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응급실 압수수색 후폭풍 심화
전문의 잇단 사직에 병원마다 '센터 지정 반납' 논의도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13명뿐, 기피현상 부채질
치료받던 영아가 사망한 소아전문응급의료센터(이하 소아응급센터)에 대한 경찰의 압수수색 파장으로 '소아응급 전문의들이 떠날 것'이란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18일 의료계에 따르면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 소속 전문의 1명이 최근 사직서를 냈다. 또다른 소아응급센터에서도 전문의 2명이 최근 사직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지난달 30일 경찰의 압수수색이 결정적인 퇴사의 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지숙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장은 "의료인이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게 처음은 아니다"라면서 "환아의 치료에 최선을 다했음에도 현장에 있던 간호사와 의사가 범죄자 취급을 받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경기남부경찰청은 지난달 30일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를 압수수색했다. 지난 7월 병원에서 청색증으로 치료받은 생후 4개월 영아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의료과실 여부를 수사하기 위해서였다. 압수수색 당시 의료진은 응급처치 중이었는데 경찰은 의료진에게 "진료용 컴퓨터를 확인하겠으니 자리를 비워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의사들은 이를 '과잉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소아응급센터는 지난 5월 기준 전국 14곳이다. 이 중에서도 이번 압수수색이 진행된 아주대병원 소아응급센터는 2024년 12월 전국 최초로 문을 연 소아응급센터다. 올해 상반기 기준 이곳의 중증환자 비율은 30.4%로 전국 최고수준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 압수수색 이후 각 병원에선 '소아응급센터 지정 반납'을 서둘러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치료하기 어려운 중증·응급환자를 다루면 그만큼 예후가 좋지 않은 환아가 몰릴 수밖에 없는데 이번 일을 계기로 자칫 경찰의 수사대상에 오를 것이란 불안감이 확산해서다. 류정민 대한소아응급의학회장은 "경찰이 응급실을 범죄 소굴 다루듯 영장을 앞세운 결과 소아응급 진료 현장 전문의들이 사직서를 제출하고 있다"며 "이번 일은 기존 소아응급의료 기피현상을 더 가속할 것"이라고 성토했다.
실제 올해 상반기에 전국 응급의료기관의 '응급실 진료제약' 메시지를 진료과별로 집계했더니 소아청소년과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립중앙의료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6월 권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센터·지역응급의료기관이 통합 응급의료정보 인트라넷에 등록한 진료과별 응급실 메시지는 총 2만4256건이었는데 이 중 소아청소년과가 2985건으로 전체 진료과 중 가장 많았고 2위인 외과(1766건)보다 1.7배나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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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2017년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사망한 일을 두고 담당 교수가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된 후 소아청소년과는 전공의들의 기피과로 전락했다. 대법원이 해당 의료진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지만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은 2017년 112.1%에서 2023년 25.5%로 바닥을 쳤다.
이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수년간 이어지면서 지난달말 전국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13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내년도 수련병원별 소아청소년과 1년차 모집결과에 따르면 전국 61개 수련병원 중 85.2%(52곳)는 전공의를 1명도 확보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