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년 10월 10일. 경남 거제에서 40대 남성이 동거하던 3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담아 옥상 바닥에 벽돌을 쌓고 시멘트를 부어 시신을 은닉한 사건이 벌어졌다.
범행은 16년이 지나서야 드러났다. 2024년 8월 누수공사를 하려고 방문한 인부가 시멘트 구조물을 드릴로 부수다가 시신이 담긴 가방을 발견하면서다.
수사를 거쳐 A씨는 2024년 10월 살인 등 혐의로 구속기소 됐으나, 시체유기는 2015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혐의에 적용되지 않았다.
동거녀 살해하고 시신 캐리어에…시멘트 부어 은닉
A씨는 1998년 부산의 한 나이트클럽 DJ로 일하다가 손님으로 온 여성과 연인관계로 발전했다. 두 사람은 2004년 경남 거제에서 동거를 시작했다. 2007년에는 거제 고현동의 한 빌라 옥탑방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사건 당일 두 사람은 말다툼을 벌였고 A씨는 피해자에게 부엌에 있던 둔기로 머리와 얼굴을 내리쳐 살해했다.

그의 엽기적인 범행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피해자 시신을 여행용 캐리어에 넣어 옥탑방 옆 야외 베란다로 옮긴 후 벽돌로 구조물을 쌓았다. 이후 10cm 두께가 될 정도로 시멘트를 부어 은닉했다.
당시 피해자는 가족들과 교류가 잦지 않아 3년 후인 2011년 8월 실종신고를 했다. 시신이 확인되지도 않았고 사망했다는 정황도 없었으나 경찰은 A씨를 의심해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 A씨는 "헤어진 후 연락이 끊겼다"고 진술했고 이외에는 별다른 증거가 나오지 않아 실종사건은 미제로 남겨졌다.
A씨는 이 옥탑방에서 2016년까지 시신과 함께 살았다. 그는 2016년 마약 투약으로 구속돼 1년간 교도소에 복역했고 출소하자마자 짐 정리도 하지 않고 양산으로 거주지를 옮겼다.
16년 후에야 시신 발견…냄새도 없었다

A씨의 범행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시멘트가 10cm로 두꺼워 냄새도 나지 않았다고 한다. A씨가 방을 비운 후 집주인은 시신이 있는 베란다와 맞닿은 이 옥탑방을 옷방이나 손님방으로 쓰기도 했다.
범행이 발각된 것은 무려 16년 후다. 2024년 8월 거제에 늦여름 폭우가 쏟아졌고 이 빌라에 누수가 발생했다. 집을 방문한 인부들은 보수공사를 하려고 시멘트를 깨다가 여행용 캐리어를 발견했다. 이 안에는 여성의 시신이 들어있었다. 당시 시신은 부패가 거의 진행되지 않은 상태라 지문이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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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수사에 들어갔고 발견된 시신은 2011년 실종신고됐던 피해자임을 확인했다. 부검 결과 둔기에 의한 머리 손상으로 사망하게 됐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경찰은 A씨를 용의자로 특정해 양산 거주지에서 그를 체포했다. A씨는 16년 전 사건의 범행 날짜와 시간, 구체적인 경위, 둔기를 버린 위치까지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살인 혐의 징역 14년…시신은닉 혐의는 공소시효 만료

수사 과정에서 A씨가 필로폰을 구매·투약한 사실도 드러났다.
A씨는 살인죄와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다만 시신 은닉 혐의는 2015년 공소시효가 지나 혐의에 적용되지 않았다.
재판 과정에서 A씨 측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총 16년 6개월의 징역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해자는 극심한 신체적·정신적 고통과 공포 속에서 생을 마감했을 것으로 보이고, 피해자의 유족이 A씨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살인 혐의에 대해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시체를 유기한 16년보다 짧은 형량이었다.
또 "A씨가 마약류 범죄로 징역형의 처벌을 받은 전과가 있다"며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형이 무겁다고, 검찰은 형이 가볍다며 재판에 불복해 항소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대법원도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