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딸~ 엄마랑 '춘향전' 몽룡 살던 집 보러갈까?

우리 딸~ 엄마랑 '춘향전' 몽룡 살던 집 보러갈까?

이언주 기자
2014.04.26 05:09

[Book]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 아이와 함께 가는 옛건축 기행

일상에서 사소한 물건을 대할 때, 혹은 어떤 음식 앞에서 나만 아는 특별한 추억을 떠올린 적인 있는지. 우리는 종종 집을 벗어나 어딘가로 떠났을 때 평범한 것들을 새롭게 느끼고, 기억으로 간직하곤 한다. 그런데 혹시 휴식을 위해 여행을 갔지만 여전히 피곤하고 힘들었던 경험이 있지 않은가. '일상'을 벗어나 '쉼'을 찾아갔으나 놓치면 안될 것 같은 기념장소와 유명한 맛집을 바삐 찾아다니느라 말이다.

그런 당신에게 색다른 여행을 권한다. 이른바 '느림여행'이다. 저자는 건축가이며 두 딸의 엄마다. 남편과 아이들 손을 잡고 전국의 유명 사찰과 고택, 정자, 전통주택을 찾아다니며 보고 듣고 이야기 나눈 것들을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이라는 책 한권에 담았다.

이 책은 분명 가족여행을 소재로 했지만 담긴 내용은 만만치가 않다. 고건축부터 근대사 건축까지 전통건축에 대한 깊이 있는 해설과 깨알 같은 정보를 담았다. 건축가로서, 엄마로서 건축물을 바라보는 성숙한 시선도 감지할 수 있는 옛건축 전문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책장이 술술 넘어가는 것은 건축과 그 지역에 얽힌 다양한 스토리까지 재미있게 풀어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도심에서 영주 사과를 볼 때마다 부석사 가는 길이 떠오른단다. 부석사 입구에 사과를 파는 할머니들이 계셨는데, 집에 돌아오는 길 한 바구니 가득 사과를 안고 돌아와 맛있게 먹었다는 것이다. 지금은 깔끔하게 정돈된 길을 따라 부석사를 향하면서 그렇게 자신의 추억을 아이들과 나눈다.

책은 눈앞에 펼쳐지는 산과 들의 모습, 동네의 풍경 집의 표정을 충분히 즐기는 것에 주목한다. 유명한 고택의 건축 구조를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곳에 가는 길 아름다운 풍광에 감탄하고 그 집에 앉아 두런두런 이야기 나눴을 옛 어른들의 삶을 떠올려 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전통건축은 눈에 띄는 화려함은 없다. 재료도 나무라서 우거진 나무 틈에 있으면 그저 자연에 묻혀 제대로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당장 무엇을 발견하긴 어렵기 때문에 '마음'으로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그 안에 사상과 철학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또 인생의 희로애락을 건너서야 비로소 '마음'으로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에 인생을 알아야 전통건축은 더 잘 보인다고 말한다.

반대로 전통건축은 인생을 들여다보게도 한다. 옛 건축을 찾아가는 길은 자연을 느끼고 마음에 지혜를 심는 여정이다. 책을 읽다보면 저자가 건축물과 대화를 나누고 연애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답사한 건축물, 스쳤던 바람과 나무그늘마저 인연으로 생각하며 애정을 표현하는 것을 보니 말이다.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가족과 함께 타임머신을 타고 옛사람들의 삶 속으로 들어가 보자. 안채와 대청마루와 사랑채의 구조를 설명하면서 시어머니와 며느리와 아들의 권력관계를 이야기 하고, 봉화의 계서당을 설명하면서 이몽룡과 춘향의 러브스토리를 넌지시 던지는 식이다. 우리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자연과 사람, 가족을 이야기 하는 동안 옛건축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은 저절로 쌓인다. 그런데 혹시, '춘향전'에 나오는 몽룡은 과연 허구의 인물일까. 영주에서 봉화로 가는 915번 국도 초입에는 '춘향전의 주인공인 몽룡의 생가 계서당에 놀러오세요'라는 문구가 걸려있다는데···. 궁금하다면 어서 이 책을 펼쳐보시라.

◇건축가 엄마의 느림여행=최경숙 지음. 맛있는책 펴냄. 424쪽. 1만7000원.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