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공연] 26일 저녁 7시, 서초동 크누아홀 '작곡가의 초상'

"제 음악의 언어, 형식, 양식, 창작의 방식 등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최근에 쓴 다섯 편의 작품을 소개하면서 말이죠."
한국예술종합학교가 2003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 맞는 음악제 '농(弄) 프로젝트'가 25일에 이어 26일에는 작곡가 이건용의 작품으로 펼쳐진다.
'여러 대학의 창작음악들을 한 자리에 모으자'는 생각으로 시작된 농 프로젝트는 창작음악계와 젊은 작곡학도들의 작품에 집중한다.
농은 희롱, 농담과 같은 유희의 의미와 더불어 농현(弄絃), 농조(弄調)와 같은 음악 연주를 뜻한다. 또 음성(音聲)으로서 농은 콧소리가 강한 공명된 사운드를 들려주고, 프랑스어로 농(non)은 부정(否定)을 뜻하기도 한다. 때때로 실험의 출발은 부정에서 시작되곤 한다. 따라서 농 프로젝트의 기본은 실험, 소리, 연주라고 한예종 측은 설명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둘째 날인 26일 저녁 7시, 한예종 서초동 캠퍼스의 크누아홀에서는 '작곡가의 초상'이라는 제목으로 음악회가 열린다. 이날 한예종 작곡과 교수이자 최근 서울시오페라단장을 맡게 된 작곡가 이건용의 다섯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피아노 독주곡인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을 비롯해 가야금·바이올린·첼로가 함께하는 '트리오', 가곡 '베틀노래' '겨울사랑', 가야금 연주곡 '여름 정원에서'가 연주된다. 또 교회음악으로 만들어진 수난곡 'Ave Verum Corpus' 합창도 들을 수 있다.
이건용 교수는 새로운 곡을 쓸 때 마다 여러 가지 새롭고 다양한 스타일을 사용한다. 정통 서양클래식을 따르기도 하고, 때론 농악의 리듬과 악기의 감각을 반영하며 한국의 전통음악 양식을 따르기도 한다. 또 어떤 곡은 전통적이면서도 현대적인 화성과 리듬이 가미되기도 한다.
이 교수는 "나의 음악은 위촉자나 청중에 따라서 곡의 스타일이 달라지기 때문에 여러 가지 다른 양식들이 혼재한다"며 "양식은 음악작업의 결과로 남는 '과정'이지 내 음악이 도달해야하는 '목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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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연주되는 '여름빛에 관한 세 개의 악상' 역시 피아니스트 허원숙이 이 교수에게 곡을 위촉했을 때, 그는 허원숙의 음악을 먼저 이해하려고 노력했다. 섬세하면서 동시에 힘이 있는 표현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파리를 여행하며 들렀던 프랑스 시인 보들레르의 무덤 앞에서 느낀 여름빛을 떠올렸다. 한국의 짙고 뜨거운 여름과는 다른 바삭거리고 눈부셨던 느낌과 작지만 힘차게 느꼈던 자연의 움직임 등을 담아 곡을 썼다.
그렇다고 해서 전적으로 위촉자의 요구와 스타일에 맞추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내 음악은 나와 위촉자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6일 저녁, 이건용의 각기 다른 느낌의 다섯 곡을 들으며 그의 음악세계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앞서 농 프로젝트 첫날인 25일에는 한국, 대만, 중국, 일본 출신 작곡가들의 곡을 선보였다. 음악회는 전석 초대로 진행된다. 문의 (02)746 927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