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경성고민상담소-독자 상담으로 본 근대의 성과 사랑'

사례1. 아내가 강간당했다. 괴한의 소행. 남편은 어떻게 행동하나? 아내를 내쫒았다. 아내를 간통녀로 몰고, 함께 살 수 없으니 '재혼 비용'을 대라 억지를 부렸다. 강간범을 잡으려는 노력 따위를 하지 않았다. 왜? 지인일 가능성이 높았으니 캐봐야 본전도 못뽑는다.
사례2. 열네다섯 살 때 여학교를 다니면서 동성연애를 많이 했다. 남에게 뒤지 않을 만큼. 지금도 외눈박이로 보는 동성애에 관대했다고? 당연하다. 이유는 보편적 인류애가 받아들여져서가 아니라 정조 파괴보다 낫기 때문.
1930년대 얘기다. 근대와 전근대적 요소가 함께했던 시기의 사생활을 담은 '경성 고민상담소(민음사)'는 당시 한국 사회가 성 윤리적으로 얼마나 혼란스러웠는지를 그대로 보여준다.
근대 조선의 살인 사건과 스캔들을 문화사적으로 조명한 '경성기담'으로 주목 받은 전봉관(43) KAIST 인문사회학과 교수는 <조선일보> 독자문답란 '어찌하리까'와 <조선중앙일보> 독자문답란 '명암의 십자로'에 소개된 사연과 답변을 바탕으로 이 시기 한국인의 사적인 영역의 고민을 캤다.
두 신문의 독자상담 코너에는 뜨거운 고민들이 몰려들었다. 마마보이, 폭력 남편, 바람둥이 등과 관련된 사례는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 불가한 일들이다.
'진짜 그랬을까'라는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당시 상황은 한국의 후진적 근대 상황을 까발린 것일까. 아니다. 저자는 "근대 한국의 가정 윤리와 성 윤리의 비루함을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과거가 현재보다 훨씬 윤리적이었을 것이라는 한국인들의 근거 없는 믿음을 해체하기 위함"이라고 책 저술 의도를 밝힌다. 오히려 과거를 통해 현대를 이해하고 옹호하자는 것.
"우리는 물질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면에서도 과거에 비해 훨씬 더 개선된 세상에 살고 있고, 미래 세대는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에 살게 될 것이다"가 저자가 이 책을 쓴 진짜 이유다.
◇경성고민상담소=전봉관 지음. 민음사 펴냄. 324쪽. 1만98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