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민연금 공시 문건에 첨부된 엑셀 파일에 비공개 펀드의 실명·투자잔액·감사 지시사항 등으로 추정되는 내부 정보가 암호 없이 숨김 시트로만 가려져 있었던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운용사 비동의와 민감한 투자정보라는 점을 이유로 펀드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제로는 누구나 비공개 펀드의 출자 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숨김 시트는 실명 정보와 약정액·약정일 등이 명시돼 있고 공시 파일을 내려받은 누구나 해제해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상태였다. 국민연금 측은 진위 여부를 확인해 줄 수 없다면서도 공시 문서상 숨김 시트를 비공개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머니투데이가 국민연금 홈페이지에 공시된 '인프라투자 종목(펀드)별 투자 현황' 엑셀 파일(2023·2024·2025년 말 기준)을 분석한 결과 파일마다 숨김 시트 7개가 들어 있었다. 2023·2024년 말 기준 '부동산투자 종목(펀드)별 투자 현황' 파일에도 숨김 시트가 파일마다 2개씩 들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 시트 숨김을 해제하면 '인프라1' 같은 공시용 가명 옆에 실명과 투자잔액이 동일한 시트가 나타나 사실상 국민연금의 시장 포지션이 국내외에 그대로 노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2026년도 제7차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에 참석해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6.10.20. since1999@newsis.com /사진=박영태](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10/2026102116401641471_2.jpg)
2023년 말 공시분부터 2025년 말 공시분까지 숨김 시트를 대조하면 인프라 투자 기준 40조~50조원대(2023~2025년 공시상 투자잔액 기준)로 추정되는 사모펀드·부동산 관련 투자 프로젝트들이 실명으로 드러난다. 서울고속도로, 부산울산고속도로, 일산대교 등 국내 민자도로와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블랙스톤 등 해외 운용사 펀드가 모두 실명으로 나왔다.
숨김 시트에는 '인프라투자실 포트폴리오 현황(2023년 12월)' 등 내부 자료도 실렸다. 내부용 자료에는 사업 230건의 약정액, 약정일은 물론 담당팀까지 적혀 있었다. 2023년 말 기준 공시 시트의 숨김 열에는 해외 프로젝트 내부 코드명 30건이 적혀 있었다. 숨김 시트의 '참고사항'에는 "국내 직접 사업의 경우 민감한 정보로 깔고 시작하면 됨"이라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비고란에는 "'민감한 정보'라는 말 넣기(감사지시사항)"라는 문구도 적혀 있었다.
부동산 숨김 시트에는 '운용사 비동의'로 표시된 국내 부동산 펀드의 운용사명과 사업명도 그대로 적혀 있었다. 국내 호텔 재건축 사업과 국민연금이 출자한 국내 자산운용사가 투자하는 대형 호텔 이름 등이 나왔다.
국민연금이 출자한 펀드명과 출자 내역이 사실상 여과 없이 노출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연간공시는 숨기지 않은 셀 등에 대한 것이며 숨김을 풀면 오해가 발생할 수 있어 정정 처리할 예정"이라며 진위에 대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