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김창민은 없어야 한다…"'억울함' 남지 않도록 해주는 사회 기대"

제2의 김창민은 없어야 한다…"'억울함' 남지 않도록 해주는 사회 기대"

오문영 기자, 최문혁 기자
2026.04.12 05:50

[MT리포트]제2의 김창민은 막아야 한다①

[편집자주] 고 김창민 감독 사건은 개인의 비극을 넘어 우리 사회의 민낯을 드러냈다. 폭력은 일상이 됐고, 사법시스템은 제 역할을 못했다. 느린 걸음을 함께 하는 사회 분위기도 부족했다. 남겨진 가족이 외롭지 않게, '제2의 김창민'을 막기 위해 무엇이 달라져야 하는지 짚어본다.

고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사건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
고 김창민 감독 폭행 사망 사건 타임라인/그래픽=윤선정

고(故) 김창민 감독의 죽음은 폭력의 잔혹함뿐 아니라 사건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회 시스템의 민낯을 드러냈다. 수사가 더디자 가해자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반면 남겨진 피해자 가족은 보복 범죄 불안 속에서 생계와 돌봄 공백까지 감당해야 했다.

12일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10월20일 새벽 발생했다. 김 감독은 "돈가스가 먹고 싶다"는 아들과 함께 경기 구리의 한 음식점을 찾았다가 소음 문제로 옆자리 일행과 시비가 붙었고, 아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단 폭행을 당했다. 바닥에 쓰러진 뒤에도 식당 안팎으로 끌려다니며 폭행이 이어졌다. 이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상태가 악화해 11월7일 뇌사 받정을 받았고, 장기 기증 이후 숨졌다.

이번 사건이 큰 공분을 산 이유는 범행의 잔혹함 때문만이 아니다. 사건 초기 수사 대응을 둘러싼 의문이 제기된다. 피해자가 중태에 이를 정도로 맞아 쓰러졌지만 경찰은 사건을 '쌍방 다툼'으로 판단했다.

김 감독이 나이프(돈가스를 자르기 위한 식기)를 먼저 들었다는 피의자들 주장과 식당 직원의 진술을 토대로 주범인 30대 남성 A씨만 파출소로 임의동행했고, 다른 일행은 인적 사항만 확인해 돌려보냈다. 김 감독 또한 특수협박 혐의로 '입건 전 조사'(내사)를 진행했다. A씨는 사건 당시 동종전과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경찰은 가해자 1명을 특정해 중상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기각됐고, 이후 불구속 송치했다.

김 감독이 사망한 뒤에도 사법 시스템은 피해자를 보호하기엔 부족했다.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가 이어졌고, 경찰은 추가 가해자 1명을 더 특정해 2명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그러나 검찰 반려와 보완수사가 거듭된 끝에 청구된 영장도 법원이 기각했다. 증거 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고 봐서다. 사건은 결국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넘겨졌다.

사람이 죽었으나 피의자들은 일상생활을 이어갔다. 이들 중 한 명은 최근 힙합 음원까지 발매했다. 반면 유족은 직접 CCTV를 확인하고 목격자를 찾아다니며 사건 경위를 추적해야 했다. 보복이 두려워 사건을 외부에 알리지도 못했다.

전문가들은 초동 수사의 한계를 지적한다. 중대 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 기준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초동 수사 단계에서의 판단 기준과 신병 확보 절차 전반을 재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출신 프로파일러인 배상훈 우석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술집에서 싸움이 났다는 신고가 접수되면 가장 쉽고 편하게 처리되는 방향이 쌍방 폭행"이라며 "안일한 현장 대처가 이번 사건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처음부터 집단폭행으로 보고 신병 확보에 나섰다면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피해자 가족 지원 체계도 보다 두텁게 해야 한다는 과제도 남겼다. 피해자와 유족이 보복 우려와 정신적 충격에 방치되지 않도록 실질적인 보호와 지원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특히 발달장애 자녀를 둔 가정에서 보호자의 부재는 곧 생계와 돌봄의 붕괴로 이어진다. 폭행 장면을 목격한 아들은 사건 이후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복용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 감독 유족은 "한순간에 세상을 떠난 고인의 억울함이 남지 않도록 사건이 마무리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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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문영 기자

안녕하세요. 사회부 오문영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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