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년은 60년 만에 찾아오는 청마(靑馬)년이다. 반세기가 넘는 세월을 지나야 찾아오는 해이니 만큼 사람들의 마음도 뭔가 새로움과 흥미진진함을 품고 있다.
그 첫 번째 단추를 열은 것은 2월 7일부터 23일까지 러시아 소치에서 열리는 동계올림픽이 아닌가 싶다. 전 세계인의 이목과 관심을 받기에 충분한 지구인의 잔치이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더 큰 관심과 주목을 하게 되는데 동계올림픽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피겨스케이팅의 김연아 선수 2연패 행진과 한국의 자존심인 쇼트트랙과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에 거의 메달을 걸기 때문이다. 다행히 이상화 선수의 500미터 스피드경기에서 무난히 금메달 2연패를 달성했기에 한 숨 놓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마음을 먹먹하게 하는 것은 남자 스케이터들의 조금은 부진한 성적과 2010년 돌연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의 혁혁한 활약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세계의 예술가나 스포츠 선수들이 조국을 등지고 다른 나라로 귀화하는 경우는 종종 있는 일이다. 특히 이데올로기의 냉전시대에는 예술을 위해 서방세계로 건너간 구 소련 예술가들이 많았다. 이렇게 우리하고는 먼 다른나라 일이라고 알고 있었던 터라 우리나라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는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국민들의 이런 경악스럼을 뒤로 하고 그는 자기 변명이나 설명을 하지 않고 말 한마디 없이 빛의 속도로 날아가 러시아에 안착했고 4년 뒤 러시아 유니폼과 국기, 그리고 빅토르란 이름을 가지고 소치동계올림픽에서 1000미터 쇼트트랙에서 금메달을 받았다. 그가 일등으로 안착하고 나서 바로 한 세레머니는 빙판에 무릎을 꿇고 입술을 맞추는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러시안인들은 열광했고 빅토르는 오열하면서 이제 자기 조국이 되어버린 러시아인들에게 이렇게 큰 함성이 나를 살아있게 만든다 라고 화답했다.
모스크바에서 오래 살며 두 딸의 음악공부를 뒷바라지했던 나는 직감적으로 안현수 선수가 말도 통하지 않고 낯설고 물설은 이국 땅에서 어떻게 금메달을 딸 수 있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러시아라는 나라는 많은 얼굴을 가진 나라다. 외국인을 배척하고 특히 미국을 노골적으로 싫어하지만 개개인의 우수함을 인정하는데는 아주 쿨하다. 자기들이 무시하는 상대방을 만났을 때도 그들이 인정할 만큼의 실력을 갖춘자 라면 그 자리에서 즉석으로 화해하고 어깨를 나눈다.
그리고 러시아 교육의 가장 큰 장점은 학생을 지도하는 학교 선생님이나 교수들이 자기 제자를 식구처럼 생각하고 어머니 마음으로 정성을 다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돕는 일을 우선적으로 하고 있다. 이는 우리가 상상하는 정도를 초월한다. 학생의 모든 고민을 상담해주며 친구처럼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그야말로 선생님이나 교수를 의지하게 만든다. 이런 환경과 감정교류가 빅토르 안이 바로 금메달을 차분하게 따낼 수 있지 않았을까 라고 생각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즉각적으로 그에게 마음을 담아 열렬히 사랑을 표했다.
독자들의 PICK!
“빅토르 초이(고려인 3세 록가수로 젊은 나이에 죽자 온 러시아인이 슬퍼하고 젊은이들이 따라죽기도 했다)의 영혼을 담아 달려준 빅토르 안에게 경의를 표한다”
이보다 더 한 찬사가 있을까!
그것도 모자라 푸틴 대통령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 커버사진으로 러시아 국기를 흔드는 빅토르 안의 사진을 올려 놓았고 곧바로 빅토르 안에게 축하전문을 보냈다고 한다. 덧붙여 “관중석과 전러시아 팬들이 빅토르 안이 우승할 것이라는 강한 믿음으로 그를 걱정해주고 응원한 것이 빅토르 안, 당신이 우승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라고 애정과 따뜻함을 담아 크레믈린 공식 사이트에 게시했다.
러시아 국민들은 이제 빅토르 안은 자기네 국민이라고 굳게 믿으며 동계올림픽 종목 중 메달을 따지 못했던 쇼트트랙의 역사를 새로 쓴 영웅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기억될 것이다. 모든 신문들과 방송도 이를 대서특필했고 네티즌들은 그야말로 온전히 그를 받아들이고 말았다.
“빅토르 안, 최고. 최고. 짱! 러시아 사람인거 자랑스럽다.” “러시아에 와서 다행이다. 경기 몇 번이고 돌려서 다시 본다.” “빅토르, 넌 정말 잘 생겼어! 경기도 너무 멋있어! 감동적이었어!”
소치 동계올림픽을 보고 한국인이 써야 했던 감동과 감사와 찬사의 말들이 러시아 국민들에게서 쏟아지고 있다. 특히 그가 받은 금메달은 2013년 2월 15일에 러시아 첼리아빈스크 상공에서 폭파한 운석 조각이 들어있다고 한다. 운석 메달은 일곱 개만 만들어 2월 15일 경기 우승한 선수들에게 전달되는데 마침 빅토르 안이 15일에 메달을 받았다는 것은 그만큼 의미심장한 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