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원을 중앙상황실 등이 지정하도록 한 일명 '응급실 미수용(뺑뺑이) 방지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를 두고 의료계 내홍이 깊어지고 있다. 유관 학회에서 내부 책임론이 불거지는 등 갈등이 고조된 분위기다.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박규남 대한응급의학회장(가톨릭 의대 교수)은 지난 16일 회장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전날(15일) 전병조 이사장(전남의대 교수)의 임원 자격 상실(탄핵)안이 부결된지 하루 만이다. 응급의료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관련 내부 반발이 지속되자 사퇴를 최종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응급의료법 개정안을 둘러싼 파장이 내부 갈등으로 번지는 분위기다. 특히 전 이사장 탄핵안은 응급실 현장에서 근무 중인 회원들의 반대에도 그가 국회에 학회 차원의 법안 찬성 입장을 전달했단 주장이 나오면서 안건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도화선이 된 응급의료법 개정안은 중증 응급 환자를 이송할 병원이 신속히 정해지지 않는 경우 중앙응급의료상황실과 119구급상황센터가 지정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환자 수용을 거부할 '정당한 사유'도 △시설·장비·인력 등이 부족해 적절한 응급처치를 제공할 수 없는 경우 △최종 진료 제공 인력이 다른 환자의 최종 진료 등을 수행 중인 경우 등으로 명시됐다.
응급의료 종사자의 형사처벌 감면은 '임의적'(면제할 수 있다) 규정에서 '필요적'(면제한다) 규정으로 개정했고, 우선 수용병원에서 중증 응급 환자 수용 시 형사책임을 면제하도록 했다. 119구급대 등이 병원의 환자 수용 능력을 확인해야 한단 조항은 삭제됐다.
의료 현장에선 개정안이 '수용 의무'만을 우선시한다고 지속해서 반발하고 있다. 환자의 최종 치료를 담당하는 배후 진료과의 인프라와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법안이 시행되면 결국 강제 수용을 의무화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단 것이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가 현장 응급의학과 전문의 30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93%(279명)가 이번 법안 효과성에 대해 '부정적으로 본다' 응답했고, 96%(288명)는 '수용 곤란 상황정보를 실시간으로 통보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비수도권 지역의 한 병원 소속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를 받을 수 없는 사유에 '다른 환자를 보고 있을 때' 등이 포함됐는데 이를 구체적으로 어떻게 확인하겠단 것인지 이해가 어렵다"며 "한시가 급한 현장에서 수용이 어려운 사유를 지체 없이 바로 보고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최종 진료 인력이 그 순간에 어떤 것을 하고 있는지 응급실 의사가 바로 파악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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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전공의노동조합은 "이송·수용체계 개선은 필요하며 응급의료 종사자의 형사책임 감면을 필요적 규정으로 바꾼 점도 의미 있다고 본다"면서도 "(환자)수용 가능 여부를 어떤 기준과 절차에 따라 확인하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는 여전히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응급실 수용 거부의 정당한 사유와 의료진 형사 책임 면제 적용 기준을 보다 구체적으로 정하고 수련병원의 보호 대책 마련 등을 촉구했다.
환자단체에서도 개정안이 강제수용과 책임 면책에만 의존하고 있단 의견이 나온다.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응급의료법 개정이 '환자를 어느 병원에든 보내는 법'으로 작동해선 안 된다"며 "환자 수용 이후 전문진료와 최종 치료까지 국가가 추적하고 관리하는 체계를 구축하고 재전원과 응급실 장기대기가 반복되지 않도록 권역별 배후진료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