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P 2026]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으로 올해 3분기 합산 영업이익 190조원을 돌파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한자리에 모여 전력과 효율 중심의 기술 혁신 전략을 공개했다. 삼성전자는 AI로 반도체 개발·제조 과정과 설비 운영을 개선하고,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기술로 데이터 처리에 필요한 전력을 줄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232,000원 ▼10,000 -4.13%)와 SK하이닉스(1,526,000원 ▲39,000 +2.62%)는 29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 B홀에서 열린 '스마트 에너지 플러스(SMART ENERGY PLUS·SEP) 2026' 콘퍼런스에서 이같은 기술 방향을 제시했다. 지난 3분기 삼성전자가 약 107조원, SK하이닉스가 약 83조원을 벌었지만, 전력 수요 급증 및 공정 복잡화가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날 한재준 삼성전자 AX·PI센터 마스터 상무는 'AI가 만드는 반도체의 미래'를 주제로 발표하며 AI를 개별 업무에 적용하는 것만으로는 생산성을 충분히 높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반도체 개발·제조는 분석과 판단, 후속 조치가 이어지는 작업이어서 한 단계의 처리 속도가 빨라져도 다음 단계에서 시간이 지체되면 전체 업무 시간은 크게 줄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AI 도구 '코워크(Cowork)'를 반도체 불량 분석에 적용한 결과가 대표적이다. 기존 180분이 걸리던 분석 업무는 8.5분으로 단축됐지만 고객의 불량 접수부터 최종 피드백 전달까지 전체 과정의 개선 효과는 2.6%에 그쳤다. 한 상무는 "일부 업무가 빨라진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관점에서 빨라져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AI의 분석 결과가 실제 개선 조치로 이어지도록 업무 체계를 바꾸고 있다. 과거 불량 해결 사례를 학습한 AI가 이상을 탐지하면 여러 AI 에이전트가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안을 도출해 후속 조치와 효과 검증까지 연결한다. 연구개발 단계에서도 AI가 가설을 제시하고 실험 결과를 분석하도록 해 반복 작업과 부서간 업무 인계에 따른 대기 시간을 줄인다는 설명이다.
AI의 판단을 실제 운영에 반영하는 방식은 에너지 관리에도 적용된다. 삼성전자는 디지털 트윈과 AI를 결합해 외부 온도와 습도에 따라 냉각수 운전 조건을 자동 조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국내·외 사업장의 연간 전력 사용량이 약 30테라와트시(TWh)에 달하는 만큼 설비 운전 조건을 최적화해 전력 사용 효율을 높이려는 것이다.

SK하이닉스는 AI 시스템에서 데이터 이동에 필요한 전력을 줄이는데 초점을 맞췄다. 최준용 SK하이닉스 HBM(고대역폭메모리) 사업기획 부사장은 'AI의 미래를 정의하는 메모리: 메모리 장벽에서 에너지 장벽으로'를 주제로 발표하면서 AI 산업의 성장 제약 요인이 연산 성능에서 메모리로, 다시 전력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과거 PC·모바일 시대와 달리 AI는 서비스 이용과 데이터 처리량에 한계가 없어 전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기 때문이다. 최 부사장은 "디스턴스(거리)가 곧 에너지인 만큼 연산 자체보다 데이터를 읽고 이동시키는 전송 과정 자체를 줄이는 것이 메모리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우선 7세대 HBM인 HBM4E에서 성능과 전력 효율을 동시에 높일 방침이다. 최대 48기가바이트(GB) 용량과 초당 4테라바이트(TB) 이상의 대역폭을 구현하면서 HBM4(6세대) 대비 전력 소모를 약 20% 줄이는 것이 목표다. 데이터 처리량을 늘리는 동시에 소비 전력을 낮춰 AI 시스템의 성능을 높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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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모리 자체의 전력 효율을 개선하더라도 연산장치와 메모리 사이에서 데이터를 반복적으로 주고받는 과정은 남게 된다. SK하이닉스가 데이터 이동 거리와 이동량 자체를 줄이는 기술을 병행 개발하는 이유다. 이를 위해 GPU(그래픽처리장치)와 메모리를 수직으로 쌓아 데이터 이동 거리를 단축하는 '3차원(3D) 적층 D램'과 메모리 내부에서 직접 연산을 수행하는 '지능형 메모리(PIM)'를 개발하고 있다. 최 부사장은 "가공된 데이터만 프로세싱 유닛으로 보내 데이터 이동과 연산량을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