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팔 괜찮습니다. 저 한 번만 나가게 해주십시오."
롯데 자이언츠 마무리 최준용(25)은 쉬어야 할 날, 스스로 3연투를 자청했다. 전날 만루홈런을 허용한 아쉬움, 선두 LG 트윈스를 상대로 또 한 번 놓치면 팀 분위기가 꺾일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마지막 순간, 포수 손성빈(24)의 송구가 롯데의 승리를 완성했다.
롯데는 지난 6월 28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리그 정규시즌 홈 경기에서 LG 트윈스에 11-9로 승리했다.
의미 있는 승리였다. 롯데는 이 승리로 약 1년 만에 LG 상대 위닝 시리즈를 달성할 수 있었다. 또한 상대 전적 열세였던 팀(NC 다이노스, LG)들을 만났던 지난 주를 4승 2패로 마무리하면서 분위기도 끌어올릴 수 있었다.
사령탑도 칭찬한 경기였다. 롯데 김태형 감독은 6월 30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을 앞두고 "굉장히 중요한 경기였다. 난 솔직히 뒤집히는 줄 알았다. 그런 경기를 이기고 넘어왔다는 건 선수단 분위기 차원에서도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끝나기까지 한 치도 예상할 수 없던 경기이기도 했다. 8회초 오스틴 딘에게 좌중월 투런포를 맞아 11-9까지 쫓겼고, 9회초까지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필승조 최준용, 김원중 모두 2연투 중이라 쉽게 꺼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 전날(27일) 5-2로 앞서던 경기를 7-8 역전패당한 기억이 있었기에 2점 차는 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이때 마무리 최준용이 깜짝 등판했다. 6월 30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스타뉴스와 만난 최준용은 "원래는 감독님께서 쉬라고 하셨다. 그런데 경기 초반 비슬리가 (헤드샷으로) 퇴장당하면서 경기가 타이트해졌다. 우리 투수진이 잘하고 있고 많긴 하지만, LG가 워낙 강팀이라 후반에 나라도 있으면 이길 확률이 조금은 더 올라가지 않을까 해서 몸을 풀었다"고 밝혔다.
이미 26일 20구, 27일 10구를 던진 상황이었다. 최준용은 전날 2사 만루에 등판해 오스틴에게 홈런을 맞은 기억도 있었기에 쉽지 않았을 등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 부분이 등판을 자처하는 이유가 됐다.
최준용은 "2사 만루에 올라가 깔끔하게 막아내는 게 마무리 투수의 역할인데 내가 그걸 하지 못했다. 또 내 주 구종이 아닌 커브로 맞아 아쉬웠고 이기고 있던 경기를 내준 거라 팀원들에게도 너무 미안했다"고 돌아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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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조금이나마 팀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이 경기마저 놓치면 이번 주(6월 30일~7월 5일)까지 타격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김)상진 코치님에게 '이 경기(6월 28일)는 꼭 잡아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나가서 무조건 막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팔 괜찮으니까 감독님께 얘기해서 저 한 번만 나가게 해주십시오'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확실히 LG는 만만치 않은 팀이었다. 문성주, 신민재에게 연속 안타를 맞으면서 최준용은 순식간에 무사 1, 2루 위기에 몰렸다. 이때 김상진 투수코치와 포수 손성빈이 올라왔다. 한참 이야기를 나눈 결과는 놀라웠다.
구본혁 타석에서 초구부터 피치 아웃이 진행됐다. 손성빈이 그 공을 잡아 2루로 송구해 주자 문성주를 아웃시키면서 다시 롯데로 분위기를 가져왔다. 이후 최준용이 구본혁에게 4-6-3 병살을 가져오면서 롯데는 승리할 수 있었다.
이 상황을 두고 손성빈은 "(최)준용이 형에게는 '내가 초구에 (2루로) 쏠 거니까 바깥쪽에 조금만 높게 던져달라'고 했다. 그런데 준용이 형이 정말 완벽하게 던져줬다"고 고마움을 전한 바 있다.
이에 최준용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손)성빈이가 높게 던져달라고 했었다. 다행히 그 공이 성빈이가 송구하기 좋은 위치로 갔다"라며 "그날은 정말 성빈이가 다 한 경기였다. 그 2루 송구 하나가 분위기를 만들었고 지금도 고맙게 생각한다. 성빈이가 예비군에서 돌아오면 맛있는 밥을 사주려고 한다"고 오히려 동생을 챙겼다.

젊은 배터리의 승리를 향한 의지는 그야말로 대단했다. 최준용이 작전 회의 후 내려가는 손성빈을 다시 붙잡으며 "(손)성빈아, 막아보자"라고 하는 장면이 중계에도 잡혔다. 최준용은 "나도 (손)성빈이도 전투력이 올라왔던 상황이었다. 특히 나는 무조건 그 경기는 잡아야 한다는 각오여서 성빈이한테 막아보자고 했던 것 같다. 그 말대로 이뤄져서 정말 좋았다"고 활짝 웃었다.
이어 "지금 우리 팀이 조금은 분위기를 탄 것 같은 데 정말 재미있다. 사실 올 시즌 초반 팀이 안 좋았었는데 그때 처음으로 야구가 재미없다고 생각했다. 내가 잘하고 있어도 팀이 못하니까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경기에 나가는 것이 즐거워졌다. 그 경기도 상승세를 이을 수 있는 경기였고, 내가 막을 수 있어 더 기분 좋았다"고 솔직한 심정을 드러냈다.
최준용은 경남고 졸업 후 2020 KBO 신인드래프트 1차 지명으로 입단한 프로 7년 차다. 33경기 4승 3패 1홀드 14세이브 평균자책점 2.88, 34⅓이닝 35탈삼진으로 커리어하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그 활약은 이번 올스타전 선수단 투표로도 인정받았다. 최준용은 팬 투표 최하위로 아쉽게 올스타전에는 나가지 못했지만, 선수단 투표에서는 두 번째로 많은 112표를 받았다.
최준용은 선수단 투표 2위라는 말에 "9개 구단 선수들에게 정말 감사하다. 이렇게 조금이나마 인정해주시는 것 같아 몸 둘 바를 모르겠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이어 "다들 내 노래를 기대하셨을 텐데 그건 시즌 끝나고 하면 된다. 내가 또 비시즌 땐 항상 보여드리지 않나"고 농담하면서 "올스타전에 못 간 것이 아쉽긴 하지만, 다음에 또 기회가 있을 것이다. 지금은 올스타 기간에 잘 쉬고 후반기를 잘 준비해서 우리 팀이 올라가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