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전송 효율 중요성↑…하이브리드 본딩 기술 고도화
메모리 장벽 극복 핵심은 연결…소부장 생산능력 확충 과제

AI(인공지능) 반도체의 기술 주도권 경쟁이 D램 미세화를 넘어 칩을 쌓고 연결하는 패키징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전자(260,000원 ▲3,000 +1.17%)와 SK하이닉스(1,674,000원 ▲21,000 +1.27%)가 국내외 생산거점 확대에 나선 가운데 데이터 전송 효율을 좌우하는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가 필수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
3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주도권 확보를 위해 첨단 패키징 투자와 설비 확충을 본격화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인디애나주 웨스트라피엣에서 40억달러(약 5조4824억원) 이상을 투자하는 AI 메모리 첨단 패키징 생산기지 착공식을 진행했다. 2029년 하반기부터 차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인 HBM4E(7세대)를 양산할 계획이다. 삼성전자 역시 충남 천안·아산 등 충청권을 중심으로 패키징 설비 투자를 늘리고 있다.
양사가 패키징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은 AI 반도체의 성능을 좌우하는 요소가 개별 D램뿐 아니라 칩을 쌓고 연결하는 기술까지 넓어지고 있어서다. 실제 AI가 학습 중심에서 실시간으로 추론하고 판단하는 단계로 발전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도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프로세서의 연산 속도를 메모리의 데이터 공급 속도가 따라가지 못하는 메모리 장벽(Memory Wall)을 극복하기 위해 D램의 성능뿐 아니라 데이터 이동 효율도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D램과 HBM 패키징 기술도 함께 고도화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는 이날 서울 코엑스에서 가진 미디어 브리핑에서 EUV(극자외선) 적용 확대와 주변회로 성능 개선에 이어 수직 트랜지스터 기반 4F², 3D D램 등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HBM 적층이 늘수록 칩 사이의 연결 기술도 중요해지고 있다. 현재 TSV(실리콘관통전극)와 마이크로범프 방식에서 구리를 직접 접합하는 하이브리드 본딩으로 기술이 진화하고 있다. 칩 사이 간격을 줄여 연결 밀도와 전력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특히 메모리와 연산장치를 가까이 배치하는 2.5D·3D 통합과 데이터를 광신호로 전송하는 공동광학패키징(CPO)도 개발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HBM 성능과 생산량뿐 아니라 칩을 효율적으로 쌓고 연결하는 기술력에 중점을 둘 수밖에 없다.
이같은 변화는 국내 소재·부품·장비 업계에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구조가 복잡해질수록 신소재와 증착·식각 기술, 정밀한 계측·검사가 필요해지기 때문이다. 어플라이드 측은 AI 반도체 수요가 공급을 웃돌면서 고객사의 증설과 장비 추가 공급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업계도 이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국내외 생산거점 확대에 맞춰 생산능력 확충과 기술 고도화에 나설 계획이다.
박광선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 대표도 이날 HBM을 중심으로 한 AI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면서 "HBM이 AI 생태계의 핵심적인 중요 기술로 대두되고 있고 어드밴스드 메모리를 제조하는 3개 업체 중 2개 회사가 한국에 있다"며 "한국은 앞으로 더욱 전략적이고 중요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