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 오페라에 불을 댕겨줘야죠"

"이제 한국 오페라에 불을 댕겨줘야죠"

이언주 기자
2012.08.25 10:13

[인터뷰]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 "우리의 브랜드가치 입혀서 '명품'으로 만들 때"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최근 새로 취임한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65)을 인터뷰하기 위해 세종문화회관 내 집무실을 찾아갔다가 오히려 질문 공세를 받았다.

일단 이렇게 답했다. "글쎄요, 뮤지컬에는 '산업'이라는 말이 붙으면서 대중과 가까워진 반면 오페라는 여전히 '예술'이라는 영역에서 일부 전공자들만의 것처럼 느껴진다는 거 아닐까요?"

이 단장은 이 말에 동의하면서 "한국 오페라계도 이제 문턱을 낮추고 좀 더 많은 사람들과 소통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리고선 다시 물었다. "사람들이 왜 오페라를 어렵게 느끼는 것 같습니까?" 이 질문에 이 단장의 고민과 앞으로 서울시오페라단이 풀어가야 할 숙제가 들어있었다.

#. "한국 클래식음악에 불을 댕겨줘야 할 때"

"한국 사람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게 오페라에요. 우선 최고의 실력을 갖춘 양질의 성악가들이 많잖아요. 그들에게 무대만 만들어주면 돼요. 과거에 발레는 도저히 안 된다고 생각했지만 우리의 체형이 달라지면서 이제는 러시아 정통 발레를 받아들일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얘기까지 나오잖아요. 오페라도 마찬가집니다. 특히 유럽에서는 한국 성악가들이 크게 각광받고 있어요."

이 단장은 이제는 "한국 클래식계에 불을 댕겨줄 때"라고 강조했다. 그는 "알기만 하면 오페라야말로 가장 감동적이고 호소력 있는 매체"라며 "시대정신을 반영한 한국적인 창작물을 많이 만들어 성악가들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기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산업에 비교하자면, 제조업은 잘 하는데 아직 브랜드가치가 약하다 보니 명품이 안 된 것"이라며 "우리 스스로가 '명품'이라고 자각하는 계기를 만들어 희망을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세계적인 음악콩쿠르에 한국 사람이 빠지면 콩쿠르 자체가 재미없어진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우리의 실력은 크게 성장했다. 뮤지컬산업이 최근 10년간 부쩍 성장했듯이 한국의 클래식도 이제 불만 댕기면 활활 타오를 일만 남은 시점에 온 듯하다.

이 단장은 조만간 '서울시민이 명품입니다. 여러분이 명품입니다'의 의미를 담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 생각이다. 오디션을 통해 시민오케스트라와 시민합창단을 구성하고 실제 오페라에 출연을 시킬 작정이다. 음악 전공자들 뿐 아니라 일반 시민들의 숨은 자원과 재능을 끌어내 창조적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선배들의 몫이라는 얘기다.

#. 좋은 창작물 나올 수 있도록 워크숍 추진

오페라단장 임기는 2년. 깨워서 밭을 갈고, 씨를 뿌리고 기다려 수확하기까지 긴 시간은 아니다. 어떤 부분에 초점을 맞출 것인가. 이 단장은 좋은 창작물이 나올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다.

↑끊임없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며 해결점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눈빛에서 한국 클래식계의 미래가 반짝거렸다. ⓒ이동훈 기자 photoguy@
↑끊임없이 문제점을 인식하고 질문을 던지며 해결점을 찾으려고 고민하는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눈빛에서 한국 클래식계의 미래가 반짝거렸다. ⓒ이동훈 기자 photoguy@

그는 "워크숍을 통해 좋은 대본이 뭔지, 좋은 오페라가 뭔지, 그 동안의 성공작과 실패작을 보면서 분석해 보는 시간을 가질 것"이라며 "임기동안 그런 공부모임을 하다보면 젊은 작곡가와 대본작가들이 서로 교류하며 좋은 작품을 쓰게 되지 않겠냐"고 했다.

또 "외부에서 우리의 문화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도 중요하고, 보여주기에 부끄럽지 않은 수준인가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나는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존재감을 드러내야 할 때"라며 "시대정신과 우리의 것을 담아 '창작'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우선 오페라를 많이 알리고 시장을 넓혀야 한다. 그래서 해설과 하이라이트 공연이 있는 '오페라 마티네'(낮 공연)를 열어 일반인들에게 오페라를 쉽고 가깝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생각이다.

올해 서울시오페라단이 준비하는 오페라는 모두 세 편이다. 전임 단장 때부터 이미 계획했던 '돈 조반니'에 '코지 판 투테'와 '마술피리'를 추가해 모두 모차르트 작품으로 구성했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을 주제로 한 세 작품은 오는 11월 17일부터 번갈아가며 무대에 오른다.

대중의 생각을 읽고 싶고, 편견을 이해하고 소통하려는 이 단장은 끊임없이 고민한다. 오페라단 직원들에게도 틈만 나면 질문을 한단다. 문제해결은 '왜?'라는 질문에서 시작된다. '한국 오페라의 창작과 발전, 왜 더딜까, 문제는 뭘까'. 이토록 고민하는 그의 눈빛에서 한국 클래식음악계의 미래가 반짝거리는 것 같았다.

이건용 단장은...

음악에 조예가 깊은 가정에서 태어나 일찍부터 작곡가를 꿈꾸었다. 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 음대 작곡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에서 유학했다.

귀국 후 대구 효성여대와 서울대에서 가르쳤고, 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작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2002~2006년까지 이 학교의 총장을 역임했다.

2012년 7월 19일부터 서울시오페라단장 겸 세종문화회관 서양음악 총괄 예술감독을 맡게 됐다.

대학시절에는 연극과 문학에 심취해 여러 작품을 연출·연기했으며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당선되기도 했다. '제3세대' '민족음악연구회'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 '한국음악극찾기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삶과 소통하는 우리시대 자생적 음악발전에 힘을 쏟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칸타타 '분노의 시' '들의 노래', 가곡집 '우리가 물이 되어' '저물면서 빛나는 바다', 오페라 '봄봄' '동승', 실내악곡 '저녁노래'(1~7) '검은강 스케치'(1~2)가 있다. 저서는 '작곡가 이건용의 현대음악강의' '민족음악의 지평' '나의 음악을 지켜보는 얼굴들' '한국음악의 논리와 윤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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