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톡톡]'세헤라자데'의 네버엔딩 스토리

[컬처톡톡]'세헤라자데'의 네버엔딩 스토리

송원진 바이올리니스트
2012.02.13 15:57

[송원진의 스토리 클래식] 림스키-코르사코프의 3대 관현악 걸작

↑ 레옹 박스트가 그린 발레 '세헤라자데'의 무대배경
↑ 레옹 박스트가 그린 발레 '세헤라자데'의 무대배경

'형만한 아우 없다'는 말이 있다. 모든 일에 있어 동생이 형보다 못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기 마련, 둘 중 누가 나은지 판단하기 힘들 때 '난형난제'(難兄難弟)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러시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 코르사코프(1844-1908)가 작곡한 '세헤라자데'를 들을 때도 떠오른다. 세헤라자데는 오케스트라를 위한 교향모음곡이면서 1막짜리 발레곡이기도 하다. 두 가지 형식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음악만 따로 들을 수도 있고 발레와 함께 보면서 즐길 수도 있는데, 어느 쪽을 선택해도 그 매력에 빠지게 된다.

교향모음곡 '세헤라자데'는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스페인 기상곡', '러시아 부활제 서곡' 과 함께 3대 관현악 걸작 중 하나로 꼽힌다. 아름다운 여인 세헤라자데가 샤푸리 야르 왕에게 1001일 동안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목숨을 건지고 왕비가 됐다는 이야기를 담은 '아라비안나이트'(천일야화)에서 영감을 얻어 작곡했다.

또 러시아의 국민 가극을 완성한 미하일 글린카의 가극 '루슬란과 루드밀라'부터 시작된 러시아 음악 속 동양미를 이어간 작품이기도 하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동양의 멜로디를 인용하거나 동양악기의 소리를 모방해 자신의 곡에 동양의 색채를 담았다.

처음엔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여러 악장으로 나누어져 있는 관현악 모음곡이었다. 림스키-코르사코프는 매 악장에 제목을 붙였으나 손을 댈수록 교향곡에 가까워지는 것을 느껴 악장의 제목을 없앴고, 결국 처음 만들었던 관현악 모음곡의 형태로 완성했다.

지금 우리가 듣는 것이 바로 △바다와 신드바드의 배(1악장) △칼렌다 왕자의 이야기(2악장) △젊은 왕자와 젊은 공주(3악장) △바그다드의 축제-바다-난파-종결(4악장)로 구성된 관현악 모음곡이다.

↑ 레옹 박스트가 그린 샤푸리 야르 왕의 무대의상
↑ 레옹 박스트가 그린 샤푸리 야르 왕의 무대의상

한편 발레 '세헤라자데'는 1910년 6월 4일 파리 '그랜드 오페라'에서 초연했다. 이것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 세르게이 디아길레프가 파리에서 열었던 러시아 예술축제 '러시아 시즌'에 '발레 뤼스' 데뷔작으로 열광적인 안무와 화려한 무대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다.

아라비안나이트 이야기를 가지고 알렉산드르 베누아(1870-1960)가 대본을 썼고, 음악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관현악 모음곡 '세헤라자데'를 사용했다. 초연 안무를 맡은 러시아 발레 안무가 미하일 포킨(1880-1942)이 춤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주장한 3악장을 제외한 나머지 3개 악장을 사용해 1막짜리 작품으로 만들었다.

무대 디자인과 의상제작은 화가인 레옹 박스트가 맡았고 무대커튼은 또 다른 화가 발렌틴 세로프의 스케치를 가지고 만들었다. 이 날 지휘는 니콜라이 체레프닌이 이끌었고, 이다 루빈시테인이 소베이다 역, 바츨라프 니진스키가 황금노예 역, 알렉시스 불가코프가 샤리알 역, 엔리코 체케티가 환관장 역, 바실 키실레프가 샤제만 역을 맡아 연기했다.

한편 1911년 6월 14일 뉴욕에서는 러시아 발레리노이자 미국 영화배우였던 표도르 코즐로프(1882-1956)가 러시아 황실 발레단을 위해 다른 버전의 세헤라자데를 만들었고, 무대디자인과 의상은 화가이자 무대예술가로 활동한 알렉산더 골로빈 등이 맡았다.

1993년 1월 5일에는 안무가 미하일 포킨의 손녀이자 발레리나 이자벨 포키나와 안드리스 리에파가 초연 무대의 안무와 무대 디자인을 재현했다. 2008년 10월 디아길레프의 러시아 시즌 100주년을 기념해서 모스크바 크레믈린 극장에서도 세헤라자데를 다시 볼 수 있었다.

1994년 5월 26일부터는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의 공식 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지금까지 공연 중이다. 이처럼 세대를 뛰어넘는 난형난제의 작품들이 오늘날까지 이어져 클래식·발레 애호가들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멋진 일인가!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은...

오랜 시간 러시아에서 수학한 바이올리니스트 송원진은 러시아의 광활하고 음울한 음악세계를 강렬하고 단호한 열기로 지극히 섬세하게 표현해 내는 열정적인 연주자로 정평이 나있다. 현재 서울예고 출강, 서울과학종합대학원(aSSIST)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예원학교 시절 러시아 유학

-모스크바에서 17년 유학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부속 중앙음악전문학교 졸업

-모스크바 국립 차이콥스키 음악원 졸업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 '제 27회 주목할 예술가상' 수상

-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두루미 연주 대음

-G20 청와대 연주

-김연아 아이스쇼 '죽음의 무도' 연주

-음악 에세이 '불멸의 사랑 이야기' 저자

-한옥 속 클래식콘서트 '불멸의 사랑 이야기' 기획&연주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관련 기사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