고 다를까. 미국 주유소 평균 휘발유값은 '심리적 저항선' 갤런당 4달러를 돌파했다. 원래 기름값이 비쌌던 캘리포니아 등 서부에선 진작 5달러선을 넘은 상태다.

이번 한 주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싸고 군사적 충돌은 물론, 외교·경제적 물밑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실제 바다에 톨게이트를 세우는 건 아닐지라도 통행료를 징수하는 시스템과 규약(프로토콜)은 현실이 될 수 있다. 그 결과는 전세계에 또 충격파를 던질 것이다. "상관없다"며 외면한다고 해서 현실이 가려지지 않는다. 모든 것이 연결돼 있다.

◇참고자료

▶'공룡이 사라진 자리에 주유소가 생겼다' (이상현, 2025)

▶'진짜 하루만에 이해하는 정유·석유화학 산업' (배진영 라병호, 2024)

▶한국석유공사 웹사이트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중동 사태 장기화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4일 인천의 한 주유소의 기름값 안내 전광판에 휘발유 가격이 2,065원을 알리고 있다.  2026.04.03./사진=전진환
[인천=뉴시스] 전진환 기자 = 중동 사태 장기화 여파로 국제 유가가 급등하는 가운데 4일 인천의 한 주유소의 기름값 안내 전광판에 휘발유 가격이 2,065원을 알리고 있다. 2026.04.03./사진=전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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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휘 국제부장

머니투데이 미래산업부(유니콘팩토리) 김성휘입니다. 국회/정당/청와대를 담당했고(정치부) 소비재기업(산업부), 미국 등 주요증시/지정학/국제질서 이슈를(국제부) 다뤘습니다. EU와 EC(유럽연합 집행위), 미국 워싱턴DC 싱크탱크 등을 경험했습니다. 벤처스타트업씬 전반, 엔젤투자, 기후테크 등 신기술 분야를 취재합니다. 모든 창업가, 기업가 여러분의 도전과 열정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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