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헤세의 여행'…"우연한 체험, 내려놓고 방랑자가 되자"

'여행'이란 말만 들어도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이 뛴다. 구체적으로 여행 일정을 잡았다면 일상에서 부딪히는 다소 짜증스럽고 힘든 일에도 관대해지곤 한다. 우리는 무엇 때문에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곳으로 여행을 할까. 풍요로웠던 시대의 건축물과 그림들 앞에서 즐거워하는 걸까.
독일 출생의 소설가이자 시인, 화가였던 헤르만 헤세(1877~1962)는 끊임없이 여행과 여행의 의미에 대해 질문했다. 낯선 도시의 번잡한 거리에 귀 기울이고, 여행지에서 만난 낯선 민족들의 삶을 호기심으로 지켜보며 흡족해 하는 이유 등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수수께끼 같은 여행 욕구는 일종의 모험심에서 발동할 수 있지만 헤세는 여행을 일종의 배움에 대한 욕구이자 교양에 대한 열기로 여겼다. 여행 도중 낯설고 이국적인 나라에서 새로운 체험을 하는 동안 자신의 내면을 발견하고 시험을 견뎌냈다고 생각했다.
'헤세의 여행'는 24세부터 50세까지 헤세가 쓴 여행과 소풍에 대한 에세이와 여러 여행 기록을 엮은 것이다. '헤르만 헤세와 함께 하는 스위스·남독일·이탈리아·아시아 여행'이라는 부제만으로도 한껏 기대감이 생긴다.
책은 1901년과 1911년, 1913년의 이탈리아 여행, 1904년의 보덴 호 산책, 1911년의 말레이시아, 스리랑카 등지의 아시아 여행, 1919년에서 1924년까지 테신 지역 소풍, 1920년 남쪽 지역으로의 방랑, 1927년의 뉘른베르크 등지의 낭송 여행에 대한 소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중간 중간 헤세의 시도 한 편씩 만나볼 수 있고, 여행에 관한 그의 생각과 철학, 낯선 곳을 대하는 태도를 볼 수 있다.
헤세는 '체험'을 매우 중시 여겼다. 1904년에 쓴 '여행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여행의 진정한 의미를 언급했다. "여행의 시학은 일상적인 단조로움, 일과 분노로부터 휴식을 취하거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우연히 함께 하고, 다른 광경을 관찰하는 데 있다"며 "그것은 체험에 의해 더욱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그렇다면 처음 만나는 사람들과 자연, 풍경을 진정으로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는 제대로 느끼려면 사랑과 헌신, 연습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물론 그렇게 노력할만한 보람이 있다고 믿는다. 또 이름을 아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헤세는 "공간도 시간과 마찬가지로 망각을 낳는데, 인간을 여러 관계로부터 해방시켜주며 원래 그대로의 자유로운 상태로 옮겨놓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고루한 사람이나 속물조차도 순식간에 방랑자와 같은 사람으로 만들어버린다"고 말한다.
독자들의 PICK!
모든 것을 잠시 내려놓고 방랑자가 되고 싶다면 낯선 공간으로 가자. 여행을 통한 공간의 변화는 우리의 정신에 활력을 준다.
◇헤세의 여행= 헤르만 헤세 지음. 홍성광 편역. 479쪽. 1만8000원