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큰 손들이 앞다퉈 사는 히트슬러그 주식…'냉각주 열풍'

미국 큰 손들이 앞다퉈 사는 히트슬러그 주식…'냉각주 열풍'

반준환 기자
2026.05.05 09:11

[반준환의 미국 스몰캡(21)]GPU+HBM 발열문제…히트슬러그, 냉각판 등 폭등한 냉각인프라 주가

[편집자주] 숫자 뒤 스토리를 읽어야 진짜 투자가 보입니다. 한국주식도 미국 스몰캡 생태계를 알면 α를 낼 수 있습니다. 기술의 언어를 투자의 언어로 풀어내는 전문기자와 글로벌 특화분석 원리서치의 투자 나침반으로 여러분을 안내하겠습니다. 반보(半步)만 앞서면 남들이 모르는 길이 보일겁니다. 난해한 기술주 투자, 이제 쉽고 재미있게 즐겨보세요.
(라스베이거스=뉴스1) 황기선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루빈 GPU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라스베이거스=뉴스1) 황기선 기자
(라스베이거스=뉴스1) 황기선 기자 =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퐁텐블로 호텔에서 열린 엔비디아 CES 2026 라이브에서 루빈 GPU를 선보이고 있다. (공동취재) 2026.1.6/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라스베이거스=뉴스1) 황기선 기자

엔비디아의 칩 같은 AI 가속기(GPU)는 챗GPT 같은 인공지능(AI) 에이전트를 똑똑하게 훈련시키기 위해 한 번에 어마어마한 양의 수학 계산을 해야 한다. 계산결과를 빛의 속도로 저장하고 다시 읽어와야 하는데 이 때 중요한 게 메모리 칩의 성능이다. GPU가 아무리 빨라도 데이터를 제공해주는 메모리가 늦는다면 GPU가 일을 멈추고 놀게 된다. GPU가 늘어날 때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기하급수적으로 더 늘어나는 이유다.

엔비디아의 GPU에 걸맞는 메모리 반도체는 HBM이다. D램 같은 기존 메모리 반도체를 1차선 국도로 치면, HBM은 수백 대의 차가 동시에 내달릴 수 있는 1024차선 아우토반으로 비유된다. D램을 아파트처럼 위로 쌓은 뒤 구멍을 뚫어 수직으로 연결했기 때문에 데이터가 이동하는 통로(대역폭)가 기형적으로 넓다.

물리적으로 메모리칩은 GPU와 한몸처럼 붙어 있어야 제 성능을 낼 수 있다. 고3 수험생에게 집과 학원의 거리나 마찬가지다. 1나노미터 거리가 엄청난 차이를 불러온다. 가정용 PC를 보면 CPU칩이 보드 한 가운데 박혀있고 그 옆 슬롯에 DDR4·DDR5 메모리 막대가 따로 꽂혀 있다. CPU와 메모리는 메인보드 위의 구리 배선으로 연결된다. 그러나 최근 GPU와 HBM은 거의 한몸처럼 붙어 있다.

2D→현재 2.5D→3D개발…GPU+HBM 성능개발에 사활건 반도체업계

처음에는 인텔의 MCM처럼 CPU와 메모리칩 몇 개를 한 패키지에 함께 넣되, 모두 같은 높이 평면에 나란히 놓는 2D 방식이었다. 이후에는 2.5D라 불리는 인터포저(Interposer)가 등장했다. GPU와 HBM이 올라앉는 작은 실리콘 받침대인데 보통 가로세로 80~100mm 정도의 얇은 실리콘 판이다. 이 판 안에 수만 개의 미세 구리 배선이 새겨져 있다. 칩보다 훨씬 얇고 미세한 배선이다.

GPU와 HBM을 이 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올려놓으면, 두 칩이 인터포저 안의 미세 배선으로 직접 연결된다. 거리가 짧고, 배선이 가늘고, 개수가 많다. 그래서 한 번에 1024개의 데이터 비트가 동시에 흐를 수 있다. 이게 HBM 이름이 의미하는 'High Bandwidth'의 출처다. 칩들이 평면(2D)으로 놓이지만 그 아래 인터포저라는 별도의 차원이 추가됐기 때문에 2.5D라 불리게 된 것이다.

HBM의 모든 세대(HBM, HBM2, HBM3, HBM3E, HBM4)가 지금까지 모두 2.5D 구조를 썼다. 엔비디아 H100, 블랙웰, 2026년 출시될 루빈까지 전부 2.5D다. 반도체 업계가 개발중인 것은 3D구조. 'HBM-on-GPU'이라는 말 그대로 HBM을 GPU 위에 또다시 쌓아 올리는 방식이다.

