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재고 '5·18 조롱 논란'…혐오 표현은 '일상 속 놀이'
학생들 "유행어처럼 사용…문제 제기도 어려워"
역사 인식·인권 교육 강화해야

고교야구 경기장에서 나온 5·18민주화운동 조롱 구호는 특정 학교의 돌발적 일탈일까. 전문가들은 청소년들 사이에서 혐오 표현이 별다른 제재 없이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는 현실이 이번 논란의 배경이라고 본다. 역사·인권 교육을 강화하고 반복적인 혐오 표현에는 학교 차원의 징계 등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1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29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81회 청룡기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서 서울 배재고 선수들은 광주제일고 선수들을 향해 "스타벅스 가야지" "탱크데이" 등 구호를 외쳐 5·18민주화운동을 조롱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는 지난 5월 불거진 스타벅스코리아의 '5·18 탱크데이' 이벤트 논란을 연상시켜 지역 비하성 구호로 인식됐다. 배재고가 사과에 나서고 서울시교육청이 진상조사에 착수했지만, 논란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교육 현장과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특정 학교의 일탈을 넘어 청소년들 사이에 퍼진 혐오 표현 문화를 보여준다고 본다. 극단 성향의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SNS)에서 유래한 조롱과 혐오 표현이 학생들 사이에서 장난이나 유행어처럼 쓰이고, 이를 문제 삼는 학생은 오히려 예민한 사람처럼 여겨지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민원 부담과 명확한 대응 기준 부재로 적극적인 제재에 나서기 어렵다고 토로한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청소년 차별·혐오 표현 대응 인식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85%가 학교 내 혐오 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지만 '혐오 표현에 항상 대응한다'고 답한 비율은 14%에 그쳤다. 응답 교사의 73%는 민원 부담과 매뉴얼 부재 등을 이유로 '대응이 어렵다'고 밝혔다.

고등학교 3학년 A양(18)은 "학교나 학원에서 또래 남학생들이 특정 지역 사투리를 흉내 내거나 장애인과 여성 비하 발언을 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광주 사람으로서 조롱의 대상이 될 때 억울하고 화도 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이어 "학교에서 주기적으로 영상으로 인권 교육을 하지만 제대로 보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올해 고등학교를 졸업한 B씨(19)도 "중·고등학교 때 특정 커뮤니티에서 만들어진 혐오 표현들이 일상적으로, 유행어처럼 쓰였다"며 "혐오 표현을 사용하는 학생들이 학교 문화를 주도하는 분위기였다"고 했다. 이어 "문제 제기를 하기 어려워 무력감과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사안에 따라 학교 차원의 징계를 병행하는 등 보다 엄정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박주형 경인교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들이 SNS상 혐오 표현에 무분별하게 노출되며 오프라인에서도 일상적인 놀이 문화처럼 소비하고 있다"며 "학교에서 제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학생들이 '큰 문제가 아니다'란 인식을 갖고 잘못된 사회화 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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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교사가 학생을 지적하면 항의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학교의 교정 기능이 약화한 결과로도 보인다"며 "혐오 발언에 대해선 철저한 사과와 징계를 통해 반복되지 않도록 지도하고, 역사 인식과 인권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