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찐감자와 도라지냉차, '감자'

‘유체이탈’이란 말 그대로 영혼과 육체가 분리된 상태를 이르는 건데요, 흔히 “유체이탈화법”이라고 할 때는 지금 귀로 듣고 있는 ‘말’이 이미 알고 있는 ‘사람’의 그것이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즉 사람과 말이 일치되지 않는 경우를 일컫는 시쳇말이지요.
심령과학에서나 쓸법한 이 말이 예사롭게 쓰이게 된 것은 순전히 전임대통령 덕분인데요. “진실” “선진화” “녹색” “환경” “소통”, 마침내 “국격”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값어치 있고 고상한 말도 그의 입에 오르내리기만 하면 사람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도대체 현상과 본질이 상반된 이 언술을 “유체이탈화법”으로밖에 달리 표현할 말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런데 지금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 기록이 실종된 사태를 두고 "중요한 사초가 증발한 전대미문의 일은 국기를 흔들고 역사를 지우는 일로 절대 있어선 안 될 일이었다."고 하셨다면서요? 이 정도면 유체이탈 대통령의 부활인가요, 진화인가요?
말씀을 액면 그대로 믿고 따를 수 있는 그런 지도자를 우리는 언제나 만나게 될는지요. 겉과 속이 너무 다르지 않아서 오히려 조롱받은, 바보 같은 한 대통령을 떠올릴라치면 ‘유체이탈화법’에 능통한 정치인들을 만든 건 바로 우리 국민들이 아닌가, 싶기도 한데요.
그때, 그 감자 같았던 여자의 사랑에 답한 내 사랑은 유체일치된 것이었나, 찐 피감자를 무심히 까다가 한순간 멈칫해지는 저녁이어서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