(서울=뉴스1) =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엔비디아 젠슨 황 CEO가 GTC 2026 현장에서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왼쪽부터 황상준 메모리개발담당 부사장, 엔비디아 젠슨 황 CEO, 한진만 파운드리 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3.17/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기존 2.5D 패키징이 넓은 땅(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GPU와 HBM을 나란히 짓는 단지형 아파트였다면, 3D 패키징은 GPU 코어 바로 위로 HBM을 쌓아 올리는 '초고층 주상복합 마천루'다. 2.5D에서는 데이터를 주고받기 위해 인터포저라는 옆길을 거쳐야 했다. 3D는 위아래를 직접 뚫어버리는 TSV(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을 사용해 GPU와 HBM을 최단 거리로 직결한다. 지연시간(Latency)은 극한으로 줄어들고, 한 번에 퍼나르는 데이터양은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전력도 절감된다. 거리가 줄어들면 전자저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전기 먹는 하마인 AI 데이터센터 입장에서는 구세주와 같다. HBM이 위로 올라가면서 남게 된 옆자리에 GPU 코어를 더 집어넣거나, 칩 전체의 크기를 줄여 하나의 랙(Rack)에 더 많은 AI 가속기를 꽂아 넣을 수도 있다.

CES 2026·GTC 2026에 참석한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2028년 파인만 아키텍처에 3D를 적층한 커스텀 HBM을 언급했다. HBM을 3D로 쌓아 올리고 수만 개의 접점을 연결하는 패키징 기술을 기적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반도체 거인들은 3D 설계를 상용화하기 위해 이미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부으며 기술 전쟁을 치르고 있다.

대만 TSMC는 SoIC(System-on-Integrated-Chips)라는 3D 적층기술을 내세우고 있으며 애플과 AMD도 큰 관심을 보여왔다. 삼성전자도 3D 패키징 기술인 'SAINT-D'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있다. 미국의 인텔은 포베로스(Foveros)라는 자체 3D 패키징 기술을 내세우는 중이다.

기술기반은 충분, 문제는 반도체 발열문제…140도의 열기, 어떻게 잡나

하지만 3D 기술이 쉽지는 않다. 성능으로는 완벽해 보이지만 상용화를 가로막는 높은 벽이 있다. 바로 열이다. GPU는 데이터를 연산하며 어마어마한 열을 뿜어낸다. 반면 HBM(D램)은 열에 극도로 취약해 온도가 85도를 넘어가면 저장된 데이터가 날아가 버린다. 3D 방식은 가장 뜨거운 발열체인 GPU 바로 위에 HBM을 올려 놓는 형태다. 메모리 바로 밑에서 고온 드라이기가 있는 셈이다. 3D 구조의 난이도는 이 밖에도 많지만 열만 해결되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다.

벨기에 반도체 연구기관 IMEC는 지난해 12월8일 미국 IEDM 2025(국제전자소자회의)에서 3D 구조로 만든 GPU 표면 온도가 141.7도까지 치솟아 칩이 녹아 내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IMEC 온도를 70.8도까지 내릴 수 있다는 해결책도 제시했다.

칩 위쪽뿐 아니라 아래쪽에서도 동시에 열을 빼는 양면냉각(double-sided cooling)이다. 핵심은 칩과 외부 냉각시스템 사이에 끼어 있는 작은 금속판. 히트슬러그(Heat Slug)라고 불리는 금속부품이다. 칩에 히트슬러그를 붙여서 액침냉각 등 외부 냉각장치와 연결하면 열을 빠르게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칩 하부에서도 열을 빼는 바텀사이드 쿨링과 다양한 소재로 개발중인 히트슬러그를 결합하면 시너지가 높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 LG전자가 20일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데이터센터월드 2026(DCW)'에 참가해 AI 데이터센터용 공기·액체·액침 냉각 등 열관리 솔루션부터 에너지 사용 최적화까지 토탈 솔루션을 선보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들이 'DWC 2026' LG전자 부스를 소개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LG전자가 20일부터 23일(현지시간)까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데이터센터월드 2026(DCW)'에 참가해 AI 데이터센터용 공기·액체·액침 냉각 등 열관리 솔루션부터 에너지 사용 최적화까지 토탈 솔루션을 선보다고 21일 밝혔다. 사진은 모델들이 'DWC 2026' LG전자 부스를 소개하는 모습. (LG전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4.2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히트슬러그만 전문적으로 양산, 제조하는 미국 상장기업은 드문 편이다. 인텔이나 AMD 같은 미국 설계기업도 히트슬러그 구조를 설계하지만 제조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기업들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히트슬러그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발열관리 밸류체인 기업들은 상당하다.

