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대한민국과학축제 in 대전' 개막
17일~19일 엑스포공원·DCC 등지에서 열려…방탈출·4D체험·로봇 구경까지 한 번에 가능
지역 사회 함께한 도심형 과학문화 축제

"예약창 열리자마자 접속했는데 눈 깜짝할 새 매진됐어요."
"현장 대기하면 취소 표 받을 수 있나요? 아이 데리고 멀리서 왔는데…."
지난 17일 오후 대전 유성구 DCC대전컨벤션센터 제2전시장. 곳곳에 빠르게 '매진' 안내가 붙었다. 관람객들은 못내 아쉬운 표정으로 체험 공간 앞을 서성이며 "내일은 꼭 일찍 오겠다"고 다짐했다. 체험 공간에는 대형 백화점 유명 팝업 스토어를 방불케 하는 줄이 형성됐다.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수줍게 강아지 로봇과 사진을 찍는 아이들의 손에는 저마다 종이접기 작품과 키링이 들려있었다.
국내 최대 과학문화축제 '2026 대한민국 과학축제'가 올해 처음 전국적으로 시행된다. 이번 축제는 전국 4개 권역(부산·대전·일산·전주)에서 지역별 축제와 연계해 과학기술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지는데, 곳곳에 인파가 몰려 '과학 대세론'을 입증했다. 기자가 지난 17일 찾은 '대한민국 과학축제 인(in) 대전'에도 예매에 실패해 현장 대기를 해서라도 입장하려는 가족 관람객이 몰렸다. 대전 행사는 대전사이언스페스티벌과 연계해 엑스포시민광장·대전컨벤션센터·엑스포과학공원 일대에서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아까 현미경으로 아주 작은 물고기 봤지? 거긴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라는 곳이래. 방금 아인슈타인 고양이가 있던 마법 학교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야."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열심히 우주선 키링을 만들던 아이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더니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기가 가장 많은 곳은 '사이언스 미래연구소'였다. 이곳은 대덕연구단지 내 여러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이 과학기술·과학문화 체험관을 운영하는 곳으로, 과학을 놀이처럼 재미있게 만날 수 있도록 해 큰 인기를 끌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은 올해 '해리포터'를 본딴 양자물리 마법학교를 열었다. '양자 터널링' 주문을 외우면 벽을 통과해 마법 세계로 들어가고, 신비로운 물리 현상이 일어나는 '양자 마법 학교'에 입학한다. 이어 AR(증강현실) 고양이가 튀어나와 '보아도르', '슈뢰딩클로', '하이젠푸프', '슈타인린' 등 4개 기숙사를 배정해준다. 양자물리학의 발전을 이끈 과학자(닐스 보어·에르빈 슈뢰딩거·베르너 하이젠베르크·앨버트 아인슈타인)의 이름을 땄다. 아이들은 마법 학교에서 양자물리의 기본인 '관측'과 '측정' 개념을 자연스럽게 체득한다.
이날 초등학생 자녀와 함께 부스를 찾은 한 부모는 "마치 동화 속을 걷는 것 같았다"며 "아이가 자기도 나중에 노벨상을 타겠다고 하더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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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태양'을 연구하는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만든 '방탈출' 부스는 그야말로 인산인해였다. 연구원이 발간한 동화 '쌍둥이 태양아! 도와줘'와 만화 '출동! 솔라특공대'를 테마로 방탈출 게임을 무료로 즐길 수 있어 온 가족이 몰렸다. 1인당 2만~3만원대인 방탈출을 즐길 수 있는데다, 과학까지 배운다니 그야말로 1석2조.
핵융합연 관계자는 "오전 9시에 네이버 예약창을 열자마자 매진됐다"고 전했다. 매진됐지만 현장에서 혹시 모를 취소표를 기다리는 이들도 가득했다. 현장에서 대기하던 한 관람객은 "입장 시간 30분 전 빈자리가 생겼다고 알림이 떴는데 누가 바로 채갔다"고 아쉬워했다.
'누리호', '아르테미스 프로젝트' 등 대세가 된 우주관에도 관객이 몰렸다. 커다란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 모형이 눈에 띄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부스는 VR(가상현실) 안경을 착용하고 달과 화성을 여행하는 4D관을 만들었는데, '우주비행사' 체험을 하고 싶은 어린이, 청소년들이 몰려들었다. 부스 관계자는 "원래 오후 4시까지 운영하려다 추가 요청이 쏟아져 운영 시간을 한 시간 연장했다"고 귀띔했다.
축제를 찾은 어린이들은 현장에서 얻은 과학 지식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이고 있었다. "저는 슈퍼컴 5호기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크기는 작은데 더 좋은 컴퓨터잖아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부스에서 미니 슈퍼컴퓨터 모형을 조립하고 나온 한 초등학생은 기자에게 작품을 자랑스럽게 보여주며 말했다.
KIST가 축제 마지막날 진행하는 골든벨 퀴즈쇼는 무려 20만원 상당의 '레고'를 경품으로 내걸었다. '과학향기' 콘텐츠를 읽으면 퀴즈를 풀수 있다. 이에 아이들은 "골든벨 어떻게 참가해요?", "다 읽고 올게요!"라며 의욕을 내비쳤다.




과학 전시장인만큼 로봇도 빼놓을 수 없는 구경거리다. 카이스트(KAIST) 창업기업 '유로보틱스'가 개발한 휴머노이드 로봇은 물론, 종이접기 기술을 활용한 세계 최초의 전개형 달 탐사 로버 바퀴도 전시장에 등장했다.
모래사장에서도 유연하게 형태를 바꾸며 구동하는 바퀴에 어린이 관람객들의 탄성이 쏟아졌다. 시연 후에는 관람객도 직접 종이를 접어 로버 바퀴를 만들어 볼 수 있게 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카이스트 마스코트 '넙죽이'로 만든 AI 에이전트도 눈에 띄었다.
어른을 위한 콘텐츠도 갖췄다.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스의 거대한 '디지털 문화유산' 코너에서는 디지털 '반가사유상'과 '광개토대왕릉비'를 만나볼 수 있었다. ETRI 영상기술로 복원한 초고해상도 광개토대왕릉비는 '태왕의 은택은 하늘에 미치고 위엄은 사해에 떨쳤다'와 같은 광개토대왕의 업적을 새긴 1000여개 글자를 선명히 보여줬다.


'대한민국 과학축제 인 대전'은 오는 19일까지 열린다. 대전컨벤션센터를 넘어 각종 공연과 야간 이벤트가 엑스포과학공원에서 열린다. 엑스포시민광장에서는 RC카 레이싱 및 자율주행차 시승 체험도 할 수 있다.
대전 과학축제 현장을 방문한 정우성 한국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과학기술과 문화는 어디에나 있지만, 가까이 있지 않으면 실감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서울까지 가지 않아도 내 삶의 터전에서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과학축제가 계속 이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구혁채 과기정통부 1차관도 개막식에서 "과학기술의 성과가 과학문화 프로그램을 통해 시민 여러분께 돌아갈 수 있도록 예산과 제도 정비를 추진하고 있다"며 "올해부터 지역의 과학문화 프로그램 지원을 확대해 국민께 더 많은 참여 기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