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잔액 334조, IP 등 평가보조 활용… 새 기준 도입 필요

생산적금융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담보 중심의 개인사업자와 중소기업 대출을 기술평가 기반 신용대출로 전환할 필요성이 제기되지만 여전히 은행들의 공급실적은 미미하다. 특히 부동산이나 설비 등 유형자산이 부족한 AI(인공지능)기업의 경우 기존 기술평가 방식만으로는 기업의 상환능력을 판단하기 어려워 새로운 평가방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해외처럼 토큰 사용량 등 새로운 평가기준도 대안으로 꼽힌다.
30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들의 올해 상반기 기술신용대출 잔액은 334조551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1년 전과 비교해 8.6% 증가한 규모다. 기술신용대출은 매출은 적지만 기술력이 있는 강소기업의 자금조달을 위해 기술평가를 은행 대출심사에 반영하도록 한 제도다.
기술평가를 기반으로 한 신용대출 비중은 아직 크지 않다. 은행권 중소기업대출 잔액 1137조원 가운데 기술신용대출이 차지한 비중은 약 30% 안팎이다.
기술신용대출에는 IP(지식재산권) 등 기술 무형자산을 담보로 한 대출상품도 있다. 은행들은 통상 IP 평가액의 손실보전율을 약 40%로 설정하고 일부 차주의 신용도를 추가로 반영한다. 예를 들어 평가가치가 2억원인 IP를 보유했더라도 대출상한은 8000만원에 불과하고 여기에 20% 정도 신용으로 대출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1억원가량만 받을 수 있다.
담보인정비율이 낮다 보니 은행당 IP 담보대출의 반기 기준 공급액은 1000억원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차주들은 2억원짜리 담보인데 1억원밖에 대출이 안 나온다는 불만이 있다"며 "외부기관 기술평가를 반영하긴 하지만 내부신용등급이 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유형자산이 부재한 AI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늘면서 국내에서도 새로운 신용평가모델을 도입할 필요성이 커졌다. 해외에서 등장하는 기술평가모델도 대안으로 꼽힌다. 중국전문가포럼(CSF)에 따르면 올해 8월 중국은행, 중신은행, 광저우은행이 AI 토큰을 사실상 담보로 삼은 대출상품을 잇따라 내놨다. 지자체나 데이터 관련 기관과 협업해 토큰 사용량이나 계약수주를 지표로 삼은 것이다.
다만 아직 무형자산이 상환능력을 완전히 담보하긴 부족하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부실발생 이후 회수 가능성까지 동시에 뒷받침돼야 한다는 조언도 뒤따른다. 김석기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선 자금회수가 가장 큰 관심사인데 현재는 담보물이 권리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며 "담보 없이도 채권자들의 권리가 더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