열 순환구조를 보면 '칩→히트슬러그→TIM(서멀 인터페이스 소재)→콜드플레이트→CDU(냉각수 분배 장치)→냉각수→열교환기→냉각탑→외부' 형태다. 미국은 콜드플레이트 다운스트림에 압도적 종목들이 포진해 있다. 4개 종목이 발열 밸류체인 80%를 커버하는데 △버티브(VRT) △모다인(MOD) △파커 하니핀(PH) △마이크론(MU) 등이다.

히트슬러그에 가장 가까운 미국 상장사는 인텔(INTC)과 마이크론(MU)이다. 두 회사 모두 차세대 IHS 설계 IP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인텔 자체는 파운드리 사업의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IHS만 보고 투자하기는 부담스러운 종목이다. 마이크론은 IMEC가 강조한 바텀사이드 쿨링의 핵심 기술을 지니고 있다.

히트슬러그 각광…서플라이 체인에 마이크론-버티브-모다인 등 포진

실적도 좋다. 2026 회계연도 2분기(2025년12월~2026년2월) 마이크론의 주당순이익(EPS)은 예상치 8.79달러를 넘어선 12.20달러를 기록했다. 매출은 예상치 191억9000만달러를 24% 넘어선 238억6000만달러였다. 5개 분기 연속 어닝 서프라이즈다. 마이크론의 경우 기존 반도체 사업이 워낙 크기 때문에 히트슬러그는 플러스 알파 개념으로 봐야하지만, 기술개발에 성공한다면 반도체 사업에도 막대한 영향을 준다.

히트슬러그와 콜드플레이트 사이를 메우는 소재가 TIM(Thermal Interface Material)인데 파커 하니핀(PH)이 대표기업으로 꼽힌다. 자회사 Chomerics가 TIM 전문 사업부다. 2019년 LORD 코퍼레이션 인수로 첨단 접착제·TIM 포트폴리오를 확장했다. 하니웰은 AI 데이터센터·5G·전기차향 커스텀 TIM이 주력이다. 다만 TIM은 전체 매출의 소수 비중이라 테마 비중이 희석된다. 3M은 서멀 관리 테이프와 갭필러를 공급하고 다우는 디스펜서블 서멀 패드 같은 실리콘 기반 TIM이 강점이다.

히트슬러그 다운스트림에서 비중이 높은 콜드플레이트 사업을 하는 회사들은 많은 편이다. 본격적으로 열을 흡수해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으로 전달하는 기업으로는 버티브(VRT)가 1순위에 꼽힌다. 엔비디아 공식 파트너로, GB200 NVL72 레퍼런스 아키텍처를 공동 개발했다. 차세대 루빈(Rubin) 아키텍처도 함께 설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6년 3월 S&P 500 지수에 편입되면서 시장의 주류 종목으로 자리잡았다.

실적은 폭주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26억5000만달러(약 3조8425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조정 영업이익은 64% 급증, 조정 EPS는 1.17달러를 기록했다. 2026년 가이던스는 매출 132억5000만~137억5000만달러(19조2125억~19조9375억원)에 조정 EPS 5.97~6.07달러로 제시했었는데 최근 이를 상향했다. 2026년 매출 전망치를 최대 140억 달러(약 20조3000억원), 조정 EPS는 6.30~6.40달러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며 3년 치 일감을 이미 확보했음을 과시했다.

최근 주목받는 기업은 모다인(MOD)이다. 시총은 상대적으로 작지만 성장률은 더 가파르다. AI 데이터센터에 특화된 'Airedale by Modine' 브랜드가 핵심이다. 데이터센터 매출이 분기마다 폭증하고 있다. 모다인은 올해 초 'TurboChill 3+MW' 칠러를 공개했다. AI 데이터센터의 GPU 발열을 처리하는 대형 냉각 장비다.

회사는 데이터센터 매출이 2026년 10억달러(1조4500억원)에서 2028년 20억달러(2조9000억원)로 증가할 것으로 본다. 올해 20~25% 매출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CDU·매니폴드·콜드플레이트를 자체 브랜드로 공급하는 엔벤트 일렉트릭(NVT)도 주목할 만 하다. 데이터센터 솔루션 라인업이 본격 가동 단계다. 버티브와 모다인 모두 주가가 급등하는 등 냉각 인프라와 관련한 실적이 밸류에이션에 어느정도 반영됐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부분이다.

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
반준환의_미국 스몰캡 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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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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