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에 취해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2023년 4월13일. 부하 직원 항문에 운동용 봉을 밀어 넣어 숨지게 한 이른바 '막대기 살인사건' 최종 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살인 혐의로 기소된 서울 서대문구 한 어린이 스포츠센터 대표 한모씨(당시 40세)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범행 당시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에 있었다고 볼 수 없고 피고인이 공탁을 했으나 범행 내용과 방법이 엽기적이고 잔혹한 점을 고려하면 형을 변경할 정도 사정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사건은 2021년 12월31일 발생했다. 해당 스포츠센터 대표 한씨와 직원들은 연말을 맞아 전날 밤부터 회식을 진행했고 이 자리에는 피해자 고모씨(당시 26세)도 참석했다.
자정을 넘어 회식을 마친 고씨는 대리기사를 부르려 했지만 만취 상태로 자신의 위치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결국 대리 기사가 오지 못했고 고씨는 직접 차를 몰려고 했다.
이에 한씨는 "내가 너를 이렇게 가르쳤냐"며 격분하다 고씨를 스포츠 센터로 데려가 술을 더 마셨다. 술을 마시는 내내 화를 참지 못했던 한씨는 고씨에 무차별 폭행을 가했다. 그는 50분간 200여 차례에 걸쳐 주먹과 발, 청소용 막대기(봉) 등으로 고 씨를 구타했다.
결정적으로 한씨는 하의가 벗겨진 고씨 항문에 70㎝ 길이 플라스틱 스포츠용 막대기를 강제로 찔러 넣었다. 막대기는 직장과 간, 심장까지 관통했고 고씨는 장기 파열로 숨을 거뒀다.
참혹하고 엽기적인 이 사건을 벌인 한씨는 타인이 자신의 심기를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맹렬하게 화를 내는 성향으로 알려졌다. 특히 술을 마시면 통제 불능 폭력성까지 보였다고 한다.
또한 한씨는 평소 자신이 모셔야 하는 윗사람이나 어려운 상대에겐 아무리 술을 마셔도 깍듯하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지만 자신보다 어리거나 부하 직원, 친구들에겐 상습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에서 유족은 경찰 초동 대처를 문제 삼았다. 사건 당일 새벽 2시쯤 한씨는 "내 누나가 남성에게 폭행당하고 있으니 와달라", "변태XX가 와서 XX 때리고 있다"며 횡설수설하며 경찰에 허위 신고했다.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하의가 벗겨진 채 의식을 잃고 누워있는 고씨를 발견했다. 한씨는 경찰에 고씨는 사건과 무관한 직원이고 술에 취해 자는 것이라고 둘러냈다. 그는 고씨 머리를 쓰다듬으며 친근한 척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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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고씨 맥박을 확인하고 살아있음을 확인한 뒤 패딩으로 그의 몸만 덮고 철수했다. 이후 한씨는 고씨 항문에 막대기를 넣어 살해하는 범행을 벌였다.
고씨가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사망 후 7시간이 지난 당일 오전 9시쯤이다. 한씨는 함께 술을 마신 고씨가 의식과 호흡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경찰에 신고했다.
한씨는 현장에서 유력 용의자로 체포됐다. 경찰조사에서 그는 "왜 그랬는지 구체적으로 기억이 안 난다"고 진술했다.

재판에 넘겨진 한씨는 범행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금연치료 의약품을 복용 중이었고 평소 주량의 3배가 넘는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였다"며 주취 감경을 주장했다.
하지만 사법부 판단은 단호했다. 1심은 한씨가 경찰 조사에서 "음주운전을 하려고 해 엉덩이를 때렸다"고 진술하는 등 범행 당시 상황을 뚜렷하게 기억하고 있는 점을 들어 그의 심신미약 주장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범행 내용과 방법이 매우 엽기적이고 잔혹하며 3년간 함께 근무한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인간적 존중을 찾아볼 수 없다"며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이 판결은 2심과 대법원에서도 유지됐다. 한씨가 피해자를 위해 4100만원을 공탁했지만 대법원은 죄질과,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하면 1심의 25년형이 절대 과중하지 않다며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대법원 확정판결로 형사 재판은 마무리됐지만 유족들 고통은 현재 진행형이다. 유족들은 한씨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에서 약 8억원 상당의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가해자가 빚만 떠안고 있어서 실질적인 배상을 받긴 어려운 상태였다.
또 유족들은 경찰의 초동 대응 미흡을 지적하며 국가를 상대로 7억원대의 손해배상 소송도 제기했다. 하지만 법원은 출동 경찰관들의 과실로 사망했다거나 직무집행법을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이를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