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교육은 주먹이 아니라 가슴으로 실현된다[딥 포인트/정철근]

참교육은 주먹이 아니라 가슴으로 실현된다[딥 포인트/정철근]

정철근 주필
2026.06.18 02: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교권 침해 등 다룬 드라마 세계적 흥행
안민석 "특수부대 출신 투입" 주장하나
체벌보다 교사의 열정이 해결할 수 있어

"말로 해서 듣는 놈은 말로, 때려서 듣는 놈은 때려서라도 가르친다. "

전세계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넷플릭스 시리즈 '참교육'에 나오는 대사다.

이 드라마는 공개한지 열흘만에 넷플릭스 TV쇼 세계 1위에 올라섰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배우 이성민이 교육부장관으로, 김무열·진기주가 교권보호국 감독관으로 나온다. 이들은 학교 폭력, 학부모의 갑질 민원, 학교내 마약 유통, 사이버 블링 등에 대해 때로는 말로 설득하고 때로는 물리력을 써서라도 응징한다. 드라마의 특성상 과장된 설정이 있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사이다' 같은 쾌감을 준다는 반응이다.

지난해 한국교원단체연합회 교권강화국에 접수된 교권 침해 상담건수는 438건에 달한다. 이중에는 한겨울도 아닌 5월에 교사가 교실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었다고, 친구의 뺨을 때린 학생을 훈계했다가, 수업중 춤을 추는 학생을 제지했다는 이유로 아동학대 신고를 당하는 황당한 사례들이 많다.

일부 학부모들의 민원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은지 오래다. 현장체험학습으로 수족관에 갔더니 동물 학대 장소에 왜 갔냐는 민원이 제기될 정도다. 민원 때문에 요즘 학교에선 운동회도,축구도, 체험학습도, 수학여행도 꺼리는 분위기다. 우리 세대는 1970~80년대 초중등 과정을 보냈다. 학교 폭력은 당시에도 심했다. 하지만 그 때는 선생님이 학생들을 때리는 것도 문제였다. 학생이 잘못을 해 매를 드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감정적으로 학생을 때리는 선생님도 종종 있었다.

80년대 학교는 '야만의 현장'이었다. 전두환 정권이 범죄자들을 순화교육시킨다는 목적으로 만든 '삼청교육대' 시설에 각 고등학교의 문제학생들을 입소시킨 적도 있다. 우리 반 친구 몇명도 고등학교 2학년 수학여행 때 술을 마셨다가 정학처분을 받고 여름방학 때 삼청교육대 수용소에 들어가 봉체조·유격훈련 등 가혹한 체벌을 당했다. 어린 친구들이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었지만 이들을 구원한 것은 고교 3학년 담임선생님이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그 분은 잘못을 하면 엄하게 꾸짖었지만 형편이 어려운 제자들에겐 용기를 주셨다. 돌이켜보면 이런 참교육을 펼친 선생님 덕분에 인격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우리들이 정상적으로 성장한 것 같다.

대한민국은 초중등 교육에 많은 돈을 써왔다. 지난 10년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두배 가까이 늘었다. 그런데 한국의 교육은 재정이 부족할 때보다 오히려 망가져 있다. 많은 교사들이 드라마 '참교육'에서 통쾌한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하지만 이들이 교단에서 마주할 현실은 여전히 참담하다. 지금 학교에 필요한 것은 드라마속의 초현실적 영웅이 아니다. 교사들이 소신있게 학생들의 잘못을 엄하게 꾸짖고 사랑으로 보듬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교사의 열정이 식으면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봐야 기형적인 교육현장은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드라마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정치권에서도 움직이고 있다. 안민석 경기도교육감 당선인은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해병대·특전사 등 특수부대 출신 교사를 통제가 불가능한 문제학교 현장에 투입하겠다"고 말했다. 안 당선인의 발언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오죽하면 진보진영인 정근식 서울시교육감 당선자조차 "파시슴적 발상"이라고 비난했을까. 고교 2학년 수학여행에서 서울로 복귀하는 날, 만취해 몸도 못가눈 내 친구를 발로 짓밟은 3군사관학교 출신 교련선생 모습이 떠올랐다. 필자에겐 학교를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로 트라우마로 남은 고통스런 기억이다.

6·3 지방선거에서 새 교육감들이 당선됐다. 진보·보수를 떠나 붕괴 직전인 교육 현장을 바꿔나가야 한다. 참교육은 교사의 주먹(체벌)이 아니라 가슴(열정)으로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교사가 학생들의 잘못을 눈치보지 말고 꾸짖을 수 있어야 한다. 드라마 '참교육'의 대사는 지금 한국 사회에 강렬한 메시지를 던진다.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한다."

정철근,주필,딥포인트수정2_컬러컷 /사진=임종철
정철근,주필,딥포인트수정2_컬러컷 /사진=임종철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철근 주필

안녕하세요. 논설위원실 정철근 주필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