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태의 詩가있는 밥상]철학부재시대, 개념 없는 밥상…,

[오인태의 詩가있는 밥상]철학부재시대, 개념 없는 밥상…,

오인태 시인
2013.08.02 07:42

<33>전어회와 막걸리, '첫봉급 받는 날'

[편집자주] "그래도 세상과 사람에 대한 믿음과 애정을 버리지 말게 해 달라(오인태 시인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 재인용)'. 얼굴 모르는 친구들에게 매일 밥상을 차려주는 사람이있다. 그는 교사이고 아동문학가이고 시인이다. 그는 본인이 먹는 밥상의 사진과 시, 그리고 그에 대한 단상을 페이스북에 올려 공유하고 있다. 시와 밥상. 얼핏 보면 이들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 수 있지만 오인태 시인에겐 크게 다르지 않다.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더불어 삶을 산다는 것. 시 역시 때론 각박하고 따뜻한 우리 삶 우리 이야기다. 시와 함께 하는 '밥상 인문학'이 가능한 이유다. 머니투데이 독자들께도 주 3회 오인태 시인이 차린 밥상을 드린다. 밥상을 마주하고 시를 읽으면서 정치와 경제를 들여다보자. 모두 사람 사는 이야기니 어려울 게 없다.

“요즘 너무 생각 없이 밥 하는 거 아냐?”

급식소 점심밥이 영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떻게든 자리를 만들어 이렇게 말하곤 했지요. 금세 당황하는 빛이 역력한 영양교사에게 “학교에서 애들 밥 먹이는 일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 마땅한 철학이 없다면 시키는 대로 일하는 잡부이지 교사라 할 수 없는 거 아니겠냐고.” 끝내 이렇게까지 몰아붙이고서야 너무 심하게 말한 게 아닌가 싶어 말을 꺼낸 내가 외려 무안해져서 슬며시 말길을 딴 데로 돌리곤 했는데 말입니다.

다행히 그 영양교사는 내겐 제자뻘인 나이에다 두 군데 학교에서 함께 근무하며 오랫동안 마음을 터놓고 지낸 탓에 그런 일로 당장 틀어질 사이는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도 참 서툴고 모난 인간이었구나, 아무한테나 가르치려드는 시건방진 버릇을 가졌구나, 싶어 낯이 뜨거워지는데요.

하긴 영양사가 교사로 신분이 바뀌면서 영양교사도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에 수업지도안 작성에서부터 수업관리통제기술까지 특별히 마음 써서 수업코칭을 해주기기도 했지요. 그렇더라도 누가 감히 영양교사에게만 ‘철학부재’를 따져 물을 수 있겠는지요. 교수가요? 정치인이요? 기업인이요? 언론인이요? 종교인이요?

그럼 나는 과연 교사로서 밥값을 하고 살았나, 내 험한 말에 한 마디 대꾸도 없이 고개만 끄떡이던 그 영양교사에게 문득 부끄러워지는 시대의, 저녁인데요.

벌써 전어가 나왔더군요.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