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냉장고 '번쩍'…"아틀라스 놀라운 성과 비결은"[인터뷰]

23㎏ 냉장고 '번쩍'…"아틀라스 놀라운 성과 비결은"[인터뷰]

뉴욕·보스턴=심재현 특파원
2026.06.2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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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로봇 패권 경쟁]1-⑤

[편집자주] AI(인공지능) 기술혁신이 로봇산업의 미래마저 앞당기고 있다. 이미 로봇이 떠받치는 '7경원' 규모의 피지컬 AI 시장 선점을 위한 국가간 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이에 한국을 비롯해 미국·중국·일본 등 주요 로봇 강국의 경쟁력을 분석하고 향후 관련 사업 패권을 잡기 위한 전략을 모색해봤다.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가 고난도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쳐
보스턴다이나믹스 휴머노이드로봇 '아틀라스'가 고난도 동작을 시연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쳐

"로봇 업계에서 가장 훌륭했던 모델 예측 제어(MPC) 스택을 과감히 폐기했습니다. 최근 아틀라스가 보여준 놀라운 성과는 바로 그 결단의 결과입니다."

지난 5월 휴머노이드 로봇의 선두주자 보스턴다이나믹스가 공개한 신형 '아틀라스' 시연 영상에 전 세계가 다시 한번 깜짝 놀랐다. 백플립, 물구나무서기, 고속 회전 등 기존의 고난도 동작을 넘어 이번에는 아틀라스가 23㎏에 달하는 냉장고를 안정적으로 옮기는 모습이 공개됐다.

주변 물건을 정확히 인식하고 적절한 지점을 찾아 손으로 들어 올린 뒤 실시간으로 무게 균형을 잡으면서 이동해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내려놓는 작업은 사실 백플립보다 훨씬 복잡한 고난도 기술이다. 당장이라도 생산 현장에 투입될 수 있을 듯한 아틀라스의 진화에 전 세계 로봇 전문가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같은 달 2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로보틱스 서밋 & 엑스포 2026' 현장에서 머니투데이와 만난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로봇행동디렉터(사진)는 자사의 최대 경쟁력이던 MPC를 버린 게 도리어 성공의 발판이었다고 털어놨다.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로봇 행동 디렉터. /사진=심재현 특파원
알베르토 로드리게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로봇 행동 디렉터. /사진=심재현 특파원
핵심기술, 현장 고려해 재구축 "멀지만 빠른길"

보스턴다이나믹스는 1992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벤처로 출발한 이래 사족보행 로봇 '빅독'과 '스팟', 물류 로봇 '스트레치' 등을 선보이면서 글로벌 로봇 업계의 기술적 기준을 제시해 온 상징적인 기업이다. 특히 이들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린 핵심 무기는 로봇의 물리적 거동을 수학적 모델로 예측해 제어하는 'MPC' 프로그램이었다. 완벽한 역학 계산을 통해 로봇의 균형을 잡는 MPC는 그동안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술적 모태이자 가장 강력하고 안정적인 무기였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쳐
/보스턴다이나믹스 유튜브 캡쳐

이처럼 견고했던 기술을 스스로 폐기한 이유는 현장의 신뢰성 때문이었다고 로드리게스 디렉터는 설명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상용화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때론 지저분하고, 무작위적인 일도 일어나는 실제 현장에서 예외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실패 없이 작동하는 신뢰성이다. 움직이는 접촉면이 끊임없이 바뀌고 예측 불가능한 마찰이 일어나는 산업 현장에서는 고전적인 MPC 스택만으로 모든 변수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하단 구동기 제어 영역만 MPC 방식을 남겨두고 나머지 모든 인지·행동 제어 시스템을 인간의 행동 시연과 스스로 시행착오를 통해 배우는 강화학습 기반으로 재구축했다. 로드리게스 디렉터는 "휴머노이드 상용화를 위해 다시 한번 멀지만 빠른 길을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특성. /그래픽=이지혜
보스턴다이나믹스 '아틀라스' 특성. /그래픽=이지혜
상용화 앞서 초기 '협동 플릿' 모델 필요

로드리게스 디렉터는 휴머노이드 상용화까지 해결해야 할 실무 과제로는 원시 데이터 정제를 꼽았다. 원시 데이터를 수집하는 속도에 비해 이를 AI 모델이 학습할 수 있는 형태로 정제·주석화하는 과정은 비용이 크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대표적인 병목 구간으로 꼽힌다. 대규모 강화학습이 위력을 발휘하려면 결국 양질의 데이터 인프라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의미다.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제시한 현실적인 해법은 인간과 로봇이 함께 일하는 초기 단계의 '협동 플릿' 모델이다. 수십 대의 로봇을 먼저 현장에 배치한 뒤 예외 상황이나 실패가 발생하면 사람이 즉각 개입해 문제를 수정하고 그 과정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다시 학습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로드리게스 디렉터는 "결국 중요한 것은 인간 개입이 필요한 초기 배치 단계를 얼마나 경제적으로 운영하면서 신뢰성을 빠르게 끌어올리느냐"라며 "휴머노이드 상용화의 최종 승부처는 기술 과시가 아니라 신뢰성 확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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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현 특파원

머니투데이 뉴욕 특파원입니다. 뉴욕에서 찾은 권력과 사람의 이야기. 월가에서 워싱턴까지, 미국의 심장을 기록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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